디프레션
눈길 서로 비껴 앉은
인천행 국철 1호선
서둘러 선반 위를
더듬던 한 노인이
부도난 세상 소식을
까치발로 담아간다.
김진길의 시 '디프레션' 전문.[집시, 은하를 걷다](모아드림, 2009)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녹아든 지 2년 여. 어느덧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조금씩 출구 쪽에서 희미한 빛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몇몇 변화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제 사정은 녹록지 않은 듯싶다.
팬데믹이라는 악재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국제 정치 불안과 경제 불황을 언제쯤 타개할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하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자이언트 스텝이니 베이비 스텝이니 하는 전문용어들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유식해지는 현실이 슬프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새해에는 안팎의 사정이 나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