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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보라 Sep 04. 2022

"내가 보고 싶으면 탬버린을 흔들어요"

강제 이산가족

 제게도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코로나 네 이놈.'

증상도 복불복이라는데, 불행히도 제게는 모든 증상이 다 찾아왔습니다. 일주일 간 침대 위에서 꼼짝도 못 하고 앓았습니다.


  그야말로 강제 이산가족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엄마는 출산 후 처음으로 긴 휴식을 취했지요.)



 아이는 수시로 방문 앞을 서성였습니다. 엄마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데, 문을 열면 안 된다고 하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애가 닳았을까요. 고심 끝에 아이는 탬버린 하나를 문 앞에 놓고 갔습니다.


"엄마, 내가 보고 싶으면 탬버린을 흔들어요."


아기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입니다. 무엇이든 물고 빨던 시절, 야무지게 종이를 뜯어먹은 흔적도 남아있는 추억의 물건입니다. 누가 봐도 앞니 두 개로 맛있게 뜯어먹었네요. 탬버린은 2개 세트였는데, 멀쩡한 건 본인이 흔들고, 종이가 뜯어진 못난이는 엄마에게로 왔습니다. 덕분에 귀염둥이 아가 시절을 떠올려서 더 좋았습니다.


"찰찰차ㄹㄹㄹㄹㄹ알~~"


장난감 박스 구석에서 소환된 탬버린은 제가 격리된 내내 수시로 울렸습니다. 탬버린이 울리면 얼른 마스크를 겹쳐 쓰고 조심스레 방문을 엽니다. 

빼꼼...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문 끝에 매달려서 애달프게도 쳐다봅니다. 아, 짠하다...

같은 집 안에 있는데 이게 이렇게 아련할 일일까요.


"엄마,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요."


아이의 수면 습관은 제 겨드랑이를 꼬집는 것입니다. 일주일 내내 엄마를 만지지 못한 아이는 수면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고,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는 마음이 딱 이런 것이겠지요.

가족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저는 무사히 격리 해제됐고, 아이도 음성으로 고비를 넘겼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코로나로 많은 가족들이 고통을 겪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2천만 명을 돌파했고, 국민의 40% 수준이니, 10명 중 4명 이상은 코로나로 고생했다는 뜻이겠지요. 매일같이 뉴스로 코로나 소식을 전했지만 막상 제가 걸리니 쉽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걸려서 그간의 고통을 몰랐던 거죠. 치명률이 0.11%, 계절 독감 수준으로 낮아진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찌 됐건 저 하나 아픈 걸로 끝나서 안심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들과 건강히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일인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탬버린을 볼 때마다 아이의 애절한 눈빛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도 되새기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산가족이 되고 싶지 않네요. 모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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