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면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할 시점이다. 오늘은 최종 리허설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핵심은 '실전처럼' 하는 것이다.
교실-강의실-공유 오피스로 떠나자
모의 면접을 진행할 장소는 실전 면접 장소와 유사한 곳을 고른다. 만약 중고등학생이라면 교실이 가장 유력한 장소가 되겠다.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라면 대학교 세미나실이나 공유 오피스 등을 빌려 하루 동안 모의 면접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확실한 건 집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은 우리에게 익숙함을 주지만, 익숙함만큼이나 나태함도 함께 안겨준다. 집 주위에는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모의 문답 하나 했는데 눈앞에 냉장고가 보여서 음료수 한 잔 마시고, 모의 문답 하나 더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잠시 소파에 앉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침대에 눕기가 다반사다. 잠시만 눕는 게 목적이었는데 깜박 잠이 들어 한두 시간은 그냥 흘려보내고 그렇게 땅을 치며 하루를 허비하게 된다. 온종일 면접에 신경을 쓰느라 정신적으로는 피곤할 것이다. 정작 마무리 지은 것은 많지 않다. 스트레스만 더 쌓이게 되는 형국이다.
과감히 문밖을 나서라. 그래야 실전에서 살아남는다.
등산을 즐기는 배우 유해진 씨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산을 가기 싫으면 일단 신발부터 신어라. 그러면 벌써 반이 해결된다."
JUST DO IT. 그냥 바로 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한다. 피겨여왕 김연아 씨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제작진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일단 집을 나서자. 그리고 그냥 해보자. 준비한 것은 별로 없지, 말은 생각대로 안 나오지, 머릿속은 복잡하지...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받고 면접이라는 상황도 두려울 테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발부터 신어라.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낯선 공간에서 긴장감을 한껏 높이고 실전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피할 수는 없으니, 일단 부딪혀보기라도 해야 한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느 직위에 있게 되면 그 직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더라는 뜻의 오랜 표현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옷이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모의 면접을 할 때는 진짜 면접을 보는 것처럼 의상부터 헤어스타일, 신발까지 다 갖추어야 한다. 마음가짐부터 달라질 것이다.
학생이라면 교복을 입는 것이 제일 좋다. 면접관의 눈에는 교복이 제일 단정해 보인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도 깔끔히 정돈해야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단정해 보이는 이미지일수록 일처리도 깔끔히 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좋다. 자기 관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손톱은 길지 않게 정리하고, 셔츠 깃에 볼펜 등이 묻지 않았는지 한 번 더 확인하면 좋다.
입사면접이라면 단연 정장을 입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직종에 따라 유니폼을 입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에도 세탁을 깔끔히 하여 단정하고 정돈된 모습을 내세우는 것이 좋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정장을 처음 입어보는 경우도 많다. 집안의 경조사에 잠깐 입어본 것과는 다를 것이다.
미리 입어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실제 면접 당일에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처음에 정장을 입으면 낯설다. 내 옷이 아닌 것만 같다.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고 불편하다. 자꾸 어깨를 들썩이게 되고, 옷깃을 만지작 거리며 어색해한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일은 처음에는 다 어렵다. 두 번째는 덜 어렵다. 안 그래도 긴장될 실전 면접에서 몸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혹은 불편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낯선 정장'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려면 모의 면접에서 미리 입어보며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
신발은 새것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깨끗해야 한다. 혹시 먼지나 진흙등이 묻어 있다면 닦거나 제거해야 한다. 면접 당일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올 수가 있다. 그때는 미리 예상한 시간보다 서둘러 출발한다. (대중교통이 밀릴 경우 등 대비) 소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화장실에서 신발에 묻은 진흙 등을 제거해 차림새를 정비한다.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는 지원자를 나쁘게 볼 인사팀은 없다. 오히려 눈여겨 두었으면 모를까.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면접관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 특히 신발에까지도 '단정함'을 장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외모가 첫인상에 미치는 영향
의상이나 신발 같은 외관들이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지만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옆에 있을 다른 지원자가 어떻게 입고 올지를 상상해 보자. 긴가민가 갸웃하다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정장 바지를 입을까, 면바지를 입을까 고민된다면 정장 바지를 택하면 되고, 감색(어두운 남색) 정장을 입을까, 살구색 정장을 입을까 고민된다면 감색을 택하라.
필자는 신입기자 면접에 토론 면접 진행자로 들어간 경험이 있다. 생각보다 준비 없이 온 지원자들이 많아서 적잖이 당황했다. '이대로 공원으로 나들이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가볍게' 입고 온 지원자도 있었고, 옷장 깊숙이에서 어젯밤 꺼낸 듯 주름이 자글자글한 정장을 입고 온 지원자도 있었다.
이들을 후배로 맞아야 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해당 직종이 절실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쓰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보고 난 뒤 의문만 잔뜩 남았다.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나?' 혹은 '면접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나?' 지레짐작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언론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바늘구멍에 가까운 시험이었으며, 누군가는 '언론인'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해 재수, 삼수도 불사하기도 한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의 절실한 마음을 알기에, '성의 없는' 태도가 못내 아쉬웠다. 물론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그들을 보지는 못 했다. 결론적으로, '사랑'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10분은 반드시 채워라
계속해서 강조하는 말이지만, 면접을 준비하면서부터는 24시간 카메라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보내야 한다. 모의 면접을 위해 집을 나설 때도 당연히 카메라를 챙겨야 한다. 실전 면접에서 주어진 시간은 짧으면 5분, 길면 10분 정도 될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면 그룹 면접일 텐데, 그룹 면접 역시 인원수 별로 시간을 분배하다 보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수 분 이내이다.
따라서 면접 대비는 10분을 기준으로 잡고 진행하도록 하자.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녹화를 해야 한다. 녹화 버튼이 눌러졌다면 지원자의 말이 엉망이 되든 말든 어떻게 해서든 10분을 채워야 한다. 중도 포기는 없다. 말이 삼천포로 흐르고 스스로의 논리가 무너지더라도 무조건 10분은 채우고 녹화를 마쳐야 한다.
연습 과정에서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채워야 실전에서도 정신을 수습할 수가 있다. 나의 논리가 무너지고 주술관계가 흐트러지고, 말의 방향을 상실했을 때도 수습하는 연습이 없다면 실전에서도 잘할 수가 없다. 실전에서는 연습했을 때 기량의 80%만 발휘해도 성공이다. 남들이 100을 연습해서 80만큼 발휘할 때, 우리는 130을 연습해서 100을 채우면 된다.
말이 10분이지, 사실상 10분 안에 지원자는 많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질문 서너 개 정도면 10분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모의 면접은 그룹으로
모의 면접은 가급적 그룹으로 꾸려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일부는 면접관의 역할을, 일부는 지원자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것이다. 면접 준비에 심취하다 보면 면접관의 의도를 미처 헤아리지 못할 때가 있다. 면접의 핵심은 질문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면접관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동문서답을 하게 된다. 모의 면접에서 면접관의 역할을 해보면 닫혀있던 시야를 넓힐 수 있고,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면접관의 의중을 헤아릴 수도 있게 된다. 또 어떤 대답에 꼬리 질문이 나가는지도 알 수 있다. 면접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면접 대비에도 도움이 되는 이유이다.
또한 지원자들의 대답을 들으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다른 이들의 대답을 듣고 있다 보면 새로운 지혜를 깨달을 때가 있다. 저렇게 대답하니 말의 요지가 잘 들리는구나를 깨달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나는 저런 식으로 대답하면 절대 안 되겠다'라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도 얻을 수 있다.
본인이 지원자의 역할을 할 때도 얻을 것이 많다. 면접관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질문이 날카로움을 느낄 것이다. 내가 준비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기도 하고, 대답의 허점을 찾아내 꼬리를 물고 압박 면접을 하기도 한다. 실전에서가 아니라 연습에서 미리 당황하는 경험을 했다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 모든 것들은 그룹 모의 면접이라는 연습이 없었다면 절대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이다.
집을 나서는 것부터가 실전이다
면접관이 눈앞에 있어야만 채점이 되는 것이 아니다. 5분, 10분 안에 모든 게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에 받는 스트레스는 너무나 클 것이다. 마인드컨트롤로 스트레스를 분산시킬 줄 알아야 한다. 좁게는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나오기까지가, 넓게는 우리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까지 모두 면접이라고 생각하자.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나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본다. 걸음걸이, 태도, 표정 하나까지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학교 입시 면접을 보든, 회사 입사 면접을 보든 동시간대에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자. 혹시 아는가? 인사팀 누군가일 수도 있고, 면접관 누군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면접장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지원자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면 본인의 긴장감도 풀릴뿐더러,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 기분 그대로를 가지고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좋은 기분은 표정에도 드러날 것이다. 면접관이 보기에 온화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가진 지원자로 남을 수 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시험과 관련된 인물이었다면, 면접장에서 관련 일화를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자.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구나, 감사히 여기며... 행운과 인연은 노력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다.
오늘의 일정은 그간 준비해 왔던 것들을 점검하는 하루가 되었다. 부족했던 부분을 찾게 된다면 보완하면 된다. 이렇게 하나하나 채워나가면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