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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보라 Sep 09. 2024

24시간 너를 비추고 있다

면접 D-4 

면접 D-4일이다. 오늘 할 일은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다. 그렇다. 독자들이 예상하시는 대로 오늘은 하루종일 카메라를 켜고 면접 대비 질의응답을 모두 녹화할 것이다. 보고 또 보고,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실전에서 잘한다.


'에이, 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질문에 몇 가지나 답하실 수 있는지를 여쭤보고 싶다.



긴장했을 때 당신의 걸음걸이는 어떤가? 

고개를 숙이거나 어깨를 접고 걷지는 않는가?

자신감이 생길 때 어떤 표정을 짓는가?

당황스러울 때의 버릇은 무엇인가?

긴장될 때는 몸은 꼬는가,  손이나 다리를 떠는가? 

말문이 막히면 헛기침을 하는가, 혀로 입술을 적시는가?

'어... 그... 저...' 같은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는가?

나도 모르게 비속어나 줄임말을 쓰지는 않는가? 

말실수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나는 어떻더라?' 고민이 된다면 카메라로 촬영하는 오늘의 일정에 반드시 집중하셔야 한다. 자신감 있을 때의 표정, 말문이 막혔을 때의 표정, 긴장했을 때, 당황했을 때의 몸짓 모두를 날 것으로 볼 수 있다. 녹음만으로도 내가 미처 몰랐던 나만의 말버릇을 듣고 놀란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내 목소리가 이렇다고?' 놀란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카메라로 녹화해서 보면 더 경악스럽다. 내가 아닌 것 같은 목소리와 더불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표정들마저 이렇게 '별로일 줄이야.' 


카메라로 찍으면 좋은 점 3가지


1) 날 것의 표정을 알 수 있다.

2) 개선할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3) 면접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그래도 걱정 마시라. 남은 날들 중에 오늘이 제일 경악하는 날일 것이다. 원래 처음이 가장 어렵다. 면접 경험이 한 번도 없다면 어설픈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 어설픈 상황을, 실전 면접에서가 아닌 연습에서 마주한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가? 


물론 겉보기에 타고난 것처럼 청산유수로 말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도 사실은 알게 모르게 혼자서 많은 연습을 기울일 것이다. 스피치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일수록 스피치를 피나게 연습한다. 연습할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스피치 분야다. 그리고 한 번 몸에 익은 '기술'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연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카메라는 풀샷부터


긴장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눈 한 번 딱 감고 카메라를 열어보자. 어제의 녹음기 활용이 예고편 수준이라면, 오늘의 카메라 활용은 본편이다. 요즘 휴대전화 기능이 워낙 좋아서 카메라 앱 하나만 열어도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 삼각대가 있으면 좋겠지만, 구비하고 있지 않다면 지원자 전체를 비추는 샷으로 고정해 두고 오늘의 일정을 진행하면 된다. 처음엔 풀샷을 찍고 전체적인 제스처와 행동을 교정하는 데 집중한다. 이후에는 무릎샷, 허리샷 등으로 클로즈업해서 표정 등 세세한 부분을 교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자.


공간 세팅


공간은 실제로 면접을 보는 것처럼 세팅한다. 의자 두 개를 1.5~2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팅한다. 면접관 역할을 하는 한쪽 의자에는 인형이라도 앉혀둔다. 없으면 베개라도 놓는다. 시선 처리를 위해서다. 그 옆에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놓으면 된다. 


실전 면접 분위기 조성을 위해 스터디룸이나 회의실 같은 낯선 공간이면 좋겠지만 방이나 거실도 괜찮다. 혼자 떠들고 좌절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들이 많으므로 집이 편하신 분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연습하는 것도 좋다. 가족이 곁에 있으면 십중팔구 참견한다. 건설적인 참견이라면 환영하지만, 대다수는 서로 불편해하기 쉬우므로 시작은 혼자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어느 정도 연습이 된 후에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코멘트를 받는 것도 좋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의상도 메시지다


면접 당일에 입을 의상을 골랐다면 연습 때도 꼭 입고하시길 바란다. 혹자는 면접을 앞두고 새 양복을 준비했는데, 옷에 구김이 갈까 봐 당일에 입고 가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면접 당일에 입을 옷은 반드시 미리 입어보길 권한다.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다가 갑자기 정장을 입으면 무언가 불편하다. 내 옷이 아닌 것 같고 움직임에도 제약이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너무나 어색할 것이다. 그래서 미리 입어보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떨리는 면접장에서 옷마저 불편하다면 내 표정이며 몸의 근육이 얼마나 경직되겠는가? 예상 가능한 불편함은 미리 없애는 게 최선이다. 


단지 입고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보지만 말고, 실제로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걸어도 보고, 면접장에 온 것처럼 의자에도 앉아보시기 바란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준비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어색한 옷도 미리 입어보고 익숙하게 만들어야 실전 면접에서도 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올 것이다. 


이 차이를 확인하고 싶다면 연습 시간의 절반은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입어보고, 나머지 반은 면접용 의상을 입어보고 촬영하면 된다. 필자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


키워드만으로 문장 만들기를 연습한다. 문장만 만드는 데에서 끝나면 안 된다.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완결된 대답이 될 수 있도록 문단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전날 녹음했던 것과 동일한 형식이다. 오늘은 전체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녹화를 할 때는 면접관의 역할까지 1인 2역을 한다. '굳이' 면접관의 질문을 지원자의 입으로 읊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야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의미 없는 질문은 없다.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왜 저런 것까지 물어보나' 싶은 질문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아, 이런 필요성 때문에 이렇게 돌려서 물어봤구나.' 깨달을 때가 있다. 


면접은 생방송이다


녹화 방송은 실수하면 잠시 끊었다가 다시 녹화하면 된다. 하지만 면접은 생방송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이미 말을 시작했다면 끝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원자의 입장에서 답변할 때는 말문이 막히든, 삼천포로 빠졌든 간에 어떻게 해서든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아차, 말 잘못했다. 다시 다시." 카메라가 켜졌다면 절대 이러면 안 된다.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진짜 실전 면접에서 강할 수 있다. 면접에서 말 잘못했다고 "다시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을 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실제로 필자도 아나운서 면접을 봤을 때 옆의 지원자가 이렇게 말했었다. "말을 잘못했으니 다시 한번 하고 싶다"라고 면접관에게 간곡히 부탁하였으나, 면접관은 형평성을 언급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그 지원자는 탈락했다. 설사 면접관이 다시 한번 말하도록 허락했다 하더라도 지원자는 두 번째 기회에서 제대로 말할 수 있었을까?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일 텐데 앞선 실수를 뛰어넘을 만큼 드라마틱한 반전 스피치가 나올 수 있었을까? 잘해야 본전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실전에서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 갑자기 머릿속에 하얘졌든, 혹은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바와 다른 방향으로 말이 흘러가든 이건 중요치 않다. 어떻게 해서든 정신줄을 붙잡고 목표로 했던 결론 지점까지 찾아와야 한다. 넘어져 봐야 일어서는 법을 알듯이, 길을 잃었다가도 다시 방향을 잡고 결론까지 찾아가 말을 매듭짓는 경험을 해봐야 두 번도, 세 번도 할 수 있다. 


처음이 가장 어렵다. 이 어려운 첫 경험을 실전 면접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에게 주어진 면접의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은 생방송이며,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다.



아이컨텍트 포인트


1) 어디를 봐야 하나?


먼저 질문한 면접관을 보고 답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렇다고 뚫어져라 한 명만 바라보기엔 상대방도 부담스럽다. 가장 이상적인 시선 분배는 질문한 면접관을 보고 두 문장 정도를 답한 뒤에, 나머지는 시선을 고루 분산해 가며 말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을 말할 때는 다시 질문을 했던 면접관을 바라보고 말을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다수의 면접관은 나보다 어른이다. 주의할 것은 '예의'이다. 당돌함을 드러내고 싶다면 면접관의 눈을 마주치면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만 뚫어져라 바라본다면 당돌함을 넘어 버릇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첫 시선은 면접관의 눈을 보고 대답하며 '당신의 질문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고, 성실히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좋다. 그 이후에는 눈보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둘 수 있는 코 끝이나 인중 등을 바라보고 말하면 된다. 상대방도 존중받는 느낌이 들 것이며 예의 있는 지원자라는 인상을 남기기에도 좋다. 눈을 바로 마주하기 어렵다면 눈과 평행선상에 있는 귀 끝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이것은 필자가 방송에서 인터뷰할 때 즐겨하던 시선처리이기도 하다. 방송에 빠삭한 전문가라면 눈을 바라보고 집중해서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생방송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의 경우, 앵커의 눈빛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더러는 생방송 직전에 "너무 떨려서 앵커님 얼굴을 못 보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으셨는데, 이 분들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는 선생님 눈 보지 않고 귀 보고 질문드릴 테니, 선생님께서도 제 눈 말고 미간이나 코 끝, 귀 끝을 보고 말씀하시면 덜 긴장됩니다." 방송이 끝나고 난 뒤 덕분에 시선 처리가 부담스러지 않아서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한 뒤 돌아가시곤 했다. 


2) 그래도 떨린다면?


그래도 떨릴 수가 있다. 아예 면접관 쪽으로 고개도 못 들 정도로 긴장할 수도 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낯설고 긴장된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떨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굳이 면접관의 눈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 뒤의 벽면을 보아라. 면접관 눈매 기준으로 뒤 벽면 세 지점을 머릿속으로 지정해 두고 번갈아 가며 쳐다보면 된다. 자연스러운 척 (벽면과) 눈을 맞추면 아이컨텍은 성공적이다. 유의할 점은 고개를 너무 빨리 돌리면 오히려 산만해 보이므로, 한 지점에 최소 3초 이상 머물다 시선을 이동하길 바란다. 지원자가 이렇게 시선처리를 한다면 면접관은 이렇게 생각한다. '다른 면접관과도 적극적으로 시선처리를 하는군. 자신 있는 모습, 아주 좋아 보여!'


3) 극단적인 시선은 두지 말자


천장이나 바닥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피하도록 해보자. 천장을 바라보는 것은 지원자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 무의적으로 하는 행동인데, 가급적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지원자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은 면접관도 이미 알고 있지만, 굳이 "나 너무 긴장하고 있어요."를 온몸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면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으므로, 답변할 거리를 생각할 때는 면접관의 무릎 높이 정도로 시선을 낮추고 차분히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바닥을 쳐다보면 자신감이 너무 떨어져 보인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원자가 긴장하고 있다는 건 면접관도 알고 있고, 매우 안타까워한다. 어떻게 해서든 긴장감을 풀어주도록 부드럽게 질문도 해보고 농담도 건네보기도 한다. 떨리는 것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 어쩌면 면접장은 떨리는 게 당연한 장소이다. 떨리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자신감까지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면접은 여러분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뽑기 위한 시험'이다. 단점을 찾아내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긴장되고 경직된 지원자의 얼굴 뒤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장점을 찾는 것이 면접관의 미션이다. 우리 조직에 잘 융화될 사람인지, 알고 보면 훌륭한 인재인데 내가 장점을 잘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실수를 줄이려 눈에 불을 켜는 것이다. 나의 긍정적인 점을 찾으려 애쓰는 면접관에게 굳이 단점만 잔뜩 드러내는 어리석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면접관의 표정은 좋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하자. 장시간 집중하다 보면 누구라도 피곤하지 않겠는가. 일면만 보고 '면접관이 불친절해 이 회사는 가기 싫더라'라는 '여우의 신포도' 같은 후기는 남기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회차에서는 면접 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함께 곁들이면 좋을 제스처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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