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D-4
오늘은 면접 시 하면 좋은 행동에 대해 중요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 면접 시 하면 좋지 않은 행동은 지난 화에서 다루었다. (10화 면접 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brunch.co.kr))
웃으면 복이 와요
'웃으면 복이 와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고 해도, 수많은 의사결정은 사람과 사람과의 대면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인상을 남긴다는 건 본인이 일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할 기회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뒤센 미소와 팬암 미소
그럼 좋은 인상이란 무엇일까? 뒤센 미소를 꼽고 싶다. 배우 안성기 님의 미소를 본 순간 뒤센 미소의 표본이라 생각했다. 눈빛이 온화하고 따뜻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지 않는가? 면접이라는 특정 상황이 아니더라도 업무적으로, 혹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표정을 가진 분을 만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맑게 갠 하늘을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이런 미소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품격 있는 미소는 미학적으로 예쁘고 잘생긴 것과는 결이 다르다.
뒤센 미소의 반대는 팬암 미소가 꼽힌다. 입은 웃고 있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고 싸늘한, 전형적인 '가식적인 미소'를 말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역)에게 보였던 박연진(임지연 역)의 미소를 꼽을 수 있겠다. 아래의 장면은 성인이 된 학교 폭력 가해자 박연진이 피해자이자 딸의 담임이 된 문동은에게 '자신을 향한 복수를 응원하며' 보냈던 비소이다. 드라마에서는 비웃음의 의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긴장된 상황에 놓였을 경우 본인도 모르게 이런 미소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나 긴장감이 팽팽하고 공기가 얼어붙은 것 같은 면접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표정이나 말들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평소에 연습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좋은 인상은 타고난 것 아냐?"
당연히 타고난 사람도 있다. 하지만 타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좋은 인상을 잘 '만들 수 있다'. 낙숫물도 바위를 뚫는 법이다. 근육 정도야 쉽게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루아침에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게 바로 근육이다.
우리의 얼굴에는 42개의 근육이 있다. 이 근육들을 움직여 19개 정도의 표정을 만들 수 있는데, 그중 진심을 숨길 수 없는 단 하나의 표정이 있다고 한다. 가식적이지 않은 미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 그게 바로 '뒤센 미소'이다.
마흔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 업무를 하고, 비슷한 생각과 표정으로 살아가게 된다. 어느 정도의 연령에 닿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단 하루 인상을 썼다고 미간에 주름이 패진 않지만, 10년을 한결같이 인상을 썼다면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주름골이 생긴다. 반대로 10년을 한결같이 웃는다면 웃음이 지나는 길목마다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어떤 주름이 남길 바라는가?
뒤센 미소 연습하기
연습 방법은 매우 쉽다.
1) 매일 아침, 저녁으로 거울을 본다.
2) 기분 좋은 생각을 한다.
3) 눈을 가늘고 길게 뜬다. 이모티콘 ^^ 모양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4) 입꼬리를 귀 끝까지 붙인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눈이다. 입꼬리와 눈꼬리가 만나 동그란 원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표정을 지어본다. 눈을 가늘게 떴다가 점점 크기를 키워가며 어색하지 않은 눈웃음을 찾는다. 이건 사람마다 정도가 달라서 반드시 거울을 보고 연습해야만 한다. 입꼬리는 어느 정도로 올려야 할지, 눈꼬리는 어느 정도로 가늘게 떠서 내려야 할지 스스로가 보기에도 가장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표정을 찾아야 한다.
본인의 느낌과 실제로 거울 속에 비치는 표정은 다를 수 있다. 분명 눈이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거울 보고 표정을 지어보면 어색하기 일쑤다. 혼자 느낌만으로 미소 연습을 하지 말고, 꼭 거울을 보고 연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거울을 보고 적합한 표정을 찾았다면, 일상생활을 하며 수시로 표정을 만드는 연습을 딱 한 달만이라도 해보자. 인상이 달라져 있다.
앞서 배우 안성기 님과 임지연 님의 사진을 비교했는데, 큰 차이점은 '눈'에 있다. 눈이 웃어야 한다. 진심은 눈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반드시 '거울'을 보고 연습하시기 바란다. 거울만이 나의 모든 표정을 바라봐 주고 더 나은 길로 인도한다.
곁들이면 좋은 제스처
표정까지 연습했다면 이제는 실전 면접에서의 태도에 대해서 탐구해 보겠다.
1) 끄덕끄덕
면접장에서의 필승 전략은 '답변 잘하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듯하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경청'을 꼽는다. 모든 대화에서 다음 단계로 전진하기 위한 첫 번째 허들은 '잘 듣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상대방이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하면 '벽창호' 소리를 듣는다.
생각해 보자. 우리의 어머님들은 달변가다. 말씀이 얼마나 청산유수인가? 하지만 내가 필요한 건 용돈이다. 어머니는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성적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신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지만, 내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왜냐.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관도 그렇다. 듣고 싶은 답은 이게 아닌데, 지원자는 본인이 준비한 답변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표정은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분명 답답해할 것이다. '면접관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군.'
면접에서는 '주제를 잘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캐치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한다. 면접관이 질문할 때는 잘 듣고 있다는 제스처로, 눈을 마주치며 '끄덕끄덕'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면서 재빨리 키워드를 파악하고, 답변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어떤 식으로 키워드를 찾아서 구조화해야 할지는 앞에서 연습해 보았다. 혹시 잘 되지 않는 분들이라면 앞으로 다시 돌아가 연습을 더 해 보시기 바란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면접관과도 상호작용을 했다면, 내 옆에 앉은 지원자의 대답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답변에도 참고가 될뿐더러, 면접관들이 보기에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긴장되고 떨리는 상황에서도 다른 지원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인재라니, 탐이 나지 않겠는가?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이른바 '습관성 끄덕끄덕'이다. 과유불급! 면접관이든, 옆의 지원자든 모든 사람들의 말에 습관적으로 자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오버액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한 노력은 좋지만,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이면 안 된다. 이렇게 형식적으로, 보여주기식으로 오버해서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이런 공격적인 질문을 받기 십상이다.
"조금 전, 옆 지원자가 했던 말을 요약해 보세요."
2) 둥근 공
가장 무난한 제스처를 꼽으라면 바로 이 동작을 말씀드리고 싶다. 둥근 공을 만지는 것처럼 손바닥을 마주하거나, 풍선을 슬쩍 허공에 날린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해 주면 좋은 동작이다. 두 손이 부담스러우면 한 손으로 해도 충분하다. 여러 제스처 중에 이 동작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활용도가 가장 높고,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연습만 몇 번 하면 가장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강조점 없이 지원자의 답변을 부연할 때 함께 쓰면 좋은 동작이다.
면접에서 적당한 손동작을 사용하는 것은 지원자의 긴장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백지장이 될 때 손을 사용함으로써 뇌의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땐 손을 움직여 보자. 손을 사용하면 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면접 준비를 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연필과 노트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 몇 장을 첨부하니, 제스처의 느낌을 확인하고 가시기 바란다.
3) 강조하는 손짓
앞서 지난 글에서 면접 때 하지 말아야 할 동작 중 하나로 삿대질을 짚었다. 이번엔 반대다. 검지손가락을 상대방에게 향하는 대신 하늘로 향한다면 '강조'의 의미가 된다. 1등 기업, 1등 학원, 최고의 의미를 가진 제스처로, 영업이나 홍보 포스터에 많이 등장하는 단골 포즈 중 하나로 쓰인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처럼, '삿대질'이라는 제스처 하나를 방향만 바꾸면 가장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 '1등' 제스처가 되니 이 얼마나 장난 같은 몸짓 언어인가.
강조하는 손짓은 면접 시 이런 말과 함께 사용하면 좋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가장 중요한 점을 배웠습니다."
"이 점만은 꼭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4) 스피치 스트라이크 존?!
야구에 스트라이크 존이 있듯이, 스피치에도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 보편적으로 화자도 청자도 큰 거부감이 없는 '제스처의 스트라이크 존'은 TV 뉴스 프레임이라 생각한다. TV 뉴스에서 보는 앵커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머리 위에 약간의 공간이 있고, 데스크 위에 손이 올려져 있다. 시청자와의 거리감은 어떤가? 가까운 듯하면서도 적당히 떨어져 있는 듯하다.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고, 손의 움직임은 자유로워 보인다. 대면 관계에서도 대부분의 제스처는 이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친구나 가족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때 제스처 사용 반경을 어느 정도로 두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커피숍에 가서 담소를 나누는 옆 테이블을 관찰해 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의 제스처 반경을 확인할 수 있는데 대동소이할 것이다.
또 손동작이 이루어지는 범위에 따라 화자의 성격도 가늠할 수가 있는데, 몸 앞에서 작게 움직이는 사람은 조용하거나 소극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고, 반대로 몸통 바깥쪽으로 제스처 범위를 크게 가져가는 사람은 적극적이거나 화통하거나 활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손동작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면접장에서는 손동작을 어느 정도로 움직이는 것이 적당할까? 크게 두 공간으로 나누어보자. 머리부터 목까지, 나머지는 가슴부터 허리까지다. 대부분의 제스처는 후자인 가슴부터 허리 사이에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내용을 좀 더 강조하고 싶거나 적극성을 드러내고 싶을 때는 얼굴 쪽까지 범위를 넓혀도 좋지만, 얼굴 쪽으로 손이 자주 올라가면 오히려 부산스러워 보이며 면접관의 시선을 빼앗기 쉽다. 손동작은 조연이어야 한다. 면접관과 직접 마주하는 얼굴이 주연인 만큼, 적당한 사용 범위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몸통을 벗어나는 제스처는 한두 번 정도만 사용하길 권한다. 어떤 상황을 극대화하거나 과장할 때 동작을 크게 하기 마련인데, 모든 동작이 다 크면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옆의 지원자를 배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과장광고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으니, 이 또한 카메라를 보며 본인의 제스처 범위를 체크하는 것이 좋겠다.
팁을 하나 더 드리자면, 손이 가슴과 가까울수록 '진심'을 다해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다. 어떠한 경험을 통해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느꼈다는 부분을 말할 때나, 입사하고 싶은 의지를 말할 때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함께 한다면 지원자의 진심을 한층 더 어필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고백할 때나, 나의 진심을 믿어달라며 상대방에게 어필할 때 가슴 위에 손을 얹는 것처럼, 면접에서도 '진정성'을 내세우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다.
24시간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다
면접은 기세다. 그런데 기세 있게 면접장을 향하려면 심리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단 하루 카메라 앞에서 연습했다고 모든 면접에 합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24시간을 이용했다. '24시간,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불합격 통보를 받든, 부모님께 혼이 나든, 친구와 언쟁을 벌이든, 연인과 다투든, 표정이 구겨질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바로 눈을 감고 마인트컨트롤을 했다.
'이것이 방송이라면, 나는 찡그린 표정을 짓지 못하겠지. 언제고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으니 평소에도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다고 생각하자.'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서둘러 마음을 다잡고 표정부터 바꾸었다. 표정을 바꾸니 어깨가 펴졌고, 허리도 곧게 뻗을 수 있었다. 고개를 숙여 바닥만 보며 걸어가다가도, 이건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바로 허리를 펴고 정면을 보며 무쇠의 뿔처럼 뚜벅뚜벅 씩씩하게 걸었다. '일상생활이 방송이 되게 하자'가 나의 목표였고, 필자는 수십 번의 면접 끝에 그토록 원하던 아나운서와 앵커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앞서 면접 D-4일 과정을 연습하기 위해 면접장과 비슷한 환경을 꾸며두고 카메라와 함께 연습하라고 한 맥락도 동일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하루 몇 시간 연습에서 그치지 말고, 모든 면접 연습은 24시간 계속된다고 여겨야 한다. 연습이 끝나고 나서도 바른 자세와 시선 처리, 결론부터 말하는 스피치까지 신경 쓰며 생활하시기를 바란다. 연습이 습관이 되면 이상이 일상이 된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단 한 번의 면접으로 합격의 과실을 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내가 그 행운아가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어차피 모든 면접의 끝은 탈락 아니면 합격, 둘 중 하나이다. 이번 시험의 합격자가 내가 아니라면, 다음의 합격 주인공은 내가 될지 모른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합격이라는 결과를 맺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24시간 면접용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걸음걸이와 표정부터 변할 것이다. 자신감과 당당한 자세, 지원자의 노력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여러분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