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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Oct 13. 2023

'인조' 다이아몬드도 Forever?

다이아몬드 3, 우리 주변의 과학 이야기


결혼과 출산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해도, 가을은 결혼의 계절임엔 변함이 없다. 통계청 혼인 및 이혼통계를 보면 10~12. 1월이 3,5 월과 함께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달로 나타난다.



요즘은 많이 간소화 됐지만, 결혼에서 예물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선호되는 보석은 다아아몬드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예물 반지로 다이아몬드 반지가 일반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38년 다이아몬드 판매상인 드비어스(De Beers)는 광고에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Diamonds are forever)"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게 대박을 쳤다(영화 007의 제목으로도 쓰였다).

물론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왜곡된 남녀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존중과 사랑의 표시도 되지만 고가의 물건으로 사람을 구속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비싼 물건을 주는 사람은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풍족하게 살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심순애도 김중배에게 간 것이다.


Diamond Ring, source: wikimedia commons by Koshy Koshy


아무튼 모든 것에 유행이 있듯이 100년 정도 지속된 다이아몬드의 위상도 흔들 것으로 보인다. 보석은 천연인 줄 만 알았는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인공적인 것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인조 다이아몬드는 물리적 성질과 외관은 천연과 똑같고 가격은 훨씬 저렴해서 많은 신혼부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는 150~200km 지하에서 만들어져 킴벌라이트 관(kimberite pipe)이라는 구조를 통해 빠르게 지상으로 올라온다. 따라서 매우 희귀하고 발견하기 어려워 공급이 항상 모자란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지표면에서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면서 인조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마케팅적으로 인조, 인공이란 말보다는 요즘 LGD(Lab Grown Diamonds)라고 부른다)


다이아몬드 시장의 변화: 천연 -> 인조


인조 다이아몬드가 웨딩 반지로 활용되면서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1∼2캐럿 크기의 외알박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미국에서 청혼 반지용으로 인기가 높다. 수요층은 두껍지만, 구매자의 가격 민감도는 크다. 보석 판매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인조 다이아몬드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도 점점 천연 다이아몬드를 인조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시장조사업체 에단 골란 다이아몬드 리서치앤데이터에 따르면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인조 다이아몬드의 판매 비중은 2020년 2.4%에서, 2023년 9.3%까지 급증했다. 투자은행(IB) 리버럼 캐피털은 물량 기준으로 인조 다이아몬드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이 25∼35%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Three Diamonds Grown by WD Lab Grown Diamonds, 2022, source: wiki. com. by BrittanyRL


드비어스는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등급’ 다이아몬드 원석 값을 최근 1년 새 40% 내렸다. 2022년 7월 캐럿당 1400달러였던 원석이 2023년 7월 850달러로 떨어졌다. 연구실에서 만드는 보석인 ‘랩 그론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LGD)’ 공급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LGD의 생산원가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 수준이다.


드비어스(De Beers)가 2018년 자체적으로 인조 다이아몬드 주얼리 브랜드 '라이트박스(Light Box)'를 만들어 싸게 시장에 내놓은 것도 인조 다이아몬드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조 다이아몬드 드비어스가 자사의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별화를 위해 인조 다이아몬드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해석이다. 현재 인조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1/4 ~1/5 가격이라고 한다. 등급이 낮은 다이아몬드는 1캐럿에 100만 원 밑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인조 다이아몬드의 역사


고압고온 다이아몬드


인조 다이아몬드(합성 다이아몬드)는 1955년 GE에서 흑연을 이용하여 처음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일진 다이아몬드에서 처음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엄청난 고온, 고압 장치를 이용하여 만들어져 고압고온 다이아몬드(HPHT)라고 한다. 크기도 작고 결정도 백색 투명하지도 않아 주로 암석, 철강 절단용 공업제품으로 사용되었다. 정말로 무식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소련에서 개발된 고온고압장치(BARS), 압력과 온도는 10 GPa 및 2,500°C, source: wikimedia commons by Heribero Arribas Abato


화학기상증착법


화학기상증착법(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은 밀폐된 장비의 챔버 안에 메탄가스, 수소 가스 등을 주입하고 마이크로파를 형성하여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 탄소원자를 증착하여 다이아몬드를 층층이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슬라이드 형태의 다이아몬드 종자결정(seed) 위에 탄소원자가 쌓이면서 얇은 필름 형태로 적층 되는 성장 방식이다. 웨이퍼 형태이다 보니 한 번에 50~60개의 다이아몬드 합성이 가능하다.


plasma CVD (Chemical Vapor Deposition) system의 개략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Д.Ильин


CVD 법에는 메탄, 아세틸렌, 일산화탄소, 메틸알코올, 에틸알코올, 아세톤 등의 탄소 원자를 함유하고 있는 화합물과 수소를 섞은 혼합가스가 이용된다. 이 혼합가스를 열 또는 전자로 분해, 여과하여 여러 활성 가스가 생성되어 플라스마 상태를 이루고, 700~1000℃로 온도 조절된 기판 위에 증착됨으로써 다이아몬드를 키울 수 있다.


CVD 법은 프라즈마를 만드는 법, 탄소화합물의 종류 등에 따라 열 필라멘트 CVD(HFCVD, Hot filament CVD) 법, 마이크로파 플라즈마법(MPCVD: Microwave Plasma CVD), 고주파 플라즈마법, 직류방전 플라즈마법, EACVD 법(전자충격 CVD 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인공다이어본드 디스크, 두께는 1.6±0.25 mm, 무게는 155 케럿이다. Source: wikimedia commons by Matthias Schreck  etc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단순하고  만들어지는 방법도 심플한 데다 가격도 비싸, 인공보석의 선두에 서있다.

다음은 기술적으로 유사한 보석과 가격이 비싼 보석순으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조 다이아몬드의 품질이 향상됨에 따라 감정서 위주로 돌아가는 다이아몬드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다이아몬드는 신품시장에서만 보증서가 의미가 있고 이후 중고시장에서는 그 효과가 떨어진다. 게다가 인조 다이아몬드는 육안으로 보아서는 천연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결정의 성장 과정을 조절할 수 있어 자연산 보다 결함이 없는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 실험실 분석기기를 이용하여야 간신히 구별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감정서 가격보다 싼 인조 다이아몬드가 나올 날이 올 것이다. 중고품 인조 다이아몬드는 더욱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LGD는 2~4주 정도면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이아몬드의 오명, 블러드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의 주요 산지가 남아프리카에서 중앙아프리카로 확대됨에 따라 각 나라에서 광산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유럽식민지였던 이들 나라가 독립하면서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나라가 많았다. 정권을 잡기 위해 여러 군벌이 투쟁하는 과정에서 군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눈독을 들인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였다.


접령지의 주민들을 동원하여 다이아몬드를 채굴하고 이를 다른 나라로 빼돌려 무기를 사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을 학대하고 팔을 잘라 투표를 못하게 하는 등 만행이 벌어졌다. 드비어스 등 서방은 이를 알면서도 방조하여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았는데 이 다이아몬드를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하고 2001년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블러드 다이아몬드>(2001),  워너 브라더스 제공

영화의 배경은 1992~2002년까지 10년간의 내전으로 황폐해진 서아프리카 국가 시에라리온이다. 혁명연합전선(RUF)과 같은 반군 파벌은 멘데 지역 주민을 위협하고 다이아몬드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어 내전에 자금을 제공한다.


마침 선게 출신의 지역 어부 솔로몬 밴디가 붙잡혔다. 그의 가족이 탈출하는 동안, 덩치가 큰 밴디는 무자비한 군벌인 포이즌 대위가 감독하는 다이아몬드 광산에 배정된다. 강둑을 헐어 채굴하는 동안, 밴디는 거대한 분홍색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다. 포이즌 선장은 돌을 빼앗으려 하지만 정부군이 그 지역을 급습한다. 밴디는 붙잡히기 전에 돌을 묻었다.


밴디와 포이즌은 라이베리아로 다이아몬드를 밀반입하다 붙잡힌 로디지아 출신 밀수업자이자 용병 대니 아처(디카프리오 분)와 함께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 수감된다. 이때부터 가족과 다이아몬드를 찾는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에게는 석유와 천연가스도 있지만 막대한 다이아몬드도 있다. 세계 매장량 1위이고 연간 5조 원어치를 수출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천연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조 바이든 부부에게 선물한 인도산 7.5캐럿 LGD,  출처: 인도 PTI


2023년 6월 미국을 국빈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7.5캐럿짜리 LGD를 선물했다. “인도 연구실에서 태양열·풍력 에너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든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인도는 해외에서 사들인 원석으로 세계에서 팔리는 다이아몬드의 90%를 가공해 파는 나라다. 러시아산 원석 수입이 끊기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이 때문에 논란을 피할 수 있는 LGD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조 다이아몬드 이러한 인권피해를 입히지 않고 자연도 파괴시키지 않는 착한 다이아몬드일까? 다이아몬드라도 있었으니 궁핍한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1세기의 연금술인 인조다이아몬드의 탄생, 공급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싼 보석을 쳐다보기보다 인권적인 면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연필과 다이아몬드가 성분이 탄소로 동일하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잘 알고 있다. 인조 다이아몬드도 사실 탄소덩어리일 뿐이다. 지구온난화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인조 다이아몬드는 그 구세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CVD 법에는 탄소화합물이 들어간다. 이 탄소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 방식을 이용하여 분리/고정해 낼 수가 있다. 이 탄소를 이용하여 다이아몬드로 만들면 기후 걱정도 안 하면서 다아아몬드 반지도 하나씩 생길 테니까 말이다. 물론 직접공기포집 방식에 드는 비용이 아직 크고 자체 시스템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하지만 언제나 처음보다 나아지기 마련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할지 모르지만 그 가격은 영원히 높지는 않을 전망이다.


참고문헌


1.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 원종옥, 이다미디어, 2009

2. 다이아몬드 잔혹사, 그레그 캠벨, 작가정신, 2004

3.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윤성원, 시그마북스, 2015

4. 한 권으로 읽는 욕망의 역사 다이아몬드의 세계, 다마키 도시아키, 미래타임즈, 2021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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