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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 H Dec 06. 2021

"그랜저가 8천만원?"강남 집보다 비쌌던 80년 그랜저

포니1 & 1세대 그랜저
출시 당시 가격은?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와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

지난 11월 16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현대 EV 헤리티지 행사’가 진행되었다. 본 행사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볼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각종 자동차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전시 품목은 단연 ‘헤리티지 시리즈’였다. 전기차로 재탄생한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와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관람객들에게 뉴트로의 진한 매력을 선사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뇌리를 스친다. 지금 봐도 매력적인 두 모델의 출시 당시 가격은 과연 얼마였을까? 이번 콘텐츠에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


현대자동차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

현대자동차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는 1974년 토리노 국제자동차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빚어낸 디자인은 전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현지 언론은 <자동차 공업, 극동으로부터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대서특필했다.

다양한 포니의 라인업

성공적으로 데뷔한 포니는 2년 뒤인 1976년 2월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당시 포니의 판매 가격은 2,289,200원이었으며, 뒤이어 출시된 ‘포니 픽업’은 1,898,000원, ‘포니 왜건’은 2,455,700원으로 책정되었다.

당시 ‘2,289,200원’은 상당한 거금이었다. 단적인 예로, 포니 가격에서 200만 원만 더 보태면 서울시 송파구 잠실1동에 위치한 ‘15평형 주공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즉, 포니 두 대 가격이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 셈이었다.

이어서 1980년에는 1.4L 엔진을 장착한 ‘포니 1400’의 자동변속기 모델이 출시되었다. 이 모델의 출시 당시 가격은 ‘2,907,000원’으로, 같은 시기에 탄생한 담배인 ‘솔(1980년 기준 450원)’을 무려 6,460갑이나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처럼 상당히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포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포니는 출시 첫해 10,726대가 판매되며 승용차 시장의 43.6%를 점유했으며, 이듬해에는 무려 54.1%까지 점유율을 올렸다. 포니 출시 전 18,000대에 불과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도 89,000대(1979년 기준)로 급성장했다.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신문기사에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포니2'

지금은 오랜 시간이 흘러, 2018년 기준 포니의 잔존 대수는 약 8,000대에 불과하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포니 2’는 그나마 구하기 쉬운 편이지만, 초기형 포니는 희소성이 높아 중고 가격이 비싼 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를 제작하기 위해, 중남미에 위치한 ‘파나마’에서 초기형 포니를 공수해야만 했다. 국내에서는 적당한 초기형 모델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급 승용차, 1세대 그랜저


1세대 그랜저

1세대 그랜저는 8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최고급 승용차로, 상위급 모델인 ‘에쿠스’가 출시되기 전까지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을 담당한 모델이다. 최고급 승용차답게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의전차량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연스레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크루즈 컨트롤(좌) / 2열 암레스트(우)

‘장엄함’, ‘위대함’, ‘웅장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 그랜저는 각종 첨단 편의 사양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양으로는 자동 정속 주행장치인 ‘크루즈 컨트롤’과 뒷좌석에서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는 ‘2열 암레스트’를 손꼽을 수 있다.

출시 당시 16,900,000원으로 책정된 그랜저 2.0

당연히 가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1986년 기준, 1세대 그랜저의 가격은 16,900,000원으로, 현재 물가를 반영한다면 무려 55,651,700원에 달한다. 6세대 그랜저의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의 가격이 41,330,000원임을 고려하면, 당시 그랜저의 위상이 굉장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포니 2’의 가격은 3,471,000원으로, 이조차 상공부의 지시 때문에 14,000원을 인하한 금액이었다. 즉, 포니 2를 다섯 대나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꼬박 모아야, 그랜저 한 대를 살 수 있는 셈이었다.

*현재 물가를 반영한 금액은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화폐가치 계산'을 참고한 금액입니다.


출시 당시 25,500,000원으로 책정된 그랜저 2.4

여기서 놀라운 점은 16,900,000원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1987년에 출시된 ‘그랜저 2.4’의 가격은 25,500,000원으로, 단 1년 만에 천만 원에 가까운 가격 상승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1989년에 등장한 최상위 모델 ‘그랜저 3.0’의 가격은 무려 28,900,000원이었다. 이를 현재 물가에 반영하면, 81,555,8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온다. 그만큼 1세대 그랜저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에 위치해 있었다.

출시 당시 28,900,000원으로 책정된 그랜저 3.0

물론, 단순히 가격만 비싼 것은 아니었다. 그랜저 3.0은 위에서 언급한 각종 첨단 편의 장비를 포함, 국산차 최초로 ‘ECS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ABS 브레이크’를 탑재해 탁월한 안전성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1세대 그랜저는 경쟁 모델을 가뿐히 제치고 국산 고급 세단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비싼 가격이 무색할 정도의 판매량(92,571대)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현재 물가를 반영한 비교는 정확하다고 하기 어렵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월급만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니’만 하더라도, 한때 중산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선망의 대상’이자 '로망'이었다.

독자 여러분들에겐 어떤 모델이 ‘로망'으로 남아있는가? 최초의 국산 스포츠카 ‘스쿠프’? 70년대 후반을 주름잡은 최고급 세단 ‘그라나다’? 댓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추억을 남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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