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러닝의 기록
첫 러닝의 기록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깨도, 무릎도, 발목도 모두 이상 없음. 두 번째 달릴 용기도 생겼다. 문제는 날씨다. 오늘은 비가 왔다. 러닝에 빠진 사람들은 우중러닝도 한다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의 열정은 아니다. 비 오는 날은 외출을 극도로 꺼리는 내가 무언가를 한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어불성설이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아니,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인 듯하다. 좋다, 싫다를 판단할 생각도 하지 않은 무정부 상태로 나는 신발장을 뒤적이고 있었다. 몸이 찌뿌듯하면 쉬지 못해 그런 거라며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 러닝화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신발장 한 구석에서 빨아둔 운동화 한 켤레를 발견하고 쇼핑백에 싸서 무작정 현관을 나섰다. 갈까, 말까 갈등 한 번 없이 그대로 현관을 나서다니,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묵묵히 커뮤니티 센터 문을 열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를 내기만 해 봤지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불을 켜고, 트레드밀 전원을 올렸다. (소규모 아파트여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는 이가 많지 않다.)
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기계에 발을 얹는다.
이잉. 이잉. 이잉.
트레드밀이 움직이면서 내 몸도 점점 리듬을 맞추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툭.
리듬에 맞추어 속도를 올린다. 그렇게 트레드밀의 리듬과 하나가 되어 러닝을 시작했다. 부담이 없었다.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 30분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부담, 무조건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 따위는 없었다. 그저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인 게 전부였다.
그렇게 30분을 뛰었다. 바깥을 달리는 것보다 확실히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는 걸 체감하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더 뛰고자 했던 의지도 없었다. 뛰면서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에 계속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넷째 발톱에 찔려 자극이 된 모양이다. 더 뛰었다가는 아예 운동이 싫어질까 봐 차분히 신발을 벗어서 살펴보았다. 양말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제법 많은 피가 났고, 나는 생각보다 감각이 둔하다는 걸 깨닫는다. 역시 여기서 멈추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두 번째 러닝을 마쳤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뛰다 보면 나는 어느새 열 번, 스무 번을 뛰고 있겠지. 그땐 몸과 마음 모두 진심으로 달리고 있을 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