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과 1973년, 세계는 두 번의 오일 쇼크를 겪게 됩니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금수 조치로 석유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한창 급성장하던 자동차 시장은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후 연비가 좋은 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자동차 제조사도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발 및 정책을 시행하게 되죠.
이후 고효율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큰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연비를 높이기 위해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졌고 수많은 기술이 자동차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연료와 산소 비율을 최적화하는 린번 엔진(Lean Burn Engine),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는 직분사 시스템(Gasoline Direct Injection), 배기가스를 재사용해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높이는 터보차저, 엔진 밸브 개폐 시점을 최적화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가변식 밸브 타이밍(Variable Valve Timing), 그리고 스톱 & 스타트 등 현대자동차의 모델을 통해서도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여러 기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기차에게도 연료 효율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더 적은 전기로 더 긴 주행거리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들을 만나게 되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효율을 높이는 현대차의 전동화 기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의 12V 전기 시스템보다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은 간단합니다. 벨트에 달린 모터가 엔진과 연결돼 엔진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연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른 건 모터가 바퀴 대신 엔진에 달린다는 겁니다. 즉 구동계가 아닌 동력계를 보조하는 시스템이죠. 결과적으로 엔진이 일을 덜 하게 되니 연료 소모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여기 더해 줄어든 연료 사용량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모든 자동차는 제동 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로 다시 모터를 돌리면 전기가 생성됩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이렇게 생성된 전기를 다시 배터리에 저장해 주행 거리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모터와 배터리만 있으면 가능한 시스템이니 모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가 필수적으로 장착하고 있습니다. 허투루 버려지는 에너지까지 알뜰하게 다시 사용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회생제동량을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동차 스스로 회생제동량을 제어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사용하면 그 자체로 약 1.7%의 전비 개선효과가 있습니다.
모든 전동화 모델에는 배터리가 있습니다. 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사용하느냐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충전과 방전을 포함해서 배터리와 관련된 모든 제어를 BMS가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BMS는 배터리 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전압과 전류를 측정해 불균형을 해소하고, 온도를 측정해 과열을 방지합니다. 또 과충전, 과방전을 제어해 안전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죠.
이처럼 BMS는 배터리를 더욱 안정적으로 사용하면서 최적의 효율을 내도록 하는데요. 이를 위해 수많은 센서와 함께 최적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 처리를 위한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즉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시스템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온도에 민감합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그만큼 화학반응이 늦어지면서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들게 되죠. 때에 따라서는 출력이 낮아질 수 있고 배터리 충전 효율도 떨어지게 됩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성능 최적화를 위해 BHS(배터리 히팅 시스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온도를 감지해 배터리 온도가 최적 범위 아래로 떨어질 경우, 배터리 셀을 가열해 최적의 온도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다양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선 BHS가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겨울철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의 폐열을 이용해 난방합니다. 즉 히터를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난방을 위해선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는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로 이어져 주행 거리가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현대차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으로 사용된 열을 회수해 실내를 난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난방을 위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여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대폭 끌어올린 기술이죠. 히트펌프는 일반적인 저온 상황에서 10% 이상의 전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기역학적 설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기저항이 연료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E-GMP 플랫폼 설계 시 차체 하부로 들어오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닥을 아무리 평평하게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앞바퀴입니다.
노면과 맞닿아있는 타이어는 꽤 많은 공기저항을 일으킵니다. 특히 휠의 모양에 따라 그 저항값이 달라지기도 하죠. 그래서 현대차는 타이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액티브 에어 스커트(AAS)를 개발했습니다. 공기저항이 구름저항보다 커지는 시속 80킬로미터가 되면 범퍼 아래 숨어있던 작은 패널이 앞바퀴를 가리면서 타이어 공기저항을 줄여줍니다. 결과적으로 타이어와 휠 주변에 발생하는 와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죠. 경주용 차가 앞바퀴까지 가리는 대형 에어댐(Air Dam)을 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AAS가 경주차처럼 범퍼 하단을 모두 가리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바닥이 평평한 E-GMP 플랫폼 덕분에 타이어만 가리는 것으로도 공력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전기차 세상에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연료 효율을 높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대차가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이죠. 전동화 모델의 에너지 효율을 위한 현대차의 기술적 도전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