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만 짊어져야 하는 짐이 있다
어제 하루
예닐곱 시간 일하고 칠십만 원
호텔과 기차 예약에 그 반을 썼다
어린 나이라면 호스텔로 숙박비용을 줄였겠지만
아등바등 살아도 결국 바뀌는 거 없는 걸 느껴서
럭셔리는 못해도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다시 시작되는 우연과 불일치로 다가올 순간들을
그런 불편할 일상을 예견하며 미리 힘들지 말자
유로로 받지는 못했다
한국의 계좌로 들어갈 것이다
한국 갈 때마다 쏙쏙 다 빼 써서
이제 육십 삼만 칠백 사십원 남았다
그러니 참으로 잘 되었다
다음에 한국 가면 쓸 여윳돈이 생겼으니
이런 이유로
동네 우체국에 틈틈이 조금씩 모아둔 것에서
오백유로를 출금해서 제이에게 던져주려 한다.
현재 환율이 1유로가 1600원이라고 하니
내가 번 사백사십 유로에서 조금 더 얹어주는 꼴이다.
제이, 그가 번돈이 연결된 카드로
나의 호텔과 기차 등 기타 비용을 다 지불했으니
이는 당연한 것이고 내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
요 며칠 시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과 손녀와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되었고
나도 오래간만에 숨통이 텄으니 좋았다
이제 아이가 좀 컸으니
이 첫 지방 일정을 시작으로
조금 더 사는 것처럼 살아보고 싶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
가족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