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D-5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체중 감량을 말하는 게 아니다. 바로 '스피치 다이어트'다. 면접에서 지원자를 당황시키는 돌발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말을 줄여야 한다'. 여태 키워드 써라, 문장 만들어라, 기승전결 갖춘 문단 만들어라 주문해 놓고서는 갑자기 말을 줄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테지만, 듣고 보면 수긍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먼저 '완벽한 면접이란 게 존재할까?' 묻고 싶다. 100명 중 99명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면접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 아무리 달달 외워도, 실제 면접에서는 준비한 것의 반도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상 질문을 수백 개를 준비해도 예기치 못한 질문은 언제고 받을 수 있다. '내가 준비한 것만 물어봐주면 청산유수로 대답할 수 있겠는데...' 면접이 끝나고 나면 늘 뒷맛이 씁쓸하다.
그럼 반대로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질문하는 대로 자신감 있게 줄줄 '외우는' 지원자와, 당황해서 버벅대지만 소신 있게 말을 이어가는 지원자. 면접관은 어떤 지원자를 매력적으로 볼까? '답변을 저렇게 완벽하게 외웠다니. 정말 암기력이 뛰어나군.' 일까, 아니면 '떨리는 상황에서도 제법 침착하게 말을 이어가는군." 일까.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다만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의 '가면'을 벗기고 진면목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만 염두에 두길 바란다. 면접은 우리 팀, 우리 회사와 맞는 인재를 찾아서 '뽑기' 위한 과정이다. 지원자들이 말을 몇 번 버벅거렸나 세어가며 '떨어뜨리기 위해'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면접관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문단과 문장을 자르고 잘라 키워드만 남겨야 한다. 그래야 마치 외운 듯 막힘없이 말을 이어갈 수 있지만, 듣다 보면 또 줄줄 외운 것만은 아닌 '진정성 있는' 답변으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장을 만드는 훈련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있는 것들을 쳐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키워드를 토대로 문장을 한 번 만들어봤으니, 한 번 더 문장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필자의 면접 경험에서 나왔다. 꿈속에서라도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지만 최종을 앞두고 탈락했다. 훗날 우연히 탈락 사유에 대해 듣게 됐는데,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그 친구는 너무 자판기 같았어. 누르면 다 나오더라."
이보다 더 열심히, 잘 준비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준비했던 면접이었다. 하지만 자판기 같다는 평가.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면접은 '누가 누가 답변 잘 외우나'를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예상 질의응답 준비에 너무 매몰됐었던 것은 아닐까. 예상 질문 수백 개를 만들어 최선을 다해 '외웠던' 게 뿌듯해 자아도취에 빠졌던 것이 아닐까. 면접을 두고 큰 어려움은 없다고 느꼈던 내가 바보 같았다. 마치 AI 같았던 준비된 답변에 질렸을 면접관을 생각하니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왜 그렇게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고만 했을까. 실수하는 게 왜 그리 두려웠을까. 키워드만 갖고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으면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진작에 알았더라면,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줬을 텐데...'
부디 저 같은 후회는 하지 마시길 바란다. 따라서 면접 D-5일에는 '준비했지만 준비하지 않은 것 같은' 진정성 있는 면접을 위해 중점적으로 훈련을 하도록 하겠다. 키포인트는 '스피치 다이어트', 말 줄이기에 일념 할 것이다. 준비는 했지만 외운 것 같지는 않은 답변을 위해 어제까지 준비했던 예상 답변을 줄이고 줄여 키워드만 남기는 '커닝페이퍼'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키워드만으로 애드리브처럼 즉석에서 말을 이어가며 면접 대비를 할 것이다.
모든 건 녹음이 필수다. 녹음하고 들어보는 반복된 과정을 통해, 키워드만 보고도 말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골자다. 반드시 소리 내어 말하고, 고치기를 반복해야 한다. 처음은 다 어렵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목소리에 놀라고 주늑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면접은 고운 목소리를 뽑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면,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충격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만들어진 문장을 줄여서 키워드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실제로 소리 내어 대답해 보고 녹음해 보는 과정에 대해서 안내할 예정이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과정이 어색할 수는 있다. 그래도 반드시 여러 번 말하고 녹음하고 듣기를 반복해야 한다. 상상 속에서는 청산유수지만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해보면 쉽지 않은 일임을, 면접 대비를 해 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실전 스피치 스킬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