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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 H Dec 08. 2021

최근 30년 된 그랜저가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인 이유는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
‘레이버의 법칙’과 ‘헤리티지 시리즈’의 상관관계


'레트로'는 최근 MZ 세대의 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레트로(복고)’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수십 년 전 발라드 노래가 인기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차트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고, 식품 회사들은 과거에 사용하던 로고나 포장을 부활시키고 있으며, IT 업계는 무려 ‘카세트 플레이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와 같은 레트로 트렌드는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9년 사이에 생산된 차량의 등록건수가 29.6%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레트로가 무엇이길래, MZ 세대가 이리도 열광을 하는 것일까?


레트로 & 뉴트로


레트로란, ‘추억’이라는 의미를 가진 ‘retrospect’의 앞부분을 따서 만든 단어로, ‘회상’이나 ‘회고’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즉, 옛 체제나 전통 등을 그리워하여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시도는 모두 ‘레트로’에 해당된다.

아날로그의 대표 주자 '필름 카메라' ⓒ PIXABAY CC0

레트로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날로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감성’에 있다. 

아날로그는 느긋함에서 오는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다. ‘필름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디지털카메라보다 사용방법도 까다롭고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도 번거롭기 그지없지만, 이와 같은 불편함은 시간과 만나면서 ‘감성’이 되고 ‘추억’이 된다.

레트로 문화에 열광하는 MZ 세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레트로와 MZ 세대는 이렇다 할만한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에게 레트로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이지만, MZ 세대는 레트로라고 부를 정도의 오래된 문화를 경험한 적이 없다. 사실상,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존재하던 문화에 열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뉴트로 문화인 '감성 카페' ⓒ PIXABAY CC0

이와 같은 이유로, MZ 세대가 즐기는 레트로 문화는 ‘뉴트로(New-tro)’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린다.

뉴트로란, 새로움을 의미하는 ‘New’와 레트로의 뒷부분인 ‘tro’를 합성한 단어로, 기존의 레트로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는 문화를 뜻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문화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과거’로 재창조한 것이다.

1세대 그랜저(上) /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 (下)

자동차 업계에 스며든 뉴트로 트렌드의 대표적인 예로는 그랜저 탄생 35주년을 맞아 현대자동차에서 특별히 제작한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를 꼽을 수 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의 기반이 된 ‘1세대 그랜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레트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세대 그랜저를 ‘뉴트로’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뉴트로의 핵심인 ‘재해석’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반면,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옛것’에 ‘새것’을 가미하여 진정한 ‘뉴트로’로 거듭났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80년대와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속은 ‘전기 구동계’라는 최첨단 기술과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콘셉트가 채워져 있다.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

정리하자면, 레트로는 ‘과거의 추억을 재현하고 소비하는 문화’,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움을 경험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를 제작하지 않고 단순히 1세대 그랜저를 전시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MZ 세대에겐 ‘박물관’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을 것이다.


레이버의 법칙


뛰어난 세련미를 자랑하는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

출시 당시 굉장한 인기를 자랑한 자동차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금씩 촌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뉴트로로 재탄생한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오히려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촌스러움이나 올드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뉴트로를 세련된 형태로 받아들이는 현상에 대해, 영국의 복식학자 ‘제임스 레이버’는 <레이버의 법칙>이라는 이론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디자인의 유행은 30년을 주기로 반복되며 시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이버의 법칙>
-유행을 10년 앞설 때 : 추잡하게 느껴짐
-유행을 5년 앞설 때 : 뻔뻔하게 느껴짐
-유행을 1년 앞설 때 :과감하게 느껴짐
-현재 : 최신 유행으로 느껴짐
-유행이 1년 지났을 때 : 한물간 유행으로 느껴짐
-유행이 10년 지났을 때 : 끔찍하게 느껴짐
-유행이 20년 지났을 때 : 우스꽝스럽게 느껴짐
-유행이 30년 지났을 때 : 흥미롭게 느껴짐
-유행이 40년 지났을 때 : 고풍스럽게 느껴짐
-유행이 70년 지났을 때 : 매력적으로 느껴짐
-유행이 100년 지났을 때 : 낭만적으로 느껴짐
-유행이 150년 지났을 때 : 아름답게 느껴짐


'레이버의 법칙'의 30년 유행주기와 일치하는 1세대 그랜저

위의 정리에서 볼 수 있듯,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는 레이버의 법칙에서 말하는 30년의 유행주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1세대 그랜저가 1986년에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흥미로우면서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시기에 정확히 맞물려 있는 셈이다.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아이오닉의 콘셉트카 '45'

헤리티지 시리즈 그랜저와 함께 공개된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가 호평을 받았던 이유도 레이버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포니가 판매되던 시기는 70~80년대로, 이는 제임스 레이버가 언급한 유행주기와 일치한다.

게다가 70~80년대 포니가 채택했던 디자인은 30년의 유행주기를 거쳐 다시 인기 있는 디자인으로 떠올랐다.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아이오닉의 콘셉트카 ‘45’와 이를 그대로 양산한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이 전 세계적 호평을 받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최초의 국산 스포츠카 '스쿠프'

뉴트로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80년대 차량에 집중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90년대 차량에 관심을 가지는 트렌드 세터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30년을 주기로 유행이 반복되는 <레이버의 법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미래에는 어떤 모델이 뉴트로 문화로 재탄생할까? 혹여 90년대를 주름잡던 현대자동차 최초의 스포츠카 ‘스쿠프’가 전기자동차로 재탄생하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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