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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 H Aug 05. 2021

한국 자동차는? 국산차의 달라진 해외 평가들

작년 2월 미국이 한국을 개발도상국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큰 반향은 없었다. 미국 자체 기준이기도 했고, 한국과 함께 제외된 나라들이 인도, 브라질, 베트남, 우크라이나, 남아공 등 미묘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심심찮게 '우리 이제 선진국인가?' 하는 논의들이 종종 오가기 시작했다.


올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1964년 설립 이래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작년 미국과 다르게 각국의 동의와 인정으로 이뤄진 일이라 의미가 다르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은 전례 없는 약진을 보여주고 있다. 연예계, 영화계, 스포츠계 같은 문화계 전반부터 배터리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산업들까지 두루두루 강한 모습을 보인다. 언론은 건국 이래 이렇게 잘 나가는 시절은 처음이라고까지 말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쟁쟁한 열강들이 이미 자리 잡은 상태에서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의외로 간신히 살아남는 걸 넘어 꽤 잘 해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치열한 자동차 업계의 막내라고 할 수 있다. 1967년 창립 후 미국 포드의 소형차 면허 생산으로 시작한 현대의 자동차 사업은 1976년, 10년도 안 돼서 첫 자체 생산 모델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전 세계 탑 5 안에 드는 거대 브랜드가 됐다.


막내라고 하는 이유는 현대 이후로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대형 제조사들은 어느 정도 생겨났다. 새로 태어난 이 대형 제조사들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 수요를 업고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지 대부분 글로벌 경쟁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샤오팽, 니오 등 외국에 차를 파는 중국 제조사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해외 판매량이 적고 그것도 일부 지역에 한정돼있다.


테슬라는 현대자동차 이후로 유일하게 훌륭한 데뷔를 한 신생 자동차 제조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유명한 테슬라도 아직은 체급이 작고 라인업이 다소 한정적이다. 


작년 4분기 순이익만 비교해도 테슬라는 4천800억 원이고 현대자동차는 1조 6천400억 원이었다. 그나마 나온 테슬라의 순이익도 탄소 배출권 판매와 비트코인의 지분이 크다. 자동차를 판매한 것만 따지면 적자에 가까운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비교해서 타 제조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분명 크게 달라졌고 개선되고 있다.


언론과 저명한 매체들의 평가는 물론이고 가장 냉정하고 객관적인 지표, 판매량에 있어서도 매년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과 다른 현대자동차의 이미지와 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가볍게 짚어보겠다.


따라가는 입장에서

어엿한 경쟁자로


2014년 이탈리아의 거대 자동차 그룹 피아트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그룹이 합쳐졌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가족이 된 것이다. FCA란 이름으로 한 브랜드가 된 이들은 합쳐진 지도 얼마 안 됐는데,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그룹과 또 합병을 발표하면서 2021년 올해, 스텔란티스란 이름을 달게 됐다.


스텔란티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아우르며 피아트, 푸조, 시트로엥, 지프, 닷지,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이외에도 총 14개의 유명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하나하나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제조사들을 합쳤는데도 스텔란티스의 판매량은 현대자동차 그룹과 비슷하거나 못 미친다.


1895년에 창간해서 지금까지 자동차 리뷰를 하고 있는 영국의 오토카는 지난 6월, 현재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로 현대를 꼽았다.


독일과 미국 매체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7세대 아반떼가 크게 선방하면서 북미 올해의 차를 받았고 제네시스 G70은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에 뽑혔다. 독일에서의 성적은 더욱 놀랍다.


까다로운 독일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일본 브랜드들을 모두 꺾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 1위의 토요타를 꺾은 것은 물론이고, 판매량에 있어 혼다와 10배가 넘는 차이를 내기도 했다. 모두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현대자동차만의 강점?


전문 매체들과 언론이 입을 모아 말하는 현대자동차의 강점은,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되진 못해도 다방면에서 상위권으로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은 신뢰성이다. 세계 어느 기관에서 조사하더라도 현대자동차의 신뢰성은 항상 최상위권으로 나온다.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자료를 찾기가 더 힘들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약간 과하다는 평가는 일부 받더라도 누구와 비슷하다거나 베꼈다는 평가는 전혀 듣지 않고 있다. 독자적인 스타일링을 높은 완성도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기술력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독자 개발 엔진과 변속기를 만들어낸 것은 이미  오래됐고, 성공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개발과 전기차 플랫폼, 거기에 수소전기차까지 만들며 폭넓은 라인업을 자사 기술력만으로 구현하고 있다.


넥쏘는 토요타 미라이보다 월등한 판매량을 보여주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3위였던 혼다 클라리티는 최근 수소차 사업을 중단하며 아예 사라져버렸다.


한편,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아이오닉 5는 국산차의 발전을 세계에 알린 뚜렷한 지표가 됐다.


여기에 고성능 N 브랜드의 발족과 모터스포츠에서 성과도 달라진 현대자동차의 인식에 큰 지분을 차지한다. 특히 유럽권, 그중에서도 독일은 모터스포츠의 성과가 판매에 직접 연결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물론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인식이 확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2018년 월드 투어링카 컵 종합 우승에 WRC 준우승을, 2019과 2020년은 연달아 WRC 시즌 종합 우승을 달성하며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 하나인 WRC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품질, 디자인, 기술력, 모터스포츠에서의 이미지가 종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예전과 달라진 지금의 달라진 인식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들


“와 이거 섹시한데! 현대가 BMW, 아우디, 벤츠보다 나은 디자인을 할 거라 누가 생각했어? 동커볼케가 제법 펜대 좀 굴릴 줄 아나 봐.”


“와우. 난 나이를 제법 먹었는데, 예전에는 한국 차들이 형편없는 디자인을 하고, 벤츠랑 BMW는 아주 세련되고 절제된 스타일이었어. 독일차를 보면 차분하고 기품 있었지. 그때는 벤츠나 BMW를 살 돈이 없어서 현대나 기아차를 샀어.


그런데 지금 나오는 새 현대, 기아차들을 보면 그저 값싼 대안이 아니고 그냥 사고 싶어. 요즘 한국차들은 지금 BMW에서 안 보이는 기술에 대한 열정과 깊이가 느껴져. 훌륭해.”


“현대가 작은 고성능 차들을 내준다는 약속을 계속 지켜 나가는 건 정말 칭찬받아야 돼. 토요타는 고성능이나 레이싱 버전 코롤라(토요타의 아반떼급 차)를 내준다고 해 놓고 간만 보는 게 벌써 8년째야."




옛날 현대자동차에 대한 반응들과 비교하면 정말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결점이 없는 완벽한 최고의 차는 아니다.


하지만 품질 개선, 혁신적인 디자인, 모터스포츠 참가, 그리고 마블과 협업하면서 10대들에게도 적극 어필하는 등 이전보다 나아지고 또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은 가장 치열하고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영원할 것만 같던 거대 제조사들이 죽어간 게 한 둘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에 밀려나가는 제조사들이 있다.


그런 시장에서도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은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다른 제조사들과 경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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