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사고

by 강가

인생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경험이 없진 않았다. 중고등학생 때는 사사로운 시비가 떠나질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사건 중 하나라면, 수업 시간 도중에 한 학생과 시비가 붙었던 것.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업이었다. 앉아 있던 중, 한 친구가 다가와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눈이 몇 번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눈 밑의 뼈가 거의 함몰이 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저항도 제대로 해 볼 겨를도 없이 말이다. 몇 주 정도의 회복 기간 후에야 겨우 학교에 복귀했다.


두 번째 기억도 두들겨 맞은 사건이었다. 대학생 시절, 유흥가가 즐비하던 학교 정문 근처 외각에 위치한 한 골목길을 걸어가던 중이었다. 새벽이었으나 그리 어둡진 않았다. 골목길을 지나니 우측 편에 세 명의 건달들이 건물에서 나오던 중이었다. 두 명은 머리가 꽤 짧았고 덩치가 컸다. 거의 빡빡머리였다. 술을 진탕 마시고 밖으로 나온 듯 보였다. 무심코 지나가던 중, 갑자기 그들이 뒤에서 목덜미를 잡아 제치고는 골목길로 끌고 갔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조용히 새벽길을 홀로 걸어갔을 뿐. 시비를 걸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 새내기가 우락부락한 조폭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시비를 걸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았다. 한참을 두드려 맞았다. 왜 맞아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말이다. 때마침 경찰차가 오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면 불가항력적이었다는 것. 도무지 손을 쓸 수도 없이 발생되었다. 이미 그 상황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여러 다양한 조건이 맞아서 그렇게 발생했다고 보는 방법 외엔 어찌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덧 한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이 무르익을 때쯤, 불가항력적 사건이 또 발생하였다. 차 사고가 난 것이다. 거주하던 산 중턱 부근 가파른 길을 내려가던 중 발생하였다. 그날,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 오른손에는 쓰레기봉투를 쥐고 왼손으로만 운전하던 중이었다. 45도 정도는 더 되어 보이는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는 도중,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 아니, 브레이크는 제대로 작동했으나 정신이 잠깐 나간 것이었을 수도. 차가 쭉 나아가더니, 오른쪽 측면 담을 타고 올라가 한 바퀴 휙 하고 돌았다. 그리고 차가 전복되면서 다시 내리막길로 돌아온 후, 그 상태로 쿵쿵거리며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 불가항력적. 도무지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복이 된 상태로 차가 가파른 길을 내려가는 장면은 액션 배우들도 경험해 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렇게 조금 더 내려간다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조금 내려가다 멈추었다. 높은 낭떠러지는 아니었으나 떨어졌으면 몸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몸에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차는 그렇지 못했다. 밖에 나오니 차 형태가 볼만하였다. 차를 견인하고 곧 폐차를 시켜야 했다.


차의 전복사고 후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예전의 사건들과 다른 점이라면, 좀 더 본질적으로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고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고 있던 길이 맞는 길이었을까. 사실, 대학원 생활 내내 큰 고민 중이었다. 방향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면ㄱ허 외면이 연결이 된다고 한다. 내면이라면 개인의 마음 상태에 가까울 것이다. 외적으로 발생되는 일들은 내부 상태의 반영이라는 것. 차가 전복되어 뒤집어져서 가고 있던 것은 가야 할 방향에 역행해서 가고 있다는 암시적인 사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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