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D-3
어제까지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면접 준비였다면 오늘부터는 보편적 상식에 대한 준비를 해보려 한다. 언론사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웬 시사? 직종과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뉴스를 대체 왜 물어보는 것일까?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단순히 뉴스를 보고 있는가가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한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인 이윤 추구를 위한 것도 세상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이해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학문은 말할 것도 없다. 입시 면접을 보든, 기업 면접을 보든 우리가 세상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확인할까.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세상을 보는 지원자의 시각과 인생철학을 살펴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고민의 흔적에서 여러 가지를 에둘러서 묻는 질문들이 나오는 것이고, 그중 가장 쉽고 간단한 길이 바로 시사를 물어보는 것이다. 다소 어렵더라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꼭 공부하시기 바란다. 면접을 3일 앞둔 오늘, 하루를 오롯이 할애해도 될 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신문의 중심에서 면접을 외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를 한눈에 파악하려면 무조건 신문부터 펼쳐야 한다. 요즘 누가 종이로 신문을 보느냐 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가 주는 이점은 분명하니, 이번만큼은 바스락 거리는 종이 신문을 뒤적여보시기 바란다.
각 언론사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 중에 국민들에 전할 가치 있는 기사를 고르고 또 고르며 치열하게 고민한다. 모든 소식을 다 전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면의 한계, 시간의 한계, 글자의 한계도 있을 뿐더러,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도 그 모든 소식을 다 감당할 여력이 없다.
면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주요 이슈를 '선별'해서 '정리'까지 하여 알려주는데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다. 그렇다면 신문은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신문을 어떻게 보지?
우선 1면을 보자. 1면은 신문사의 얼굴이다. 우리가 외출할 때 화장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가꾸고, 멋진 의상을 고르는 것처럼, 언론사에서도 매일 새벽을 여는 핫이슈를 선정하고 기사를 배치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 매일 아침마다 선을 보는 기분으로 초집중하여 기사를 내보낸다.
따라서 매일 아침 주요 언론사들이 '어떤 소식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잡았는가' 이 부분만 확인해도 어디 가서도 주늑들 필요가 없다. 말할 소재가 떨어져 전전긍긍할 일도 없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본 내용들만 읊어도 상대방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유식함을 뽐내고 싶다면 신문을 보라.
1면을 보긴 봤는데... 언론사마다 주요 이슈가 겹친다.
'다 비슷비슷한데 어디를 보라는 말이지?'
시선을 사로잡는 그 '헤드라인'
기사 별로 헤드라인을 보면 된다. 신문사가 뽑은 헤드라인을 유심히 본 경험이 있는가? 말을 잘하는 비결이 궁금하다면, 신문의 헤드라인을 공부하는 게 답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각 신문사의 헤드라인이야말로 은유와 비유의 절정이자, 핵심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촌철살인의 꽃이기 때문이다.
신문 1면을 훑다 보면 각 언론사마다 주요하게 다루는 이슈들이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이슈를 두고 저마다 표현이 달랐을 것이다.
어떤 기사에 눈이 먼저 가는가? 어떤 헤드라인으로 쓰인 기사를 먼저 보고 싶은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면접관을 사로잡는 지원자의 '임팩트 있는 첫마디'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의 경력은 대동소이하다. 저마다 열심히 공부했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경력과 이력을 촘촘히 채웠을 것이다. 학점은 물론이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자격증과 언어 능력도 쉴 틈 없이 가꾸었을 것이다.
누가 들어도 대단하다! 싶은 경험을 한 지원자는 '단독 취재' 정도로 여기자. 내가 지금 당장 이루지 못한 성취라면, 같은 지원자로서 충분히 인정해 주자. 대신 나는 나의 장점을 내세우면 된다.
그런데 내 경력과 경험을 어떻게 내세울까? 나만의 킬러 콘텐츠를 포장할 좋은 표현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기서 지원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똑같은 이슈를 가지고 신문사들이 저마다 다른 표현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우리도 대동소이한 지원자들의 경력을 저마다 다른 표현으로 면접관의 시선을 사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시선을 두었던 그 표현이 있다면, 나만의 노트에 바로 기록해 두자. 눈으로 한 번 보고 손으로도 한 번 써 보고, 입으로 한 번 더 소리 내어 말해보자. 무릎을 탁 쳤던 그 표현은 곧 나의 것이 된다.
특히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완성된 문장으로 만들어보자. 2024년 9월 29일 자 동아일보 기사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보겠다.
제목은 이렇다.
<차 위에 집 짓고 적재함 개조... 불법 튜닝 차량 5년 새 122% 늘어>
이 부분을 완성된 문장으로 만들어 읽어보는 것이다.
<차 위에 집을 짓고 적재함을 개조한 차량들이 늘었습니다.
이 같은 불법 튜닝 차량은 5년 사이 122%나 늘었다는 기사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 본다면 기사를 읽고 팩트를 보강할 수도 있다. 여기서 문장은 단문으로 여러 개를 쪼개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주술 관계가 엉터리가 되지 않을뿐더러, 문장을 여러 개로 쪼개서 말할수록 말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화물차 위에 집이 한 채 있는 사진입니다.
이 트럭처럼 적재함에 거주공간을 지어 놓는 경우도 있고요,
보조장치를 개조하는 등 안전을 위협하는 개조 차량들이 늘고 있습니다.
당연히 불법입니다.
얼마나 늘었나 수치를 봤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불법 튜닝 적발 사례는 약 122% 늘었다고 합니다.
올해만 해도 7월까지 만 5천 대에 가까운 불법 개조 차량들이 적발됐습니다.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현행법의 기준을 강화하거나 처벌을 상향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 하나만 읽었는데도 왠지 내가 뉴스 앵커가 된 것 같다. 이대로 연습에 매진한다면 방송 기자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면접에서 받을 점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걸 장담한다.
이렇게 기사를 읽는 습관을 기르자. 눈으로 한 번 읽고, 입으로 두 번 읽고, 귀로 세 번 읽으며 삼박자를 고루 갖추면 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기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문으로 말을 이어가는 연습을 하며 말끝을 흐리는 습관을 고치기도 쉽다. 면접에서 대답을 하다 보면 중언부언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말을 마무리 짓는 연습은 신문 낭독을 통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
신문은 어디서 구하지?
1. 편의점에 가면 된다. 매일 아침 언론사별로 신문을 구비해 놓는다. 늦으면 주요 언론사의 경우 다 팔렸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 아침에 사시길 추천한다.
2.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근처에도 가판대가 있다. 이곳에서 필요한 신문을 구매할 수 있다.
3.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을 찾는 것이다. 도서관에는 주요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신문들을 구비하고 있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언론사별로 1면을 비교하기도 쉽고, 눈에 띄는 헤드라인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대문을 찾아라
각 언론사들이 1면에서 헤드라인으로 잡은 뉴스가 실제로 독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기사가 실시간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포털사이트 뉴스 화면을 켜는 것이다. 분야별 많이 본 뉴스,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를 보면 대중의 관심사와 함께 시사의 흐름도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면에서의 주요 이슈는 꼭 체크하고 가자. 정리하는 법은 간단하다. 면접 노트에 주제를 쓰고, 간단히 어떤 사안인지를 기록하면 된다. 여러 기사를 읽으며 정보를 취합하며 보태면 금상첨화다. 다양한 스탠스를 가진 기사를 읽다 보면 해당 사안에 대한 나만의 생각도 정리되기 마련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중얼중얼 작게라도 소리 내어 기록으로 남겨두자. 논술, 구술 면접에서 소중한 자산이 된다.
분야별로 주요 뉴스를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아쉬울 것이다. 하루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이 방법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괜찮다. 지금이라도 방법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바꿀 수 없는 과거보다 바꿀 수 있는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앞으로는 포털사이트 뉴스를 검색할 때 뉴스를 보는 태도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것만 해도 큰 소득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과 가치관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하루하루 시사를 적립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뉴스를 챙겨보자.
언론사 홈페이지를 뒤져라
포털사이트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확인했다면, 이제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자. 포털사이트 메인이 당일의 실시간 많이 본 뉴스를 정리하는 개념이었을 것이다. 언론사의 홈페이지에서는 보다 심화된 분석 기사를 볼 수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포털사이트는 메인 요리 전 샘플러라고나 할까. 이 중에 관심 있는, 혹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고 싶으면 '메인 한 상'이 차려진 언론사 홈페이지를 열면 된다.
대부분의 언론사에는 핵심 이슈별로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면접 노트에 정리할 때도 언론사의 정리법을 그대로 차용하면 된다. 제목을 쓰고 키워드가 들어간 문장들을 살펴보면 대략 주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 YTN 홈페이지 캡처/ 2024.9.30) 심지어 관련 기사는 날짜 별로 올라와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벼락치기' 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이 얼마나 친절한 안내인가?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신문의 경우, 헤드라인과 서브 헤드라인만 봐도 주요 내용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키워드를 찾고, 관련 내용이 반영된 문장을 읽으면 핵심 사안을 다 머릿속에 넣을 수 있다. 전체 기사 내용을 다 읽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부족할 경우에는 빨간 박스 안의 내용만이라도 읽어두길 바란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심신의 안정은 덤이다.)
정치 이슈 :
경제 이슈 :
사회 이슈 :
국제 이슈 :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를 한 바퀴 돌아보고 오셨으리라 믿고, 빈칸으로 남겨 두었다. 독자들이 키워드를 채워보시길 바란다.
분야별 베스트셀러는?
독서는 지원자 10명 중 7명 정도의 취미로 꼽힌다. 요즘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해도, 면접에서 가장 무난한 취미는 '독서'와 '운동'일 것이다. 뚜렷한 취미도 없고, 그나마 제일 '있어 보이는' 취미라 그런가, 독서를 강조하는 자소서를 정말 많이 보았다.
자소서에 독서를 강조했다면, 실제로 베스트셀러 정도는 알아야 한다. 면접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최근에 읽은 책, 생각보다 별로였던 책, 인생 지침서 등에 대한 질문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유치한 질문이지만,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겠는가?' 정도의 질문으로도 지원자의 '독서 수준'을 가늠하려 할 수도 있으니 이에 대비하시는 게 좋겠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특별한 꼼수 없이도 늘 책을 가까이하는 것일 테다.
요즘엔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가? 질문에 답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바로 서점 사이트에 가서 살펴보도록 하자. 적어도 제목과 저자, 기본적인 내용은 숙지해 두고 왜 그 도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
면접에서 책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면 단순히 독서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묻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서점가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분야별로 어떤 도서가 판매량에 높은지에 따라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예전 부동산 광풍이 불었을 때는 부동산 관련 도서가 상위권을 휩쓸었고, 주식 열풍이 불었을 때는 서점가에 온통 주식 얘기 투성이었다. 대중의 심리가 잘 반영된 곳, 욕구와 욕망을 배설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 정제해 하나의 트렌드로 발전시키는 곳. 그곳이 서점이다. 책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굳이 지금의 면접 준비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어 하루 정도는 오롯이 오프라인 서점에 머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책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지도 살펴보고,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는 책은 어떤 것인지도 살펴보면 좋다. 이렇게 여러 책을 접해 보고, 책을 보러 온 사람들도 관찰하는 등 서점의 분위기를 직접 익히기 바란다. 책을 가까이 둔 사람은 내면의 향기가 다르다. 면접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극장가 움직임과 음원사이트의 순위도 체크해 두는 것이 좋겠다.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고 관심사도 높은 만큼 트렌드를 따라가는 준비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참고로, 면접관의 나이는 자녀가 청소년기이거나, 최근 청소년기를 거치고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연령대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나 음악을 지원자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툴게 아는 척했다가는 면박을 받을 수도 있으니, 지나치게 과장하여 답변을 꾸미지는 말자.
관련 일화가 있다. 필자가 앵커로 근무하던 시절, 낯선 영문의 조합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그룹명과 멤버의 이름을 읽는 데 실수가 없어야 하는데, 정작 나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혹시나 실수할까 봐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요?" 급히 데스크에게 콜을 했고 (생방송 중에 앵커가 제작진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놀랍게도 취재부서에 확인할 필요도 없이 즉답이 나왔다. 어리석은 선입견으로 '아니, 데스크가 어떻게 아이돌 이름을 다 알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따님이 좋아하는 아이돌이었단다. 콘서트도 같이 다녀오셨다고 한다. 데스크는 방송이 끝나고 이리 말씀하셨다. "나도 내가 이 나이에 아이돌 이름을 줄줄 욀 줄은 몰랐지."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으로 통했던 데스크도 '딸바보'였다니.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다.
여기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 것이다.
자만하지 말자.
면접관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