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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Aug 16. 2023

위스키에 깃든 지질학 (feat. ardbeg)

생활 속 지질학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MZ 세대의 위스키 사랑이 폭발했다. 편의점의 오픈런, 대형 마트의 주류판매에서 소주 추원하는 등 갖가지 이슈를 양산하고 있다.


2022년 이마트의 위스키 판매액은 전년대비 30.5% 증가했고 올해도 고공 행진 중이다. 위스키 수입액도 급증해 2022년에는 전년대비 52.2% 증가한 2억 6684만 불에 이르렀다.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30대 이하의 소비층이 늘어난 결과이다.


위스키는 발효된 곡물로 만든 술을 나무통에 넣어 숙성한 것이다. 나라에 따라 최소 숙성 기간을 정하거나 최종 증류주의 알코올 도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곡물로 만들어야 하므로 사탕수수로 만든 럼주는 위스키가 아니며 숙성시키지 않기 때문에 보드카는 위스키가 아니다.


스코틀랜드에서 곡식으로 내다 파는 것보다 술로 만드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아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인간이 농사를 지은 이유가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위스키의 종류


세계 5대 위스키 생산지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일본이다. 캐나다와 미국은 영국 사람이 건너가서 만든 나라니 그렇다 치고, 일본이 거기에 끼어 있다는 게 좀 뻘쭘하다. 간단히 말하면 경제력이 성장한 일본인들이 위스키에 맛을 려 자기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일본 최초의 상업적 위스키 증류는 1924년 12월에 시작됐으니 이제 고작 100년 됐다.


각각을 스카치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캐나디안 위스키, 아메리칸 버번과 호밀 위스키 그리고 재패니즈 위스키라고 부른다. 그중 가장 매출이 큰 것이 스카치위스키다.


아드백 증류소, by sparkione(wikimedia commons)


스카치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위스키다. 매출의 대부분은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가 차지한다. 회사로는 조니 워커, 발렌타인, 그란츠, 시바스 리갈, 제이앤비, 듀어스 등이다. 그다음은 싱글 몰트 위스키의 매출이 크다.


스카치위스키의 유형에는 5가지가 있다. 싱글 몰트, 싱글 그레인, 블렌디드, 블렌디드 몰트, 블렌디드 그레인이 그것이다. 몰트(malt)는 맥아(엿기름에 해당)를 의미하고 그레인(grain)은 주재료인 곡물(고두밥에 해당)을 말한다.


하루키의 싱글 몰트 위스키  사랑은 유명하다. 자신의 책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에서  스카치위스키의 명소인 아일라섬과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해 극찬을 했다.

“맛 좋은 아일레이 싱글 몰트가 코앞에 있는데, 왜 일부러 블렌디드 위스키 같은 것을 마신단 말이오? 그건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려는 순간에 텔레비전 재방송 프로그램을 트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위스키의 제조 과정


위스키는 곡물에 맥아를 넣고 발효한 후 이를 증류하여 나무통에 일정기간 보관한 후 병에 넣어 판매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안동소주 만드는 것도 별 차이가 없는데(나무통 숙성만 빼고), 중간에 무수한 차이를 두어 나름의 위스키를 만들어 낸다. 곡물을 사용하지 않고 맥아만을 사용하는 것이 싱글 몰트이다. 따라서 가장 순수한 위스키는 싱글 몰트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위스키를 마셔보면 느껴지는 스모키 한 향이 있는데 이것은 맥아의 최종 건조과정(kilning)에서 피트로 훈연할 때 스며들게 된다. 피트의 종류, 훈연하는 시간에 따라 위스키에 들어가는 페놀의 함량이 달라지고 따라서 풍미가 달라진다. 은근한 불로 하는 피트 훈연은 최대 20시간 이상은 하지 않고 이때 연기에서 묻어 나오는 페놀의 함량은 보리 껍질에 3이 있으면 보리에는 1 정도 남게 된다.


피트(peat, 이탄)


피트의 체취, by Derek Mayes(wikimedia commons)


피트는 이탄(토탄이라고도 함)인데 이끼, 잎, 풀, 꽃과 같은 식물이 죽어 습지와 연못에 쌓여 축적된 것을 말한다. 잦은 비에 배수가 나쁜 지역이 만나면 여기에 자라던 식물이 죽어 쌓이는 것이다. 이러한 늪지는 산소가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고 탄소 성분이 누적되는데 오랜 세월 눌리면 결국 석탄이 된다. 그래서 시커멓고 축축하고 미끈거린다. 이걸 말려서 불을 붙이면 자욱한 연기를 뿜으면 타게 된다. 스코틀랜드 배경 소설에 나오는 그 연기이다.


이탄층 화재, Suffolk, VA, Aug. 2011 by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Northeast Region(wikimedia commons)


피트는 지역의 환경에 따라 쌓이는 식물의 종류, 퇴적 상태, 배수 상태가 다르니 이걸 태우면 민감한 사람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다른 향이 나온다고 한다. 꽃향, 풀향, 아린 향, 고소한 향, 바닷향, 소금기 등이다. 혹자는 피트층에서 흘러나온 물도 그런 특성이 있다고 하여 위스키에 쓴다고 하는데 낭설이라고 한다.


이탄층은 전 세계 표면의 3% 미만이나 영국은 12%에 이른다. 이는 해류에 따른 많은 강수량과 높은 위도에 따른 불량한 식물성장 그리고 배수가 불량한 빙하기 지형의 고인 지형이 많은 영국의 자연적 특성에 기인한 바도 크다.


또한 한번 식생이 제거되어 무기물과 철분이 토양하층으로 스며들어 불투수층이 형성되고 지대는 침수되게 된다. 표면에는 이끼가 끼고 나무가 생존할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즉 나무가 물에 빠져 죽는 곳이 된다.  물론 영국에만 있지는 않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지의 고위도 지역, 그리고 일부 열대 지역에도 분포한다.


이탄층의 환경적 측면


피트가 쌓인 대지, by Richard Dorrell (wikimedia commons)

문제는 이탄층이 결국은 석탄층이 되는 것인데 여기에는 탄소가 많이 집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탄층도 원래 지구에서 탄소저장소로 큰 역할을 했는데 개발, 농지화 등으로 탄소가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열대림은 법률에 의해 개간이 금지되는데 건기에 불법적으로 산림에 방화를 하면 넓은 개간지를 얻게 된다. 이때 이탄층이 노출되고 여기에 화재가 옮겨 붙는 경우가 있다. 다량의 연기를 뿜어내 2015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산불은 서울 면적의 42배에 해당하는 산림과 이탄지를 태우며 주변국가에 까지 피해를 주었다. 이탄지의 화재를 땅밑으로 퍼져 진화하기도 어렵다. 즉 이탄층의 파괴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콩고 정부는 30여 곳의 석유와 가스 매장지를 경매에 내놓았다. 탐사가 이루어지면 이 지역에 포함된 이탄지가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고 그린피스는 주장했다(동아사이언스, 2022.11.7). 이탄지는 일반 토양보다 10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위스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위스키는 만드는 과정에 에너지를 쓰고 또 몰트를 건조하는 과정에 피트를 태워서 훈연한다. 피트 늪지는 탄소의 저장고다. 이 저장고에 쌓인 이탄까지 태워서 우리는 스카치위스키를 마신다. 물론 발전소나 운송기관을 움직이며 배출되는 탄소에 비교하면 안 될 미미한 양이다.


하지만 커피의  엄청난 수요가 생산지의 환경을 파괴하고, 스카치위스키의 급격한 수요가 이탄층을 파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너무 많은 인간의 작은 소비가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커피 한잔, 위스키 한잔에서 지구의 변화를 본다. 커피도 위스키도 끊고, 우리 차와 생수만 마셔야 하는 시대가 더 빨리 오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참고문헌


1. 루 브라이슨, 2021,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 시그마북스

2. 무라카미 하루키, 2020,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문학사상사

3. 벤  롤런스, 2023,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엘리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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