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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ul 31. 2023

초전도체, 한국 노벨상 받나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영화 <아바타 Avata>(2009)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공중에 떠 있는 섬이다. 공중에 있는 섬과 섬은 나무뿌리로 연결되어 있고 이들 사이를 다니려면 '이클란'이라는 공룡 비슷한 새를 타고 다녀야 한다.  영화에서는 공중섬을 설명하기 위해 언옵테늄(unobtanium)이라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광물을 등장시킨다. 강한 자기장 위에 초전동체가 떠 있는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를 인용한 것이다. 이 효과는 나중에 힉스 메커니즘으로 확장된다.


2015년 자원고갈로 위기를 맞은 인류는 지구에서 약 4광년 떨어져 있는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위치한 판도라에 kg당 230억 원 하는 언옵테늄의 채굴을 위한 군부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이미 원주민이 '나비'족이 행성과 공존하고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사필규정으로 결국 나쁜 지구인들을 몰아낸다.



초전도체란


초전도체란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도체를 말한다.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카멜린 온네스(Heike Kamerlingh-Onnes)가 수은의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절대온도 4.2K(영하 268.8℃)에서 전기저항이 0으로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이라고 명명했다.


초전도체는 자기장의 특성에 따라 자기장이 들어가지 못하는 제1종 초전도체와 자기장이 침투하지만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제2종 초전도체로 구분된다. 제1종 초전도체는 나이오븀(Nb), 바나듐(V) 등 금속 원소이며, 제2종 초전도체는 합금, 화합물 등이 해당된다.


특히 구소련의 물리학자 아브리코소프에 의해 예언된 제2종 초전도체는 내부에 자기장이 들어가면서도 무저항을 유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 발견된 제2종 초전도체는 NbTi, Nb₃Sn 등 합금이 있다. 이는 액체 헬륨으로 냉각해야 할 정도의 낮은 온도(영하 260도 이하)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므로 ‘저온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1987년부터 스위스의 베드노르츠(Johannes Bednorz)와 뮐러(Karl Müller)에 의해 발견되기 시작한 세라믹 계열 초전도체 역시 제2종 초전도체인데, 합금계보다는 수십도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므로 ‘고온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1987년 중국계 미국인 물리학자 폴 츄는 183도(90K)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을 설계했는데 이는 77.3K인 액체질소의 비점보다 높은 온도여서 초전도 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페로브스카이트를 주재료로 한 절연체인 세라믹과 수은 큐레이트를 써서 140K까지 온도를 높였다.  


이후 초전도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초전도체를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어 합금계 저온 초전도체들이 하나씩 발견되었고, NbTi를 사용한 초전도 선재도 만들어졌다. 또 전자석 등을 만들어 초전도를 이용하려고 하는 시도도 계속되었다.


초전도는 세계적인 관심을 일으킨 연구 주제가 되었고, 현재도 점점 더 높은 온도의 초전도체가 발견되고 있지만, 세라믹 계열 고온 초전도체는 선재로 만들기가 어려워 아직 실용화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초전도 현상 연구에 대해 1913년, 1972년, 1973년, 1987년, 2003년 등 5회에 걸쳐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특히 1987년의 수상은 베드노쯔와 뮐러가 1986년에 발견한 영하 243도(30K)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새로운 초전도물질의 발견에 대한 것으로 초전도물질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초전도체의 용도


자석은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는 성질이 있어 이를 운송도구에 이용하면 마찰 없는 빠르고 편안한 수단을 만들 수 있다. 자기 고속열차가 그것인데 실용화되면 시속 1000km까지 낼 수 있다. 문제는 열차를 선로에서 띄우는데 이용되는 전자석은 막대한 전기를 흘려야 큰 자성을 얻는데 이때 발열이 생기고 전기저항이 커진다. 만일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이 문제점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찍는 자기공명장치(MRI) 역시 초전도체의 역할이 큰 장비이다. 높은 자기장을 형성하여 몸속의 수소 이온의 분포를 찍는 장비인데 현재는 액체 질소 등으로 냉각된 상태의 전자석을 이용하고 있는데 상온 초전도체가 이용되면 작은 크기에 큰 자기장을 내는 MRI가 개발될 것이다. 참고로 MRI 찍을 때는 자성을 띄는 물건을 모두 빼놓아야 한다. 초창기에는 이에 익숙하지 않아 철제의자나 소화기 등 철제물건이 날아다니는 사고가 종종 일어났다.


이밖에도 핵융합발전, 양자컴퓨터, 입자가속기, 모터(발전기), 전력송전 장비 등 그 용도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국내 연구진의 초전도체 연구결과 발표


2023년 7월 28일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된 MML에서는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소식이 전해졌다. MML(Metallic Multilayers)은 자성 및 비자성 금속 다층 및 이종 구조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물리적 현상과 응용을 제공하는 금속, 자기 및 초전도 이종 구조의 새로운 개발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심포지엄이다. 이미 22일 아카이브에 올라오고 소문이 무성한 주제의 발표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었다. 원래 계획에 있던 발표가 아니라 주최 측에서 갑작스럽게 요청한 시간이어서 자료와 준비가 부실한 것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만일 논문의 내용이 재현된다면 그리고 효율성이 입증된다면 증기기관, 원자력의 발명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띨 것이다.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 개발을 위한 고찰, 이석배 외(2023)


연구진은 납을 이용해 상온에서도 초전도성을 가지는 물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산구리를 925도의 고온에서 10시간 구워 얻은 물질을 산화납, 황산화납과 섞어 다시 725도에서 24시간 반응시켰다. 그 결과 납이 광물격자에 들어간 아파타이트(apatite, 인회석)라는 광물이 만들어졌다. 아파타이트 구조는 육각기둥의 모양으로 원자의 배열이 반복된 형태다(광물학에서는 6방 정계라고 한다).


(a) Z 축에서 본 lead-apatite (b) 합성된 LK-99, 출처: 이석배 외(2023)


이렇게 만들어진 납-아파타이트 구조는 비대칭적인 형태를 보였다. 아파타이트 구조는 납 원자 10개로만 만들어지면 대칭 구조를 갖는데, 일부 원자가 구리로 바뀌면서 형태가 일그러진 것이다. 그 결과 부피가 0.48%가 줄며 수축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서 30도의 상온에서도 납-아파타이트 구조의 초전도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자기장과 열용량을 바탕으로 초전도성이 유지되는 임계 온도를 측정한 결과 127도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세하게 왜곡된 구조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초전도성 물질에 ‘LK-99′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이스너 효과: 초전도체 위의 자석의 공중부양, source : Wikimedia commonsMai-Linh Doan


다이어스 교수 논문의 학습효과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이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상온(섭씨 15도)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이 발견은 그해 사이언스지 10대 과학 성과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연구진이 실험 자료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2022년에 네이처가 논문을 철회한 적이 있다.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은 2023년 3월에도 루테튬과 수소, 질소로 섭씨 21도에서 대기압 1만 배 압력에서 구현되는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며 논문을 다시 냈다. 하지만 과학계는 한 번 논문을 조작한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의 주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를 의식한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이번에는 다섯 번이나 확인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시료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개발 발표에는 누구나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쳐다보는 경향이 생겼다.


아카이브(arXiv)


이번 논문은 2023년 7월 22일 아카이브에 먼저 업로드 됐다. 아카이브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무료 논문저장 사이트이다. 물리학, 수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등에 관한 통상적인 출판 전 논문(preprint)또는 텍스트 등을 무료로 업로드 및 다운로드가 가능한 공간이다. 또한 저자에 따라 출판 후 논문도 업로드된다. 물론 동료평가(peer editing)가 없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논문 같지 않은 엉터리 논문도 올릴 수 있다.


명분상으로는 논문 퍼블리쉬 작업 이전에 선공개하여 토론을 하고자 하는 곳이다. 이후 동료평가를 통과하여 특정저널에 정식 게재가 되면 해당 DOI(Digital Object Identifier)가 아카이브 논문 페이지에 달린다. 두 버전을 비교하면 동료평가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연구결과의 독창성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예로 뉴튼과 라이프니츠가 서로 미적분을 발명했다고 주장한 사례에서 처럼 저작권의 선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초전도체는 인류 최대의 발견이자 미래로 가는 열쇠이다. 지금의 기술을 몇 단계나 뛰어넘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꿈의 기술이다. 특히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나온다면 노벨상 수상이 문제가 아니다. 세상이 바뀔 것이다. 모두가 열광하는 이유는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의미 있는 발견으로 평가받는다고 해도 바로 실용화되어 우리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과학도들이 넓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이슈가 함께 이야기될 수 있는 토대가 꾸준히 생기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새로 나온 발견이나 이론은 항상 어색한 법이다. 그 이론이 동료와 사회공동체에 의해 받아들여질 때 더욱 세련되고 완벽해진다. 과학자는 의심하는 존재이다. 데이터와 논문에 의해서만 믿을 따름이다. 하나님의 말씀이나 신의 계시가 아니라 말이다. BTS나 블랙핑크의 새 노래가 나왔다고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다. 과학자는 그렇게 훈련받은 사람을 말한다. 이제 다른 과학자들이 검증해 주기를 차분히 기다릴 시간이다.



참고문헌


1. 박권, 2021,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동아시아

2. 이석배, 김지훈, 임성연, 안수민, 권영완, 오근호, 2023, Journal of the Korean Crystal  Growth and Crystal Technology, Vol. 33, No.2, p.61~70

3. 조선일보 기사

4. 조앤 베이커, 2010, 물리와 함께하는 50일, 북로드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 인회석으로 구성된 뼈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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