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5일. 나는 내 아이를 업고 밤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두 번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이빨이 입 밖으로 하나, 입 안에 하나, 딱 두 개뿐이라 씹는 게 힘든 그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물은 또 입에도 대지 않는다. 어찌하나 고민하던 초봄의 어느 날 나는 생명수를 발견했다. 아이가 매일 마시는 우유이다.
등허리의 털도 듬성듬성한 우리 집 정원에서 살고 있는 프린쎄쓰 할머니에게 우리 집 아홉 살 공주 나영이에 주는 밥과 우유를 똑같이 나눠주고 있다
집으로 들어와서는 창문 너머로 고양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분명히 수십 마리 모기가 돌아가며 저 할머니를 괴롭히고 있을 텐데도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을 자는 모양으로 꼼짝도 않고 있다. 도대체 어떤 묘생을 살아왔던 것일까..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다.
난 저 할머니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냥 이렇게 하던 대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과연 그럴까
우리 집 나영이는 이틀 전, 자정이 넘은 시각 잘 곳을 찾아 헤맸다. 지 엄마의 선택으로 그렇게 해야 했었다.
'옛날에 혼자 보냈던 생일보다 더 쓸쓸하고 황망하다 아이에게 오늘이란 시간들이 모여 또 얼마나 정돈되지 않는 기억의 파편으로 남아 그 삶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까'하는 생각이 머리통에서 빙빙 돌며 나를 괴롭혀왔다.
이런.. 회오리 같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에 짓눌린 나는 다시 아이 손을 잡고 또 꽉 잡았다.
이제는 거의 내 발과 비슷해진 아이의 발이 오늘 잠 유독 작아 보였다. 그 고운 발에 물집이 잡혀서 쩔뚝이면서도 지 엄마의 심기를 건드릴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영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업어줄까?”
“아니야 괜찮아. 엄마도 똑같이 힘들잖아”
“아니야 괜찮아. 자 저기 전봇대까지 업어줄게”
아기 때 매일 어부바해 줬던 기억이라도 난 걸까. 아이는 얼굴을 살짝 돌려 엄마등에 머리를 딱 붙인다.
“엄마 등 편안해? 팔다리 모두 힘 쭉 빼고 눈 좀 붙여 공주야”
“엄마”
“왜”
"Bonne Anniversaire Maman"
생일축하해 엄마.
난 그런 너에게 "미안하지만 그 소리는 지금 우리 이 상황과는 맞지 않고 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지 않겠니?!"라고 얼음송곳처럼 반응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는 그래도 엄마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말해도 난 Bonne Anniversaire Maman 엄마의 생일을 계속 축하할 거야"한다.
뱃속에서부터 중년의 임산부가 삼키던 울음을 다 받아먹고 자랐을 내 딸. 엄마가 너무 미안해
내가 너를 위해서라도 더 강해져야 할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냥 이렇게 하던 대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과연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