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일정이 잡혀서 이렇게 또 주저앉을건가요 또 포기하나요
브런치 문을 다시 똑똑 두드리고 그 플랫폼에 들어선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렇다 할 ‘첫 글’은 쓰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방학은 아직 3주가 더 남았고, 제이의 바캉스도 아직 2주가 남았기에 여름의 끝물즈음, 9월에 학교 개학을 해야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듯하다.
8월 4일 월요일에 '9월 어느 날 3시간 일자리가 생겼다'는 글을 쓰고 나서 다음 날 다시 한 건이 성사되었다. 파리에서는 2년에 한 번씩 하는 쌀롱 행사들이 있는데 이것을 다시 하기로 했다.
이 건은 늦가을인데.. 항상 그렇듯이, '내가 그때도 여기서 살고 있을까? 또 그럴 것 같아.' 하면서 계약서에 싸인을 해서 보냈다.
재작년에도 일정은 3일이라고 했지만, 일은 이틀만 했었기에 조금 아쉬웠었다. 이번에는 최소 1일에서 최대 3일이라고 계약서에 미리 명시되어 있었다, 어떤 업체와 연결이 되는지에 따라 일당이 곱하기 1이 될지 3까지 될지..
9월이 되어야 업체 선정 결과를 받아볼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카톡을 받았다.
3시간 통역을 요청했던 곳에서 같은 날 오후 또는 그다음 날에 업무가 추가로 생길 것 같다고 시간이 괜찮냐는 메시지였다. 별 스케줄 없다고 하니 일정이 확정되면 다시 연락 주기로 했다. 일면식 없는 분이지만 참 고맙다.
저이도 당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겠지만.. 그는 결과적으로는 한 여자의 인생, 그녀의 중차대한 결정, 그 시점에도 간접적으로 하지만 구체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팩트이다. 다가오는 9월 당장 다음 달에 4학년이 되는 우리 딸아이, 그 중요하다는 고학년으로의 진입 전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갈까 하는 생각의 불꽃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구실에 유화 물감을 바른 붓으로 꾸덕하게 덧칠 한 점 해 주셨으니..
아침에 일어나면 앞문으로 나가서 앞마당에 입성합니다. 그리고 밤사이 무거워진 다리를 좀 움직이기도 할 겸 해서 뒤뜰까지 사부작사부작 좀 걷습니다. 그리곤 관리되지 않은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툭툭 떨어져 있는 것을 두어 개 줍습니다.
사람나이로는 팔십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우리 집에 보금자리를 꾸리고 있는, 할머니 고양이 한 마리가 이런 나를 보면서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한 번 쩍 합니다. '우유 마실래요 할매?'하면 어떤 날은 '조아용'하고 또 어떤 날은 '피곤해용'하는 프항쎄쓰. 이 아이는 평생을 밖에서 산 것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 버림받은 것인지.. 우리 집에서 둥지를 튼 지 서너 달이 되었는데.. 밖에서 살던 고양이라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움을 줄지 고민이 많습니다. 프항쎄쓰 할머니가 매일매일 잘 자고 잘 쉬고 잘 먹어주고 해서 일단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남은 여생 편하게 이곳에서.. 한참 부족한 케어라 미안하지만.. 그래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를 뒤로 하고 제 주 무대인 부엌으로 들어가 너무나 적나라한 몰골을 한 처참한 우리 사과 친구들의 멍든 부분과 벌레가 파먹은 부분을 잘라냅니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는데.. 여기에 더해서 사과의 옷도 훌러덩 어떨 때는 두껍게 벗겨냅니다. 영양가가 거기에 더 있다는 건 알지만 귀찮아서 그냥 그렇게 합니다. 동그란 완전체가 아니다 보니 맹물로 조각들을 씻어서 먹기도 그렇고.. 떨어진 거 아니고 내가 어떻게 높은 곳의 예쁘고 둥근 아이를 딸 방도를 찾게 되면 물로 씻어서 빡빡 닦아서 반짝반짝 광을 최대한 내어 고운 자태를 사진이라도 찍어놔야 하나
아.. 그리고 장장 세 시간 동안 서서 배춧잎과 숙주를 손질하고 씻어서 삶고 각각 삶고 건져서 찬물 샤워해주고 손으로 물기를 짜서 총총썰고,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반반 사온 것을 잘게 가위로 썰어 조그만한 마늘 다지는 기계에 십여번에 걸쳐 나눠 갈고..
마늘도 파도 두부도… 기타 수만든 작업 끝에 탄생한 고기만두.. 그 속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또.. 내일 아침에 아이가 수영장 가는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야 하는데.. 또 자정이 훌쩍 넘어 자고 자면서도 유튜브를 켰다가 수면의 질이 나락으로 가면 안되는데.. 너, 컨트롤 가능해? 자정능력 on 버튼 켤 마음이 있기는 하니..
여러 자잔한 생각이 겹쳐와서 오늘도 탈고 없는 글쓰기를 시전 합니다.
여전히 일기인 듯 메모인 듯 그냥 그저 그런 기록이지만 시간은 광속으로 나를 스쳐가고, 그가 지나간 한편에 우두커니 황망하게 서있는 것이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니.. 그가 지나가며 흘린 순간들의 부스러기라도 추슬러서 여기 브런치 플랫폼에 뿌려둡니다.
나중에 예쁜 꽃을 피우려면 물도 주고 햇빛도 주고 사랑도 주고 해야 할 테고요..
내가 가진 것을 내가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어야 한다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내일도 별일 없이 하루가 곱게..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하며..
오늘 하루 또 살아있었음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