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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Sep 26. 2023

지구온난화에 프로야구도 휘청

우리 주변의 과학 이야기

추석을 며칠 남겨두고 2023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한창이다. 밀린 방학숙제하듯 꾸역꾸역 잔여 일정을 해소 중이다. 올해는 미편성된 게임이 많았고 우천취소된 경기도 많아 프레이오프가 끝나려면 11월은 되어야 할 듯하다.


그런데 팀별 잔여 경기수를 보면 기아 타이거스가 28경기로 가장 많으며 반면 키움 히어로스가 12 경기로 가장 적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생겼을까? 광주에는 비가 많이 오고 서울에는 안 왔나? 그렇다고 해도 인근 지역인 서울, 수원, 인천보다 적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유는 돔(dome) 구장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스는 원정경기 3게임만 우천 취소됐다. 반면 기아는 홈/원정경기 각각 9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3년 간 프로야구 잔여 일정, 보도 종합

구단주님, 돔구장이 필요해요


우리나라의 유일한 동 야구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경기장은 2015년에 완공되어 현재 키움 히어로스의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1,946억 원이 소요되어 16,000석이 마련되어 있고 최대수용인원은 22,25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외야 관중석이 2층으로 되어 있다. 광주의 기아 참피언스 필드와 비슷한 크기이다.


고척스카이 돔, source: wikimedia commons by  redlegsfan21

우천 시는 물론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 추운 11월에서 쾌적하게 경기를 할 수 있어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국제경기도 이 경기장에서 이루어진다. 기후변화로 점점 악천후에 따른 경기 취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돔구장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지자체들이 우천취소를 염려하여 짓는 것은 아니고  각종 문화행사를 대규모로 하는 데는 돔 구장 만한 것이 없어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물론 기존 경기장을 잘 처분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도 있다.


서울시는 노후화된 잠심야구장 대신에 호텔, 전시시설과 융합된 돔구장을 짓기로 하고 민간 개발사업자와 절차를 진행 줄인다. 예산 5,000억 원이 소요되는 3만 명 수용가능한 폐쇄식 돔구장으로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SSG 랜더스를 소유하고 있는 신세계 그룹도 인천 청라 스타필드 부지 내에 20,000~27,000석 규모의 돔야구장을 208년까지 짓기로 하고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이미 부지에 스타필드 시설이 있는 만큼 빨리 진행하여 제대로 된 돔구장을 선보이고자 하는 신세계와 용진이형의  욕심도 보인다.


더우니까 홈런이 더 나온다


마침 기후온난화로 홈런이 많이 나올 거라는 재미있는 논문이 나왔다. 2023년 4월 크리스토퍼 캘러한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원 연구팀201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열린 10만 건의 경기와 타자의 홈런볼 22만 개를 분석, 기온상승과 홈런 개수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에 발표했다.


지표면 온도가 2도 상승한 기간에는 평균 7개의 홈런이, 3도 상승했을 경우 평균 11개의 홈런이 더 나왔다. 4도 이상 온도가 상승했을 때는 기온의 영향을 받은 홈런 수가 시즌당 15개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리글리 필드는 주로 주간 경기가 열리고 야간 경기는 거의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기온의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Tropicana Field, Source: wikimedia commons by Vmartin12


기온 상승의 영향이 가장 적었던 경기장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로피카나 필드(Tropicana Field)'였다. 이 경기장은 메이저리그 경기장 중 유일한 완전폐쇄형 구장이다. 이 지역의 덥고 습한 기후(악어도 많다) 때문에 천장이 완전히 덮인 돔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이러한 구조 때문에 지표면 온도 상승이나 하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기온이 높을수록 홈런이 잘 터지는 이유는 야구계에서는 상식 같은 이야기인데, 야구공의 비거리가 기온과 고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고(故) 로버트 어데어(Robert K.Adair) 전 예일대 물리학 교수의 저서 <야구의 물리학(The Physics of Baseball)>(한승, 2006)’에 따르면 온도가 상승할 때 기체의 운동이 활발해지면 공기의 밀도는 낮아지게 된다. 또한 고도가 올라가면 기압이 하강하면서 공기의 밀도가 낮아진다.


금성은 400도가 넘는 지표온도 때문에 좋을것 같지만 이산화탄소 대기가 빡빡하고, 화성은 대기밀도는 옅지만 온도가 낮아 홈런타자에 불리하다. 야구는 지구에서 제일 하기 좋은 운동이다.


홈런 10개 중 1개는 기후변화 덕


오타니 쇼헤이의 40호 홈런, 2021년 8월 19일, source: wikimedia commons by Jiro’s Channel


이에 따르면 120m를 날아가는 공은, 기온이 5.56도 상승하면 비거리가 1.2m 늘어나며 홈런 확률이 12% 증가한다. 고도가 305m 상승했을 때는 비거리가 2.0m 증가하며 홈런 확률은 12% 높아진다. 온도가 높아져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면 공기 저항력이 감소해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표면 온도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상승하면 2100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나오는 홈런 중 10%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제레미 드실바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지표면 온도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상승하면 2100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나오는 홈런 중 10%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기온 상승이 메이저리그 홈런 개수에 영향을 미친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기후변화의 영향력과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게임 규정도 바꿔야 하나


경기 전에 비가 많이 오면 우천취소를 하면 된다. 그런데 경기 중에 비가 오면 어떻하나. 5회 이전에 경기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노게임이 선언된다. 올해 8월 30일까지 노게임을 포함, 날씨 문제로 취소된 경기가 75회나 됐다고 한다. 전체 소화 일정의 13.8%나 된다. 2022년 같은 기간에는 38경기가 비 등으로 취소됐다. 올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97.4% 증가다.  


노게임이면 1회부터 경기를 다시 해야 한다. 비가 와서 노게임이 될 것 같으면 질 경기면 경기를 지연시키면서 넘어가려고 하고 열심히 안 하려고 하는 게 인간 심리다. 운 좋게 초반에 큰 점수차로 벌어져 있다면 이긴 팀으로는 김새는 일이다. 기후 변화로 점점 노게임이 많아질 텐데 이런 게 바람직한 것인가? 비가 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면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일례로 서드펜디드 게임의 규정을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야구는 데이터의 경기라고 하는데, 몇 년간의 데이터를 모아 보면 다른 것도 파악되는 경우가 생긴다. 날씨야 어떻게 되던 홈런이 많이 나면 재미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올해 겪은 바와 같이 기습적인 폭우, 지역별 폭우 등이 잦아지고 있다. 장마라는 단어가 없어진 대신 시도 때도 없이 폭우가 내린다. 게다가 극심한 더위는 경기를 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직관을 하는 관객들에게도 곤욕이다.


기후변화가 성큼 다가와 이제는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임박한 시험처럼 다가온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인가? 다른 실내경기를 보겠다고? 그것도 답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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