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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커엄마 Jan 19. 2023

섬소녀가 뉴스앵커된 썰 푼다.

#1. 시작

브런치를 6개월정도 쉬었습니다. 처음엔 글 쓰는 게 마냥 좋았습니다. 방송하고는 또다른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금세 길을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두서없이 정신만 사납다는 생각에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잠시 쉬는 동안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하고, 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조금, 글을 쓸 용기가 생겼습니다. 


"기억을 잃었대."

아나운서 준비생이던 시절, 함께 꿈을 키웠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아나운서가 됐고, 한때 같은 방송국에서 일하기도 했지요. 누구보다 말을 잘 했고, 누구보다 목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오빠가 멘트를 하면 마치 목욕탕에 있는 듯 쩌렁쩌렁 울림이 컸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급속히 기억을 잃어가고 말도 잃었다고 합니다. 이제 막 마흔이 넘었을 뿐인데 알츠하이머라니. 부모님의 희망은 사람들이 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오빠와 함께 방송했던 모든 이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겁니다. 무엇보다 오빠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오빠의 지병은 제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무엇보다, 부모의 등을 보며 인생을 걸어갈 우리 딸은 엄마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곱씹고 또 곱씹었습니다. 제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제 삶을 모를테지요. 그래서 제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기로 했습니다. 마주하기 두려운 순간도 있을테지만,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났구나!"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저는 백령도라는 섬에서 태어나 17년을 살았습니다. 효녀 심청이의 고향이라고 말씀드리면 좀더 쉬울까요?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날이 맑으면 장산곶이 보이고, 간간이 북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보이는 지리적 요충지입니다. 제가 자라온 환경을 읊으면 친구들은 60년대 얘기를 듣는 것 같다고 감탄합니다. 친구들의 탄성과는 달리 제 마음 속엔 탄식이 흐르죠. '내가 그 정도로 촌스러운가?' 


되돌아 보면 참 촌스럽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촌스러운 경험들이 저를 뉴스앵커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일같이 생방송으로 뉴스를 전하는 순간 순간마다 제가 살아온 모든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앞으로의 글을 통해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글을 쓰기에 앞서, 노파심에 사족 몇 가지 붙입니다.


※2,3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야 하다 보니, 세월의 풍파로 많은 기억들이 왜곡되거나 부식되고,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날카로운 비판 한 마디에도 골절상을 입는 유리멘탈이지만, 따끔한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반박 시 독자 여러분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삶에 애착이 강한 편이고, 과거에 쿨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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