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을 열 지 못하던. 않던. 수 없던.. 그렇고 그런. 이런저런 날들
카카오톡으로 일거리가 들어왔다.
우선, 9월 00일 오전 중 3시간 정도 시간이 되는지 내게 물어온다.
알람을 설정해 둔 것도 아니고
카톡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한 십여 년 만에 사촌동생 상우가 무지개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와서 카톡을 열어두었던 터에 늦지 않게 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원하는 통역비용을 물어왔다.
식물인간으로 살고 있던 터에 뇌가 뻑뻑하게 삐거덕거리는 통에 아.. 얼마?
보통 1일, 3일, 5일 일당을 받았기에 이렇게 시간당으로, 그것도 내가 금액을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잠시 또 뇌사 상태가 되었다.
얼마 전에 지원하려다가 결국은 입사지원서를 넣지 않은 한국어 강사 자리를 떠올렸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일하는 것이고 한 번에 두 시간씩 일하는 것이었기에 그때 그 금액을 떠올렸다. 세후 시간당 50유로인가 45유로인가였다.
그러다.. 같이 사는 남자, ‘그만해라 개새끼야‘라던가 ‘C발 고만해라’라는 추임새에 아내의 더 큰 진정성을 느끼고 있을 이, 단 한번도 따뜻하고 촉촉하게 불러주는 ‘Cheri, mon amour‘쉐리 모나무흐를 같이 사는 여자에게 들어본 적 없는 이, 자칭 타칭 비운의 남자, 서류상으로 명백한 나의 가족인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니 그냥 생각만으로도 불가능한 과업인 듯 눈살이 찌푸려지며 이어지는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듯 뇌압이 높아졌다.
'내가 여기 이곳에서 계속 살다가는 암에 걸려서 죽어버릴 텐데. 정신줄이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여기저기 흩어져버려 추스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려고? 웃으면서 수업을 이끌어갈 여유가 있겠니?'
만약 그가 직접적으로, 그의 가족이 간접적으로, 내가 일을 하지 않는 것에 태클을 건다면, 차라리 수업’준비 시간이 필수불가결‘하지 않은, 김밥을 기계적으로 싼다던가 테이크아웃 한식당에서 밥을 퍼고 고기와 반찬을 담아주는 도시락집 등에서 일을 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근데 이마저도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그만둘지 모를, ' '일'이기에 시작하기가,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책임이 뒤따르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 아니한가. 그냥 이력서를 넣어서 ‘그냥 시작’해 본다는 ‘싸지르고 나서 책임지지 않는다’인 것 같아, 이제는 함부로 들이대는 행위, 무책임한 시작은.. 이제 좀 버겁다
이렇게 나는 지속적인 일을 시작하지도 않고, 이 지리멸멸한 결혼생활을 끝내지도 않고 그렇게 무겁고 끈끈한 이 시간의 점들을 질질 끌어 하루하루를 이어내고 있다.
하지만 통역의 경우에는 단발성이라 바람도 쐬고 사람도 만나고 돈도 벌어서 아이 고기반찬도 좋은 부위로 사서 구워줄 수 있어서 항상 반갑다.
이렇게 내가 기억되고 다시 연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직은 '살아있는 사람'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 보임에 내심 놀랍기도 하고..
2025년 8월 1일에 다시 브런치 동네에 올러와서 쓴 첫 브런치 글이 아니나 다를까.. 4개월 브런치 생활하다가 탈퇴하고 훌러덩 글 쓰는 일을 벗어버렸던 1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이 내용은 칙칙하다. 문장은 복잡다단하고 산발적인 정신상태라도 반영하듯 정리정돈이 시급해 보인다.
그래도 그렇게 어렵다는 '한 발 내딛기'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나는 일 년 만에 그래도 무언가를 쓴 나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나부터가 나에게 너무 가학적이니.. 이제부턴 좀 덜 내몰아야겠다. 그렇게 이 브런치를 활용할까 하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너무 내몰고 평가절하하고 비하하고.. 이제 좀 더 감싸 안아주어야 할 것 같다.
오늘 이 짧은 걸음이 일기가 되었건 메모가 되었건 편지가 되었건..
그냥
그렇게
나는 오늘 움직였다.
나를 조금 움직였다.
그거면 된다.
움직이는 데 무슨 스킬이 그렇게도 필요할까
잘했다.
이제 심호흡 한 번 하고 다시 또 한발 내디뎌보자.
얼음!.... 에서
'땡!!'
이 되는 순간이다.
이제 멀리멀리 달려가든 날아가려나
그럴 수 있으려나
힘껏.
다시
한 번만 더
힘을 내어보자
그것이 도피든 또 다른 무엇이든
지금당장
훨훨
날지는 못하더라도
우선은
그냥
그렇게
한걸음만
한걸음만이라도
내가 내 힘으로 내는 이 작은 날개짓이 나를 자유케하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