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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Oct 19. 2022

종자은행, 조선의 사고(史庫) 그리고 카카오 데이터센터

과거와 현재에서 배우는 미래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며칠만 먹지 못하면 죽는다. 먹고살기 위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운다. 하지만 어느 날 식물이 멸종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비상시를 대비해서 식물의 종자를 보관하는 곳을 종자은행(시드 볼트)이라고 한다. 유전자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종자은행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종자은행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소(Svalbard Seed Vault ; 5곡, 감자, 옥수수 종자 보관)이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설립된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 수목원 내에 글로벌 시드 볼트(야생식물종자 보관)가 있다. 해발고도 600m 지점에 지하로 46m에 터널을 만들어 종자를 보관한다. 항상 영하 20도, 상대습도 40% 이하를 유지하여 발아를 막는다. 2021년 현재 9만 5천여 점을 보존 중이고 최대 200만 점 이상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소, by Einar Jorgen Haraldseid Wikimedia commons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 볼트, 출처: 나무위키


조선의 사고(史庫)


무엇인가를 보존하는데 필요한 것은 분산 보관이다.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지금까지 전해온 것도 이런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편찬이 완료된 실록은 서울 춘추관과 지방 사고에 1부씩 보관했다. 조선 전기에는 충주, 전주, 성주 등 관아가 있던 읍치(邑治)에 보관하였는데 중종 때 관노비가 비둘기를 잡으려다가 성주사고에 화재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많았다. 임진왜란(1592)을 겪으면서 전주 사고본을 제외하곤 모든 실록이 소실되었다. 또한 인조 때에는 이괄의 난(1624)과 병자호란(1636)으로 춘추관본이 소실되었다.


실록의 멸실 위기를 경험한 조정은 사고를 험준한 산으로 옮겼다. 임진왜란 후에는 5사고로 운영되었는데 서울의 춘추관을 비롯하여 강화도 마니산, 평안도 영변 묘향산, 경상도 봉화 태백산 그리고 강원도 평창 오대산이었다. 이후 묘향산 사고가 후금의 침입에 대비하여 무주 적상산으로 옮겨졌고 마니산 사고는 인근 정족산 사고로 이전됐다. 또 사고 관리를 책임지는 수호 사찰을 두었는데 강화도의 전등사(정족산 사고), 무주의 안국사(적상산 사고), 봉화의 각화사(태백산 사고), 평창의 월정사(오대산 사고)가 여기에 해당된다.


사고는 2개의 건물로 구성되는 게 표준이었다. 실록이나 의궤를 보관하는 2층 건물인 실록각(實錄閣)과 왕실 족보류를 보관하는 선원각(璿源閣)이 그것이다. 그 외에 실록에 정기적으로 햇볕과 바람을 씌워주는 포쇄각, 관리건물인 참봉청, 병기, 집기를 제조하는 군기시(軍器寺) 등의 건물을 두었다. 주변에는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방화벽을 두었다. 인원은 평창 오대산 사고를 참고하면 참봉 2명, 군인 60명, 승려 20명 등 총 80여 명이 주둔하여 관리하였다고 한다.

강화도 정족산 사고, 출처 : 국가문화유산포털


평창 오대산 사고(1992년 복원), 출처 : 국가문화유산포털


카카오 먹통 사태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경부터 (주)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들이 먹통이 됐다. 주말 가장 통신량이 많던 시간이어서 많은 사람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페이, 브런치 등 그 피해 정도를 가늠할 길이 없다. 원인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SK C&C 판교 캠퍼스의 화재라고 알려졌다. 물론 카카오도 데이터의 분산을 위해 제주도 등 여러 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2023년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네이버도 같은 데이터 센터에 입주해 있지만 춘천에 메인 서비스 서버를 두고 있어 이번 사태에 비교적 빠른 대응을 했다고 한다. 정확한 서비스 중단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데이터 센터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 같다.


신한투자금융이 2021년 3월에 발표한 ‘국내 데이터센터 개발 동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 160여 곳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투자나 임대목적의 건립이 늘어난다고 한다. 정보통신회사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필요 인력을 구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데이터센터는 님비시설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통신 서비스가 중단되면 불편하지만, 그 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서는 것은 반기지 않는다. 네이버는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용인시 공세동에 지으려고 했지만 주민 반발로 철회하였다. 결국 세종시의 유치로 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용인시 수지 죽전의 데이터센터와 시흥 배곧 카카오 데이터센터 등이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유전정보의 보존과 역사 기록의 보존이란 측면에서 종자은행과 조선의 사고는 유사하다. 정보통신서비스도 데이터의 안전한 보관이 기본이 된다. 먼저 완전한 복구를 마친 뒤에 역사적인 사례를 참고하여 독창적이고 완벽한 보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번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문화유산채널

2.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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