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은 어떻게 신규 공무원을 바꿔놓는가.
* 아래 일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신임 공무원 소희는 공무원 시험을 합격해 서울지역의 한 동사무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본인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해 자리를 잡게 된 만큼, 본인 같은 사람들을 도와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소희가 동사무소에서 맡은 업무는 수급자 지원 업무, A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공무원이 된 만큼 열정에 불탔다.
발령 첫날, 소희의 자리로 전화가 걸려온다. “네 ㅇㅇ구 동사무소 최소희 주무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첫 전화인 만큼 소희는 업무를 잘 처리하고 싶다.
전화를 건 사람이 말한다. “어 나예요, 혹시 아까 뜬 뉴스 기사 봤어?”
소희는 반문했다. ”무슨 기사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민원인이 말한다. “아니 거기 여당 대표 길동이가 생활고로 자살한 사람 보고 저소득층한테 지원금 확대해서 준다잖아, 왜 공무원이 그걸 몰라? “
소희는 황당했지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내려온 지침이 없어서요.. 아직 동사무소 차원에서는 확정된 게 없어요 “
그러자 전화를 건 민원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나라에서 해준다는데!! 공무원인 너네는 모르는 게 말이 돼?! 너 공무원 맞아?? 내 세금으로 니들 월급 주는 게 아깝다 “
소희는 황당함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만다. “아니 선생님 진정하시고요..”
그러자 민원인이 더 신난다는 듯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 “야 생활고로 사람 죽었다는데 나도 죽어버릴 거야, 그래 죽을 때 내가 당신 이름도 쓸 거라고, 최소희라 그랬지? 당신 내가 감사원에도 제보하고 국무조정실에도 제보해 버릴 거야, 당신 같은 건 공무원 자격이 없어! “
소희는 할 말이 많지만 첫날부터 업무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민원인이 하는 모든 말을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공무원은 전화를 먼저 끊을 수도 없다. 민원인에게 있어 절대적인 을이다.
그렇게 약 40분의 설교 끝에 겨우 소희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이건 내가 운이 나빠서 그래.. 초심을 잃지 말자”
이상하게 아픈 머리를 두드리며 업무를 처리하려 한다. 그러던 중, 이번엔 방문 민원인 하나가 찾아왔다.
방문 민원인의 사정은 딱했다. 자녀가 셋이나 있는데 나라에서 지원받는 것은 없었으며, 원룸에서 겨우겨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소희는 민원인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책임지고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소희는 사명감에 불탔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시간은 흘러, 밤 아홉 시가 되고, 소희는 민원인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며, 여러 법령과 사례를 뒤져본 후, 최종적으로 그 사람의 재산과 정보를 조회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민원인이 했던 말 중에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자녀는 없었으며, 차는 외제차를 몰았다. 그리고 딱한 사정을 증명할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소희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배신감에 빠졌다. 분명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공무원이 되었는데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다음 날, 민원인이 찾아왔다.
소희가 쌀쌀맞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정보 조회를 해 보니 자격에 안 맞으시더라고요. 자녀도 없으시고요.”
민원인이 말했다. “아니 저 자녀 셋 맞아요. 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세 마리인데 이건 자녀로 쳐야죠. 전 얘네들을 자녀라 생각하고 살고 있단 말이에요”
소희는 이내 말문을 잃었다. 그래도 정신을 붙잡고 말해본다. “아니, 법령상 사람만 자녀로 치고, 반려동물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민원인은 갑자기 표정이 돌변한다. “아니 우리 곰이가 가족이 아니라는 건가요? 그거 되게 사회적 감수성에 안 맞는 말인 거 알고는 있어요?” ,“무슨 공무원이 이렇게 수준이 떨어지지? 당신 시험 본 거 맞아?”
소희는 인신공격성 모독에도 “반려동물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라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원인에게 대꾸하는 순간, 민원인은 국민신문고로 소희를 지겹도록 괴롭힐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소희가 질 것이다. 팀장은 절대 팀원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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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시간 정도의 실랑이가 끝난 후, 소희는 본인의 믿음이 깨지는 것을 느낀다. “아.. 모든 약자가 선한 것이 아니구나..”
그리고, 이제 소희는 원리원칙만을 따져 일을 처리하기로 결심한다. 절대로 민원인에게 감정을 이입하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안타까운 민원인을 도와주지도 않으리라 결심한다. 해봤자 소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소희는 알게 되었다. 왜 다른 공무원들이 법령이니 지침이니 하며 몸을 사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는지 말이다. 입직 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한심하게만 보였는데, 이제는 그들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그들도 처음에는 사명감 넘치는 공무원이었을 것이다. 악성 민원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