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은 산업 디자인 중에서도 변화가 유독 심한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는 도로 위의 풍경도 달라지게 하고, 덩치도 커서 변화가 더욱 속도감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은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이 가속되면서 자동차 디자인이 또다시 격동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쏘나타 디 엣지를 보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또 갈아엎었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공통의 맥락 속에서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지, 결코 맥락 없이 디자인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용어는 아주 다양합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근본 개념은 바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로 정리됩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르 필 루즈 콘셉트(HDC-1)을 통해서 처음 세상에 등장한 용어인데요. 어려운 용어 같지만, 감성을 더한 역동적인 디자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쏘나타 디 엣지에도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의 철학이 반영되었죠. 덕분에 쏘나타는 더 이상 지루하지 않고, 굉장히 스포티한 디자인을 기초로 하면서 감성까지 겸비한 세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체스는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는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함께 모이면 또 하나의 모습으로 어우러집니다. 이걸 바로 체스 룩이라고 하는데요.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 중에 하나인 현대 룩(Hyundai look)도 마찬가지 개념입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최상위 개념이라면, 그 하위 개념으로 현대 룩이 위치하고, 현대 룩은 각각의 모델에 따른 개성을 강조합니다. 과거에는 이걸 모두 패밀리룩이라고 묶어서 크기에 따라 대-중-소 같은 개념처럼 디자인을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는 각각 다른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면 아반떼에는 파라메트릭 쥬얼과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가 반영된 디자인이 아반떼만의 역동적인 스타일을 강조합니다. 쏘나타에서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픽셀 디자인이 반영되며,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극대화됐죠. 그랜저에서는 조금 더 진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강조되며, 차별화된 이미지를 표현합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현대 룩이 상위 개념이라면 비교적 하위 개념으로는 파라메트릭 쥬얼과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 픽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등이 있습니다.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을 앞두면서 파라메트릭 쥬얼보다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강조되고 있는데요. 전동화 시대에는 더 이상 파라메트릭 쥬얼과 같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모든 라인업에 통일감을 주면서도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강조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현대자동차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디자인 요소는 아닙니다.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현대자동차가 활용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 그 자체로 철학이나 방향성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처럼 또 다른 형태로의 발전이나 변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모델만 보면 디자인이 맥락을 찾기 어렵지만, 이전 모델과 라인업을 두루 살펴보면 변화의 기조와 맥락이 보입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토대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앞으로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칼럼니스트의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View H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