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질학
원제 :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구원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약간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간 남자가 절치부심하던 끝에 탈옥에 성공하고 백만장자로 살아간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재미가 없다. 비록 시운을 타고나지 못해 아카데미에서 하나도 상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과 한국 관객에게는 평점 순위 No.1인 영화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이 영화도 지질학과 잘 연결되어 있다.
스릴러의 제왕이자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 미국 메인주 출생, 1947~)이 쓴 사계(Different Seasons, 1982) 중에 수록된 단편이다. 스티븐 킹은 전 세계 35개국에서 3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70여 편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그중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는 ‘쇼생크 탈출’(1995 개봉, 142분)이다.
쇼생크 탈출을 검색해보면 관련어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이중창이 뜬다.
1948년 잘 나가던 투자은행의 부사장이던 젊은(30세) 앤드류 듀플레인(앤디, 팀 로빈슨 분)은 아내의 불륜현장에서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혐의로 2번의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교도소 생활에 적응한 앤디는 우연히 세무지식으로 간수장의 상속세를 피하게 해 주고 이후 소장을 포함한 간수들과 죄수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자선단체를 설득하여 책과 음반을 기증받아 도서관을 만드는데 이 장면에서 나오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방송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2주간의 벌로 독방에 들어갔다 나온 앤디는 동료들에게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머리와 가슴속에 있고 그것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는 잘 나오지 않지만 앤디는 메인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것으로 나온다. 우리 현실에서는 납득이 안되지만 스티븐 킹은 앤디가 메인(Maine) 주에서 공부했으니 당연히 지질학 두세 과목을 수강했을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날 것 갔지 않은 일이다. 메인 주는 미국에서 가장 동북쪽 끝에 있는 주이고 남쪽과 동쪽으로는 대서양에 접해 있고 북쪽은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다양한 암석과 광물자원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아마도 저자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인물 설정에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앤디는 원래 지질학에 관심이 많고 취미로 암석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석영, 운모, 석회석, 세일 등을 구별할 수 있고 암석의 형성에 압력이 중요하다는 나름대로의 시각도 갖고 있었다. 레드(모건 프리만 분)와 체스를 두는데 체스판은 사고 말은 직접 설화석고(alabaster)와 다른 광물(substance) (영화에서는 활석과 석고로, 대본에서는 석영(quartz)과 석회석(limestone)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정말로 지질학적 단어가 이렇게 멋대로 해석되는 게 싫다)로 자기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때부터 앤디와 레드는 친구가 되고 동료들은 앤디를 위해 돌멩이를 모은다.
앤디는 레드를 통해 록(Rock) 해머를 구해 조각을 하며 넘쳐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교도소 벽의 콘크리트가 의외로 단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 시절 콘크리트 제조법은 아직 초보 수준이었다고 한다.). 입소 후 1년 정도 된 시점으로 보인다. 앤디는 낮에는 착실히 간수들의 세무업무를 대행해 주고 밤에는 조금씩 채굴작업을 진행한다. 낮에는 경영학을, 저녁에는 지질학을 연구했던 샘이다. 1975년 57세가 되던 앤디는 마침내 작업을 완수하고 쇼생크 감옥을 탈출한다. 앤디의 수감생활 전체를 레드의 1인칭 내레이션으로 잔잔히 설명하는 영화는 레드와의 재회로 감명 깊게 막을 내린다
앤디에게 지질학은 취미이자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취미는 시절의 흐름을 타는 것보다 그리고 매일 먹어가는 나이에 민감한 것보다는 좀 둔감한 것이 좋아 보인다. 이제 단풍이 지면 우리 시야를 가리던 잎사귀는 사라지고 암석이 눈에 들어올 계절이다. 뱀과 곤충도 적어지니 가을은 지질학을 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오밀조밀하면서 또 장엄한 지질학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