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D-5
오늘은 실전 스피치 스킬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비록 글이지만, 효과적인 말하기 기술이 잘 전달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세세히 써보겠다.
커닝페이퍼 만들기
커닝페이퍼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가? 커닝페이퍼 만들기는 시험 시간에 '커닝'하기 위한 권모술수가 아니라, 학창 시절 내 공부법 중의 하나였다. 과목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어 요약한 종이를 들고 다녔다. 버스며 지하철 등 이동할 때 틈틈이 꺼내 보며 외웠고, 어느 정도 다 외우면 더 줄이고 줄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나중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에 키워드만 남겨두는 정도가 되었다. 커닝페이퍼를 보며 중얼중얼 외우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키워드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시험 당일엔 커닝페이퍼가 없어도 머릿속에 모든 내용들이 떠다녔다.
커닝페이퍼를 만들던 노하우를 면접 스피치에서 활용할 것이다. 우리는 앞서 키워드를 찾았고, 키워드를 토대로 문장을 만들었고,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문단까지 작성했다. 문장을 이미 만들어봤다는 건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기승전결에 맞춘 배열까지 갖춰놓았으니, 키워드만 남겨 즉석스피치를 한다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 문장 외우기는 어렵지만, 키워드 외우기는 쉽다. 우리는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다양항 형태의 문장 만들기를 이어가며 면접 대응력을 키울 것이다.
키워드만 알아도 면접에서 길을 잃을 우려가 적어진다.
키워드만 알아도 면접에서 말문이 막힐 우려가 적어진다.
모든 것은 내 머릿속에 이미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예시를 들었던 문장을 가져와 보았다.
이를 키워드만 남겨놓고 줄여보자. 핵심은 무슨 키워드인지 본인은 알아볼 수 있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키워드를 토대로 서술어는 즉석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만 유의하면 된다.
1) 문장은 단문으로 만든다.
2) 키워드는 천천히 말한다.
단문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특히나 키워드만 가지고 문장을 만들 경우, 수식어가 생기고 서술어가 길어지면 횡설수설이 되기 십상이다. '난 누구, 여긴 어디'의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문장은 최대한 단문으로 만들어 주술관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키워드를 천천히 말하는 것은 스피치에서 너무나 중요한 스킬이다. 말하기는 요리와도 같다. 셰프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미슐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유명한 이론인 '메러비안의 법칙'을 잠시 짚고 갈까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러비안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표정, 몸짓, 태도, 목소리, 억양 등이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55%는 표정이나 몸짓, 태도 등이 차지했고, 38%는 목소리나 억양 등의 청각적인 요소였다. 즉, 93%는 비언어적인 요소라는 뜻이다. 말의 내용 자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우리는 말의 내용을 이미 채웠으니, 이제는 93%의 영역을 단련할 차례이다. 문장을 고무줄이라고 생각하자. 늘렸다가 줄였다가 자유자재로 문장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의 빠르기를 조절해서 효과적인 스피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중 가장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기도 한 방법은 '키워드 천천히 말하기'라고 생각한다. 키워드만 강조해 줘도 내용이 확 살아난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 위의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문장 만들기를 연습해 보길 바란다. 아래는 위의 예문을 키워드만 남겨놓고 줄인 것이다.
[단점]
<빨리 행동하기 - 신중 - 계획 세워 행동 - 느리고 답답 - 정답은 아냐 - 결정 - 바로 행동 - 신중함과 행동력>
↓
키워드를 토대로 다시 짧은 문장을 만들어본다. 여기서 예시는 글로 적지만, 독자들께서는 절대 글로 적지 마시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씀하시기 바란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기는 쉽다.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렵다. 쉽지는 않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반드시! 키워드만 가지고 애드리브처럼 즉석 말하기를 연습하시기 바란다. 위에 키워드를 토대로 말하듯이 적어보겠다. 이렇게 연습하시라는 예시이다.
↓
<보완할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빨리 행동하기입니다. 평소에 느리다는 지적을 받고는 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신중히 하고자 노력합니다.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걸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신중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결정이 늦어져 느리고 답답해 보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신속성과 신중함, 둘 중 하나가 정답이라고 고를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저는 이렇게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정은 심사숙고하고, 결심이 서면 행동은 빠르게 하자. 신중함과 행동력 모두 놓치지 않는 지원자가 되겠습니다.>
어떠한가? 키워드만 가지고 풀어보았다. 위에서 적은 초안의 문장과는 사뭇 다르지만, 답변의 결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다시 말해보라고 한다면, 분명 이번 문장과는 또 다른 서술어가 나올 것이라 자신한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키워드만 기억하고 있다면 말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흐름만 기억하고 있다면 삼천포로 빠지는 위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녹음 기능을 켠다
이렇게 키워드만 남겨 보았다. 키워드를 만들며 머릿속에서 문장 만들기도 함께 연습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녹음을 할 차례다. 키워드만으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녹음해 보고 듣고 다시 녹음해 보고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외웠지만 외운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답변'을 위해서다. 우리가 외워야만 하는 것은 키워드뿐이다. 서술어는 외울 수도 없고 외워서도 안 된다. 면접에서 중요한 건 키워드다. 키워드만 외우면 나머지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은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말끝을 흐리지 않고 온점까지 찍어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분은 목적지가 코앞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아래의 예시는 또 다른 앞선 글에서 가져왔다. 한 번 더 연습을 해보자는 차원이다.
↓
키워드만 남겨놓고 줄여보자.
↓
<열쇠반장 - 일찍 등교 - 교실 열쇠 - 먼저 도착- 가장 늦게 - 아프고 힘든 날 - 책임감 등교 - 친구들 만족 - 입사 후 잘할게>
↓
키워드를 토대로 문장을 다시 만들어보자. 단문을 기억하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자들은 키워드만 보고 애드리브로 문장을 만들어 소리 내어 말씀하셔야 한다. 녹음해서 들어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문장을 만들어보는 노력도 함께 곁들이시길 권한다.
↓
<저는 열쇠반장으로 통했습니다. 학창 시절, 평소에 일찍 등교하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이를 눈여겨보셨던 선생님께서는 제게 교실 열쇠를 맡기셨습니다. "너라면 친구들이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막중한 책임을 맡기셨습니다. 교실 문을 가장 먼저 여는 사람도 저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문을 잠그고 가던 사람도 저였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몸이 아픈 날, 유달리 힘든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책임감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열쇠를 맡고 있던 1년 동안 단 하루도 친구들이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학년이 끝났을 때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았고, 이 기억은 지금도 뿌듯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입사 후에도 사무실의 열쇠 반장이 되고 싶습니다.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겠습니다.>
침묵의 기술
앞서 키워드 강조하기 방법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설명하고 마칠까 한다. 키워드를 강조하는 말하기 스킬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이는 아나운서나 앵커들이 뉴스 리딩을 할 때 연습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인 말하기에 아주 유용하다.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추는 '포즈' 기술은 스피치의 꽃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침묵의 기술'이라 제목을 붙여보았다.
1) 포즈(Pause) :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추기
2) 속도(Rate) : 강조할 때는 느리게 변화 주기
3) 악센트(Accent) :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를 세게/약하게, 높게/낮게, 길게 의도적으로 강조하기
문장 예시가 필요하여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문제지 중 필적확인 문구를 가져와 보았다. 양광모 시인의 '가장 넓은 길'의 한 구절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라는 구절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먼저 이 문구에서 강조할 단어를 찾는다면 어디로 할 텐가? 이해를 돕기 위해 포즈의 구간은 / 표시로, 느린 속도는. 표시로, 목소리의 높낮이는 ↗,↘ 표시로 조절하도록 하겠다. 표식을 따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고, 어감의 차이를 꼭 확인하고 넘어가시기 바란다.
1) '넓은 길'에 포인트를 둔다면?
가장 / 넓. 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2) '언제나'에 포인트를 둔다면?
가장 넓은 길은 / 언. 제. 나. 내 마음속에 있다
3)'마음'에 포인트를 둔다면?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 음. / 속에 있다
차이를 이해하셨는가? 그렇다면 앞선 면접용 답변에서 <저는 열쇠반장으로 통했습니다>라는 문장을 말해보자. 강조할 키워드는 단연 열쇠반장이다. 강조점은 이렇다.
저는 / 열. 쇠. 반. 장.으로 통했습니다.
핵심은 '열쇠반장'이라는 키워드에서 포즈(/)를 두었다는 것, 그리고 열쇠반장이라는 키워드를 천천히 발화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단어는 천천히 발음한다.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강조하는 키워드는 보통 큰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문장, 한 번도 말해보지 않은 분은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을 발화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릎을 탁 치실 것이다.
"야,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마성의 문장에 모든 스피치의 비밀이 다 담겨 있다.
100명 중 100명은 '비밀인데...' 다음으로 잠시 뜸을 들일 것이다. 상대를 안달 나게 하기 위해서. 이게 바로 포즈(Pause)다.
그리고 100명 중 100명은 느리게 나지막이 속삭일 것이다. 이게 바로 속도(Rate) 조절과 악센트(Accent)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는 것처럼, 말 잘하는 비결도 우리의 일상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이제 면접용으로 활용만 하면 된다.
그리고 오늘 제가 말씀드린 이 모든 비결들은,
.
.
.
'독.자. 여.러.분.만. 알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