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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Oct 04. 2023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생활 속의 지질학


2017년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캐리(Cary)시의 한 호텔에서 '편평한 지구(The Earth Flat)' 제1회 컨퍼런스가 열렸다. 참가비가 무려 150달러 였는데 준비된 좌석 500개가 다 팔렸다고 한다. 참석자는 대부분 미국인이었지만 바다 건너 영국에서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Flat Earth conference 입간판, source: WRAL News

14명의 연사와 전시회, 패널토론을 통해 지구가 편평한 이유를 설명하고, NASA 등이 어떻게 인류를 속였는지, 주류과학계가 어떻게 거짓말을 했는지 '낱낱이' 밝혔다고 한다.


자칭 플렛 어서(Flat Earther)'라고 부르는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지구가 구형이 아니라 팬케이크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중심은 태양이 아니고 지구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모습은 NASA가 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철저히 속인 것이라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탐사와 그밖의 외계탐사도 단지 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조작으사진 찍은 가짜뉴스, 가짜 정보라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증거는 물론 빈약하고 일방적인 주장만하는 유투브 영상뿐이다.  수평선을 잘보니 구형이 아니라 편평하다고, 그렇게 보이는게 맞다고 주장한다.  가끔 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자들과 대면 토론을 하는데, 내용의 결론은 한결같고 과학자의 이야기는 귓등으로도 들은 척을 안하는게 국제적인 그들의 일관된 태도이다.


인간의 과학이 일천하던 시기, 어떻게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설명해야만 했던 시기에는 땅이 편평하다고 믿었다.  보는대로 믿은 것이다. 가만히 하늘을 보면 해와 달은 떴다지고 별들도 그러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이 중심이고 한쪽 방향으로 가면 세상의 끝(world's end)이 있다고 믿었다.  거기까지 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지구편평설의 그림, source: wikimedia commons by Flatearthgifts


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눈설미 있는 학자들은 지구가 달처럼 구형이라고 믿어왔다.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곡선인게 그 증거였다.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 등이 이미 우주탐사에 나섰고 수많은 발사체가 지구를 떠났다. 그들의 눈으로 찍은 수천 장의 사진, 탐승한 우주인의 증언과 조사결과가 켜켜히 쌓여 있다.


아폴로 11호가 찍은 지구, 일명 blue marble, source: Wikimedia commons by NASA


다누리호가 2차 달궤도 진입 3일째 찍은 지구사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2년 8월 4일에는 우리나라의 첫 달탐사 위성인 다누리호가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어 현재 달 궤도에 순조롭게 진입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모든 정보와 사진이 공개되고 있고 우리 과학기술의 수준을 세계에 알린 쾌거이다. 전송되는 아름다운 구형의 지구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지구를 더욱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누리가 찍은 사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세암흑기를 과학으로 넘긴 인류에게 이성적인 신세계가 열릴 줄 알았는데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주변에는 혹세무민하는 주장이 가득하다. 스스로 믿는 것은 자유지만 비과학적인 사실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등장하고 말을 하게 된 이후에 거짓말은 항상 있어왔다. 주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거짓말은 역사책에도 성경책에도 넘쳐난다.  또 남의 말을 안듣는 것도 항상 있어왔다. 우리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믿는다'는 말도 있다. 이것이 인간의 특징인가 싶기도 한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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