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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Nov 13. 2022

《33》- 69일의 광산 매몰 기록

영화 지질학

2022년 11월 4일, 그간 광산 속에 갇혀 있던 2명의 매몰자가 221시간 만에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사고 광산은 봉화군 금호광업소로 아연과 납을 주로 채광하는 광산이었다. 구출 이후 두 사람이 버티고 생존해 온 위기 상황이 하나 둘 전해졌다. 믹스커피를 먹으며 견뎌냈다는 이야기가 작은 에피소드로 추가되었다. 무사히 생존하여 다행이지만 자칫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생환한 광부들은 ‘처절한 구조활동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2010년 8월 5일, 칠레에서 일어났다. ‘산호세 광산(스페인어: Mina San José) 붕괴 사고’다. 영화 《33》(감독 페트리시아 리건, 2015)은 이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670여 km 떨어져 있는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하던 중 무려 33명의 광부가 지하에 매몰되었다. 



광부들은 광산에서 69~70일 동안(사람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생존해 있다가 10월 13일 구출되었다. 첫 구조자는 2010년 10월 13일 0시 10분에 구조 캡슐 페닉스 2(Fénix 2)에 실린 채 구조되었고 최종 구조자는 21시 55분에 구조되었다. 이 광경에 전 세계가 감격했고 열광하였다. 구조된 사람들은 건강이 거의 모두 양호하였다.


광부들은 구부러진 수직 갱도 입구에서 5km 떨어진 지하 약 622m 지점에 매몰되었다. 이 광산은 1889년부터 채굴이 시작되었는데 갱도가 수직 갱도가 아니라 나선형 갱도로 그 연장 길이가 매우 긴 특징이 있다. 2003~2010년까지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여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07년에는 지질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광산이 폐쇄되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칠레의 정부기관 중 하나인 국립지질광업부(SERNAGEOMIN)에서 재 개장하였다. 2010년 7월에는 광부 한 명이 한쪽 다리를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영화는 결론을 모두 알고 보기 때문에 영화적인 상상력이 적용될 여지가 적다. 대신 캐스팅이 호화롭다. 하지만 스페인계인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줄리엣 비노시가 어떻게 캐스팅됐는지 의외이다. 재난 영화의 감독이 여자 감독이라는 것도 이체로운 부분이다. 


영화 《33》은 미국에서는 2015년 11월 13일에 개봉했는데 이미 흥행이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들이 매긴 평가는 49%이며 관객의 평가는 59%이다. 평론가들은 "《33》은 현실적인 영웅주의를 보여주고 있지만, 감동적인 줄거리와 배우의 연기가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어 실망스러우며 지나치게 영화 공식에 의존하고 있다."로 있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구출 과정은 생중계되었으며 정치인들과 세계 각국 취재진이 몰려들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별의별 이야기를 쏟아내며 이들을 통해 한몫 벌려고 하는 변호사, 사업가들이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광부들은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유명세를 치렀고 각종 언론 매체에 자주 불려 다녔다. 심지어 칠레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응원 광고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칠레 광부 33인이 마주한 현실은 구출시에 받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사고 1년 뒤에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구출된 광부 33명이 생활고·후유증·법정 소송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적 유명세를 치른 탓에 씀씀이는 커졌지만 오랜 실업 상태가 지속되고 배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고가 심각하다”며 “거액을 벌었을 것이란 주변의 어긋난 시선도 이들에게 매정했던 듯하다. 


이들이 구출된 뒤 손에 쥔 돈은 칠레 광산 재벌 레오나르도 파르카스가 건넨 1인당 500만 칠레 페소(약 1200만 원)의 위로금이 전부다. 이들을 고용했던 광산업체는 사고 뒤 배상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파산했다. 2013년 8월, 사건 책임자를 불기소 처분하며 사법적으로 종료되었다. 


사고 뒤 찾아온 후유증도 이들을 괴롭혔다. 3명은 ‘규폐증’ 진단을 받았고, 11명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돼 퇴직했다. 많은 광부가 광산으로 복귀하고 싶어 했으나 지나친 관심이 쏠릴 것을 우려해 어떠한 광산도 이들을 채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영세 광산에 대한 안전 규제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1인당 5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송은 이들에게 역풍이었다. 해외로 호화 여행을 다니고 생환 과정을 담은 책을 출판하고 할리우드에 영화 판권을 판 이들이 그들을 구해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에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일반적으로 광산에는 금속 광산과 비금속 광산으로 나뉜다. 또 채굴 방식에서 굴착 방식과 갱도 방식이 있다. 비금속 광산이 갱도 방식인 경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퇴적암인 지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탄광사고가 많았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 석탄 광산은 메탄이 발생하여 폭발 위험이 있다. 실제로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봉화광산이나 칠레광산은 금속광산에 속해 비교적 채광환경이 석탄 광산 보다는 좋은 편이다.  메탄 누출에 따른 폭발의 위험도 없고 물이 있어 안전한 장소와 식량만 확보된다면 구조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안전시설과 원칙을 지키는 운영방식이 있다면 이러한 사고는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광산을 한번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나오는 동료와의 끈끈한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평상시에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동료밖에 없고 게다가 사고라도 나면, 즉 생존 환율이 0에 가까운 환경에서 기댈 수 있는 동료는 신과 같은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사자는 사건 전후를 통해 인생의 변곡점을 맞는다. 현명한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욕심과 기대에 눈이 먼 사람들은 불행한 결과로 마감 지어진다. 아무쪼록 사고전의 편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살수 있도록 모두 조금씩 도와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관심은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 


영화 《33》은 단점도 많지만 소재가 어쩔 수 없음을 감안하고 본다면 나름 소소한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영화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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