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D-4
면접 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어떤 회사는 앉아서 면접을 보지만 어떤 회사는 서서 면접을 보기도 한다. 아나운서 시험이 그랬다. 카메라테스트를 겸하면서 전신을 다 촬영하기 때문에 서서 면접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자세는 어때야 할까?
면접을 처음 보는 지원자들은 자신의 자세가 갑자기 낯설어지는 경험을 할 수가 있다. 긴장해서 그렇다. 본인이 하는 모든 자세가 어설프고 낯설게 느껴진다. 주먹을 쥐어야 할지, 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얼른 감춰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떨리는 손을 맞잡아야 할지, 한쪽 팔을 붙잡고 떨리는 걸 멈추게 해도 될지 난감하다.
다리는 어느 정도로 벌려야 할지, 여성이라면 한 발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 미스코리아 자세를 해야 할지, 주먹 크기 정도의 간격만 남겨두고 서 있으면 될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이 하얘지기 쉽다. 이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반대로 하면 도움이 되는 행동까지 면접 D-4일에 연습해 보기로 한다. 카메라를 켜두고 본인의 모습을 찍어본 후, 교정하는 과정까지도 집중적으로 연습하시기 바란다.
1) 뒷짐 지기
바디랭귀지에서 손이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동작부터 말씀드리겠다. 손은 '드러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내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손동작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쉬운 이해를 위해 잠시 예를 들어볼까?
해외여행을 갔다.
무장강도를 만났다.
그들이 총구를 겨누며 외친다.
"손들엇!!!!!!!!!!!!"
이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1] 두 손 들라는 말은 없었으니, 한 손만 번쩍 든다.
2] 생각할 겨를도 없다. 양손 모두 번쩍 든다.
100이면 100명 다 양손 모두 번쩍 들 것이다.
이때 주먹을 쥘 것인가, 손을 펼 것인가?
손을 펼 것이다.
손바닥을 보여줄 것인가, 손등을 보여줄 것인가?
손바닥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 손바닥은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저 아무것도 없어요. 일 원 한 푼 없어요. 총이나 칼도 없어요. 그러니 해치지 말아 주세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손은 한결같이 사람의 내면을 대변했다. 과거에는 전쟁에서 항복할 때 많이 쓰던 제스처였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범인들이 경찰 앞에서 많이 했을 것이고, 이는 영화를 통해서도 많이 보셨을 것이다. 앞선 일례에서처럼 무기를 가진 무장강도 앞에서도 저절로 나오는 행동이기도 하다.
'나는 결백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너에게 모든 것을 다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손바닥'을 상대방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면접에서 손바닥을 활용해 답변 내용을 설명한다면 상대방에게 '저 친구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군.'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손이 덜덜 떨리는 걸 숨기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어떻게 해서든 덤덤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손이 보이지 않도록 마음먹고 슬그머니 뒷짐을 진다면?
'무언가 숨기는 것 아냐?'
떨리는 걸 숨기고 싶었을 뿐인데 상대방은 오해하기 쉽다. 떨리는 마음이 아니라 무언가 중요한 걸 숨기는 것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숨기는 것은 없는데!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뒷짐을 지는지를 생각해 보자. 수업시간에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을 봤는데 선생님께 들켰을 때, 집에서 숙제할 시간에 장난감을 만지다 엄마아빠에게 들켰을 때, 여자친구를 위해 꽃 한 송이를 포장해 몰래 숨겨 갈 때. 의도가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는 '숨 막히는 뒤태'를 활용하곤 한다.
고백할 때는 유용할지라도 면접장에는 유용하지 않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떨리더라도 손을 앞으로 모으자. 그래도 덜덜 떨린다면 한 손으로 다른 한 손을 꼬옥 움켜쥐면 한 손이 다른 손에 의지하면서 덜 떨릴 수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데 듬직한 내 손이 준비돼 있다니 '럭키비키'잖아?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떨리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면접관도 지원자 시절에 다 떨었다. 이걸 모를 리 없고, 지원자가 떤다는 것 또한 불합격시킬 일도 아니다. 자신이 탈락했다면 떨기 때문이 아니라, 제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떨리는 마음은 고정값으로 넣고, 최선을 다해 '솔직하게' 면접에 임하자.
손동작과 손바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연장선상에서 덧붙이자면, 면접 볼 때 테이블 앞에 앉는다면 손은 반드시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기를 추천한다. 손을 테이블 밑에 두고 있으면 소극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업무 상 거래처 직원과 미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손은 항상 상대방의 시야 안에 있어야 신뢰감을 준다. 적극성을 드러내기도 쉬우니, 무의식적으로 손을 테이블 밑으로 내리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나서는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손동작을 같이 사용하면 두뇌회전도 빨라진다. 생각나지 않았던 단어들을 떠올리기도 쉽고, 말의 내용도 훨씬 잘 전달할 수 있으니, 거울을 보며 제스처를 많이 연습하시기 바란다.
2) 팔 꼬기
팔을 꼬는 동작 역시 지양하는 것이 좋다. 뒷짐지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팔을 꼰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감을 드러낼 때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나야!'
주로 성공한 CEO의 모습이나 병원장 홍보 포스터, 대치동 일타강사 포스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세다. 과거 걸그룹의 안무에서도 볼 수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노래 중 [아브라카다브라]라는 음악이 있다. 이 춤의 명칭이 '시건방춤'이다. 시건방의 사전적 정의는 [비위에 거슬리게 잘난 체하며 지나치게 주제넘은 태도]이다. 자신감이 지나치다는 뜻인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팔을 꼬는 안무를 택했다. 안무의 작명 센스가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인간이 무의적으로 하는 행동 중에 이유 없는 제스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방어의 자세다. 미지의 적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는 것이다. 미지의 적이라 함은, 긴장된 상황, 상대방의 공격적인 질문, 실질적인 신체적 위협 등 상당 부분을 아우를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의 신체에서 보호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두 곳을 꼽으라면 머리와 가슴일 것이다. 생명과 직결된 뇌와 심장이 있는 곳이다. 보통 이성적인 실수를 했을 때는 머리를 감싸 쥐고, 마음이 상처를 받았을 때는 가슴을 움켜쥔다.
이런 경우는 어떤 의미일까?
자녀가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다. 식탁 앞에서 엄마가 팔짱을 끼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의 팔짱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생각보다 자녀 성적이 낮게 나왔을 경우(=미지의 적), 속상할 자신의 마음을 미리 보호하기 위한 '보호 장벽의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의 심리를 방어한다고도 볼 수 있고, 이미 상대방을 꿰뚫고 있으니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하다.
회식이 늦어진 남편, 연락도 없이 새벽 2시에 귀가했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팔짱을 껸 채 묻고 있다.
"지금이 몇 시예요?"
아내는 지금이 몇 시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게 아닐 것이다. 아내의 의도를 짐작건대, '나는 네가 왜 늦었는지 알고는 있으나, 내 생각보다도 더 늦었다. 나를 납득시킬만한 이유를 세세히 대지 못하면 너의 멘털을 바싹 말려 가루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변명으로부터 '방어의 성벽'을 탄탄히 쌓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 웬만한 핑계로는 내 팔짱이 풀리기를 기대하지 마라,라는 큰 뜻도 내포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팔을 꼰다는 것은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덜 당황하기 위한 방어 기제이기도 하다.
면접에서 나를 방어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면접은 질문하는 상대방과 답변을 해야만 하는 지원자와의 갑을 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자리이다. 대부분의 지원자는 제발 나에 대해 궁금해해 주길 바란다. 이왕이면 내가 잘 알 수 있는 분야를 질문해 주기를 바라며 성심성의껏 답할 준비를 하면 될 뿐이다. 굳이 가슴 앞에 성벽을 쌓아 방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면접장에서는 '당신의 질문에 따라 내가 답할지 말지를 결정할게',라는 이미지보다, '나는 어떤 질문이든 듣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제발 집중해서 마음껏 물어봐 주십시오',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면접장에서만큼은 팔짱을 끼는 자세는 꼭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3) 다리 꼬기와 다리 떨기
"기소하실 건가요?"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은 경찰 앞에서 다리를 꼬며 이렇게 물었다. 경찰은 쩔쩔맸다. 이 행동 하나로 그녀가 경찰을 얼마나 무시하고 얕보았는지를 알 수 있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장면은 많이 보셨을 것이다. 지원자가 면접관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행동할 리는 없겠지만, 다리를 꼬는 것에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먼저 자세가 흐트러진다. 삐딱한 자세는 사람의 이미지도 삐딱하게 만든다. 반듯하고 바르다는 이미지를 풀풀 풍겨도 모자를 귀한 시간에 괜히 다리를 꼬아서 내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누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듯이, 바른 자세에 바른 신념이 깃드는 법이다.
여성들은 항변할 수도 있다. 스커트가 짧아 불편하고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길 우려 때문이다. 미니스커트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축성 없는 소재 특성 때문에 의자에 앉았을 때 치마가 생각보다 많이 올라갈 수도 있다. 당황한 지원자는 자칫 속옷이 보일까 노파심에 조심스럽게 다리를 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안이었고, 미리 의상 점검을 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면접관은 '처음 입어보는 정장이 불편한' 지원자의 세세한 사정을 배려하지도 않을뿐더러 미처 그런 부분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저 이 삐딱한 자세가 좋아 보일 리 만무할 뿐이다.
면접은 길어야 10분이다. 이 귀한 10분에 긍정적인 이미지만 팍팍 심어줄 노력만 하자. 그래서 앞서 면접 보기 전에 미리 의상을 입어보고 의자에도 앉아보시라 말씀드린 것이다. 면접 전에 의상 체크는 필수다. 만약 생각보다 스커트가 불편하고 노출이 과해진다면 과감히 의상을 바꿔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긴장하면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덜덜 떠는 지원자도 있을 것이다. 심장이 두근대는 걸 떠나 실제로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이게 내 맘대로 조절되는 게 아니라 더 안타깝다. 궁여지책으로 다리가 떨리는 걸 감추고 싶어서 다리를 꼰다는 지원자도 있다. 다리 떨기 단점을 숨기 위해 다리를 꼬는 악수를 택하는 상황. 이 역시도 지양해야 한다.
다리가 떨린다면 차라리 손바닥으로 무릎을 차분히 감싸보자. 다리가 떨릴 때 무릎에 손만 닿아도 상당 부분 진정이 된다.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달걀을 쥐듯 주먹을 살짝 쥐고 무릎 위에 얹어놓자. 여성은 두 손을 모아도 좋다. 그리고 면접인데!! 떨리는 게 당연하다. 떨리면 떨리는 대로 놔두어도 된다. 지원자의 다리가 떨린다고 불합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리를 꼬는 것은 '태도 불량'으로 불합격 사유가 될 수도 있다.
4) 삿대질
또 하나 유념할 제스처는 바로 삿대질이다. 누구를 비난하기 위한 손가락질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분들은 서둘러 교정하는 것이 좋다. 왜일까? 다음 사진을 보면 느낀 바가 있을 것이다.
화살처럼 날카롭다. 찌르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이렇게 검지손가락을 들었다면? 구체적 이유는 댈 수 없지만 기분이 좀 상한다.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없다. '내가 물건도 아니고 왜 삿대질을 하고 난리야...'
그렇다. 전통적으로 '손가락질'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즐겨 쓰는 관용어구 중에 '손가락질당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좋지 않은 언행을 했을 때 비난을 당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손가락은 방향 지시등 같은 역할로 특정 포인트를 지목하거나, 화살촉 같은 상징성을 띄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 주로 쓰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로 물건을 고르거나, 강의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을 때, 혹은 저 멀리에 있는 어느 위치를 특정할 때 검지손가락을 쓰고는 한다.
사람을 향해서는 잘 쓰지 않는 제스처이지만, TV에서 종종 보는 경우도 있다. 공격용 의미로 쓰일 때다. 범죄자를 향한 비난의 의미를 담을 때, 정치인들이 국정감사장이나 대정부질문 등 정치적인 행사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고 몰아세우는 용도, '혼내는' 용도로도 쓰곤 한다.
우리가 면접 D-4일 과정에서 카메라를 통해 손가락 움직임까지도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교정해야 하는 이유를 다소 장황하게 말씀드렸다. 놓치기는 쉽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의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행동을 굳이 면접장에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신도 모르게 삿대질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이렇게 바꾸도록 하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손가락 대신 손바닥을 사용하는 것이다. 삿대질처럼 날카로운 느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러우면서도 정중한 느낌, 격조 있는 제스처를 사용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추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제스처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몸짓 언어를 잘 사용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 스피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
5) 굳은 표정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거울을 보고 웃는 표정을 연습 하자. 긴장하면 얼굴이 굳어진다. 우리 얼굴에는 42개의 근육이 있다. 크고 작은 근육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표정을 만드는데, 긴장하는 순간 42개의 근육도 경직되어 버린다. 어디 얼굴만 굳어지랴. 온몸도 얼어붙는 느낌이다. 아예 떨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이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표정을 연출하려 노력해야 한다. 어떤 표정이 좋은 표정인지, 그리고 거울을 보고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