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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보라 Aug 26. 2024

'매직 워드' 레시피

면접 D-6

D-7일을 알차게 보냈다면, 분명 꿈에서도 면접 준비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D-6 코스로 넘어가 보겠다. 오늘의 준비물은 노트북이다. 간단하죠?


준비물 : 노트북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제 정리한 노트를 옆에 펼쳐두자. 키워드와 함께 그것을 설명해 주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노트북에 정리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노트에 적혀 있는 것은 단어나 단편적인 아이디어일 것이다. 노트북에는 단어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보고, 그 문장들을 이어 기승전결의 형식을 갖춘 하나의 문단을 만들어 보도록 한다. 쉬운 설명을 위해 '단점'이라는 항목을 택해 예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브레인스토밍 노트 - 날것의 것 그대로>


나의 단점 : 게으르다. 느리다? 엄마 잔소리? 귀찮다. 귀차니즘. 늦잠. 지각. 천천히 행동.


<노트북에 문장으로 정리하기>


저의 단점은 느리다는 것입니다. 빨리 행동하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행동이 좀 느려 상대적으로 더 느려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써도 되나...?????'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내가 쓴 단어들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이 반컵 밖에 안 남았다' '물이 반컵이나 남았네'의 차이는 독자들도 잘 알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꼬여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을 테니 말이다. (비판적 사고, 냉철한 태도와는 결이 다르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지원자의 단점'에 대해 물어봤어도 지원자는 "저의 단점은~"이라고 대답하지 말자.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혹은 "제가 좀 더 보완할 점은~"에서 처럼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로 바꾸어 대답하는 센스를 갖추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쓴 단어들을 문장으로 만들어보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초기에 자신이 선택한 단어들이 주로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면, 다시 긍정적인 단어로 바꾸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언어는 습관이고 삶이다.  습관처럼 나오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노력한다면 면접을 떠나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삶의 태도도 바뀔 것이다. 긍정적인 언어의 마법을 나는 믿는다.



면접관 : 지원자의 단점은 무엇입니까?


지원자 : 제가 평소에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여기서 팁을 하나 더 드리자면, 단점을 물어봤다고 해서 '진짜 단점'을 말하면 안 된다. 본인은 부족한 점이라고 말하지만 자세히 듣고 보면 '장점에 가까운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면접은 솔직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는 없다. 면접장소가 찜질방이라고 치자. 다 같이 정장을 벗고 찜질복을 입고 대화를 한다. 하지만 솔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찜질복조차도 걸치지 않고 '아담과 이브'의 상태로 만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적당히 포장된 솔직함. 면접에서는 이것이 필요하다. 솔직함을 포장하라니? 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어머니가 "너는 이렇게 게을러서 어떡하냐~"라는 잔소리를 했다고 해보자. 평소에 타박 좀 받는다고 면접장에 가서도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라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는 단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니 장점만 물어봐 주십시오."라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AI도 오류를 일으키는 마당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면접관 : 지원자의 단점은 무엇입니까?


지원자 : 제가 보완할 점은 '빨리 행동하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보완할 점으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요즘 빨리 행동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는 일의 전후 사정을 신중히 따져보고,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걸 선호하는데요, 이 점이 때로는 '느리고 답답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빠르게'가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신중함을 잃지 않되, 결정을 내린 뒤에는 바로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중함과 행동력, 둘 다 놓치지 않는 신입사원이 되겠습니다.


어떠한가? 듣다 보면 '그래, 신중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지원자의 대답에 수긍하게 된다. 면접은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 어려울 수도, 더 쉬울 수도 있다. 소신껏 답하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관점만은 놓치지 말길 바란다.


문장 배열하기


키워드를 토대로 문장을 만들고 하나의 단문까지 완성했다면 이제는 배열을 다시 해볼 차례다. 방법은 간단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된다. 문장은 짧게 하면 된다. 근거 두어 가지를 넣어 기승전결 형식으로 만든다. 이게 끝이다.  


생각해 보라. 면접관은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마주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답변은 다 비슷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원자는 이 틈을 역이용해야 한다. 다른 지원자들이 횡설수설할 때 나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말하기로 마무리 짓는다면? 크림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고 김치를 베어 문 기분이랄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결론이 반드시 먼저 나와야 한다. 결론을 먼저 내세우면 지원자에게도 좋다. 결론을 본인이 이미 말해버렸으니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근거 두어 가지를 대기 쉽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단문으로 이어가면 좋은 점은 지원자가 횡설수설할 우려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문장이 짧으니 주술관계가 흐트러질 이유가 없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니 다른 말로 샐 염려도 적다. 단문으로 말하기는 듣는 사람에게도 내용이 뚜렷이 전달된다. 지원자도 좋고 면접관도 좋은데 안 할 이유가 없다.


만에 하나! 근거를 대다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져 횡설수설하게 될 수도 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깜빡이를 켜고 다시 내 길로 들어오면 된다. 면접장에서는 '결론을 다시 말하면 된다'. 우리는 학창 시절 이미 수미쌍관이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 중 하나라는 걸 배운 바 있다. 글로 쓰면 논술이요, 말로 하면 면접이니, 이보다 더 수월한 면접 준비는 없다. 정리하면, 앞과 뒤에 결론을 배치하자. 그럼 중간에 잠시 다른 길로 샜더라도 다시 내 길을 찾아올 수 있다. 단, 앞뒤를 너무 똑같은 문장으로 하기보다는 표현을 살짝 바꿔서 말한다면 더욱 풍성한 말하기가 될 수 있다.


답변 기준을 1분 내외로 잡았다. 문장으로 하면 네다섯 문장 정도 될 것이다. 이렇게 잡은 이유는 면접관의 인내심이 1분 내외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원자의 대답이 흥미로웠다면 면접관은 추가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럼 추가 대답을 1분 정도 이어가면 된다. 거기서 또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질문과 답을 핑퐁핑퐁 주고받는 상황. 이게 우리가 바라던 최고의 면접 아닌가? 내가 준비한 것을 일격에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버려라. 궁금하면 면접관이 질문할 것이다. 면접관이 궁금해할 있게 여백의 살짝 남겨주는 것도 팁이 되겠다.


쉽게 말해, 소개팅을 나갔는데 상대방이 물어보기도 전에 "저의 취미는 00이고, 저는 00을 잘합니다. 00 학교를 나왔고 00을 전공했으며 1년 간 무슨무슨 아르바이트를 했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00입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있는가? 실제로 상대가 그렇게 말했다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뭐라는 거야... 묻지도 않은 말을 혼자 읊고 있어...'


면접도 그렇다.



<문장 배열하는 법>


1) 결론 앞으로 와야 한다.


2) 문장 짧아야 한다.


3)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4) 답변은 1분 내외를 기준으로 한다. (보통 네다섯 문장)



다소 평범하고 쉬워 보이는 이 원칙이 실제로 면접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처 예사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지원자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순간 '멘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때 반드시 이 원칙을 떠올리고 결론부터 말한 뒤 차분히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순간 당황했던 마음은 금세 가라앉고, 차분하지만 야무지게 답변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직 워드' (Magic words) 찾기


예상 답변 준비 과정에서 문장 배열이 끝났다면 이번에는 매직 워드를 찾아야 한다. 매직 워드라고 해서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기발하고 독창적이면 좋겠지만, 모든 항목을 다 기발함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한마디만 딱 들어도 무슨 느낌인지 감이 오는 '직관적이면서도 특징을 대표하는' 단어를 찾는 일이다.


앞서 평범한 속에 숨어 있는 비범함이라고 표현했는데, 요리로 생각해 보면 쉽다. '김치'라는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나 많은가. 돼지고기 김치찌개, 참치 김치찌개, 스팸 김치찌개를 비롯해 짜글이, 김치전, 김치만두 등등. 요리 종류도 많지만, 전국에 김치찌개 맛집 또한 셀 수도 없이 많다. 단지 내가 끓인 김치찌개가 맛이 없을 뿐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건 아니지만, 갖고 있는 재료가 평범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가 가진 재료가 문제가 아니라 요리법을 모르는 게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나는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에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복이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세상 좀 살다 보면 느낀다. 모두는 다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라. 내가 먹는 식사, 우리 가족, 나의 연인, 함께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친구들, 내가 하는 생각, 내가 하는 일, 내가 매일 같이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나와 똑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이 것을 '특별한 키워드'로 포장을 하면 된다.


키워드로 포장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누구나 다 아는 대중성, 한 번만 들어도 단번에 이해되는 직관성, 꾸미지 않은 솔직함 등이 들어가 있으면 된다. 키워드로 포장해 면접용 답변으로 만드는 과정을 예를 들어보겠다.



<한 학생이 있다. 말수가 적고 활동적이지 않아 눈에 띄지는 않는다. 성적은 좋은 편이나 늘 1등을 하는 건 아니다. 수업 시간 학습 태도도 좋으나, 발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다. 이 학생은 부모님 출근 시간에 맞추어 등교를 일찍 한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교실의 열쇠를 맡겼다. >


위의 학생이 키워드를 넣어 자기소개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이 이 학생이라면 어떻게 자기소개를 할 것인가?  우선 의식의 흐름대로 답변을 써본다.


'등교를 일찍 하니까... 부지런하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니까... 우등생이다?

학습 태도가 좋다?

간혹 1등을 하긴 했지만 늘 1등은 아니었는데... 늘 1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거짓말도 할 수 없겠고...

성실하다.... 성실함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교우관계가 좁고 깊은 편이다. (친한 친구는 둘, 셋이면 충분하지 뭐,라고 생각해 본다.)

친구들과 의리가 있다고 내세워야 하나?'


이 정도 정리한 뒤 키워드에 형광펜을 쳐 보면,

<부지런. 우등생. 학습 태도. 성실. 의리>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대부분의 회사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을 뽑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저 학생이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키워드를 넣어 자기소개를 해보자. 어떻게 말을 만들어갈 것인가?


예시 답변 1) 저는 성실하고 부지런함이 장점인 사람입니다. 친구들보다 일찍 등교해서 교실을 지키던 제게 선생님께서는 교실 열쇠를 맡기기도 하셨습니다. 타고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친구들에게도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성실과 책임감을 무기로 끊임없이 정진하는 직원이 되겠습니다.



큰 문제는 없으나 평범한 답변이다. 마이너스 요소는 없지만 그렇다고 플러스 요소도 눈에 띄지 않는다. 면접장에서 성실하지 않고, 책임감 없고, 게으르다고 말할 지원자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대답은 10명 중 9명의 입에서 나오는 스토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같은 스토리를 잘 포장해 보자. 매직 워드를 찾는 것이다. 비슷비슷하지만, 내 것은 무언가 남다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또 다른 예시에서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대표하는 단어로 '열쇠반장'을 넣어보았다.



예시 답변 2) 저는 학창 시절 '열쇠반장'으로 통했습니다. 평소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등교하던 제게 선생님은 교실 열쇠를 맡기셨습니다. 저는 교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 문을 열었고, 마지막까지 남아 교실 문을 잠그고 하교했습니다. 아프고 힘든 날도 있었지만, 단 하루도 제가 늦어서 교실에 늦게 들어가는 친구들은 없었습니다.  입사 후에도 한결같이 사무실을 지키는 팀원이 되겠습니다.



예시 답변 1번과 비슷한 흐름이다. 달라진 건 '열쇠 반장' 하나 넣었을 뿐인데, 다른 느낌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임감과 성실함은 물론이요, 센스와 겸손의 미덕마저 흐르는 것 같다. 이게 바로 매직 워드의 힘이다. 키워드 찾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오늘부터라도 찾으면 된다. 내 주위에서 나를 빛내줄 수 있는 키워드,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매직 키워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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