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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커엄마 Jan 23. 2023

"네가 왕따인 이유는"-1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다짐했을 때 정말 마주하기 어려운 과거가 있었습니다. 떼어내고 싶지만 이미 한 몸이 되어 떼어버릴 수 없는, 저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기억들입니다. 아프지만 용기 내어 과거를 마주하고 글로 풀어봅니다. 왕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늘 1반이었습니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이 될 때까지요. 학생수가 적어서입니다. 남녀 합해 20명 남짓이니, 2반을 만들기도 요원한 일이었죠. 요즘 화두인 지방소멸이 30여 년 전부터 진행 중이었던 곳이었습니다. 전학을 오는 친구도, 전학을 가는 친구도 드문 시골마을. 6년을 한결같이 우리는 1반에서 지지고 볶아야만 했습니다. 


좋게 보면 긍정적입니다. 잘만 맞으면 세상 둘도 없는 죽마고우가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불행히도 인생이 늘 그렇게 장밋빛으로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저의 학창 시절도 그랬습니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잿빛. 색을 덧칠하면 할수록 흙빛.


칠공주가 있었습니다. 명칭처럼 7명의 여자아이들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저였지요.  딸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아이 친구를 홀수로 만들지 마라." 사춘기 전후 여아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얼추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3명이든 5명이든 7명이든, 그중 한 명은 소외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7공주가 아니라 6공주였다면 결과가 달랐을까요.


매일이 'Ctrl+C, Ctrl+V'였습니다.  아침에 만나 오후에 하교하고, 하교 후에 함께 놀고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헤어지는 우리. 좋을 때는 온 세상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넘쳐 흘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상은 너무 단조롭죠. 무료함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쟤랑 말하지 마."

누가 주도했는지, 누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게 따돌림이 시작됐습니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였습니다. 이유도 모릅니다. 귓가에 맴돌던 목소리만이 남아 있을 뿐.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어제까지 웃으며 같이 놀던 친구인데 왜 쟤랑 말하면 안 되지?' 몰래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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