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사람 Aug 08. 2024

왜 공무원의 적은 공무원일까?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나도 잘리지 않지만 쟤도 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싫은 사람과도 좋건 싫건 같이 일해야 하며, 그렇기에 문제를 문제로 만들지 않는 사람을 공조직에서는 선호한다.


대부분의 고소 고발 사건은 80% 정도가 서로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칼도 모르는 사람에게 맞는 것보다는 아는 사람에게 맞는 것이 더 아프고 배신감이 든다.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민원인이 공무원 앞에서 소리를 지른다. “내 집 앞에 도로 하나 내주는 게 그렇게 큰 일이야?!”, “내 세금 가지고서 어디다가 쓰는 거야? 내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뭐 하는 짓거리냐고”


공무원이 맞받아친다. “아니 선생님, 도로를 내려면 일단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선생님은 요건에 충족이 안되세요 “


민원인이 말한다. “안 되는 거 그런 거 난 모르겠고, 더 높은 사람 불러와, 시장 나오라 그래, 안 나오면 내가 찾아갈 거야, 감사원에 당신 제보도 할 거고 총리실에 감찰 요청도 할 거야”


공무원은 또 맞받아친다. “규정상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몇 분 실랑이가 끝나고, 민원인은 식식거리며 밖으로 나간다. 민원인이 아무리 삿대질을 하고 공무원에게 위협을 하더라도 팀원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다음날, 국민신문고에 글 하나가 올라온다. 민원의 요지는 공무원이 고압적인 태도로 민원인을 윽박질렀다는 것.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해 민원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머리가 아프다. 그러던 중, 민원인이랑 실랑이를 벌일 때에는 멀찍이 떨어져 구경만 하던 팀장이 자리로 온다.


“그러게 왜 민원을 받고 그래, 신문고 보니깐 먼저 화냈다고 하네, 너 언행 조심하고 얼른 이 사람한테 전화해서 미안하고 사과드려, 너 때문에 이게 뭐냐, 너 참 답답하다 “


민원을 받는 공무원은 기가 찬다. 민원을 받을 때는 멀찍이 떨어져 구경만 하더니 이제야 참견질이다. 아무도 본인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민원인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같은 팀 소속인 팀장이 저러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공무원은 상명하복이다. 어쩔 수 없이 팀장의 지시에 따라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고 민원인에게 전화를 건다.


“네 선생님, 제가 신문고 보니깐 제가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 사과드리고…..(생략)


전화를 마친 후, 국민신문고 답변서를 적는 중에도 팀장의 참견은 계속된다. “아니 그러게 왜 그런 사람을 자극하고 그러냐 “ 팀장의 말에 꾹꾹 화를 참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공무원은 우울증에 걸려버리고 만다. 하지만 팀에서 자신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본인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휴직도 하지 못한다. 탈출구는 없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


위의 사례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관공서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히려 내가 가져온 사례는 순한 맛이라고 본다.


공무원 조직은, 정당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같은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상한 조직이다. 조직과 상사는 개인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최고의 직원이다.


항상 적은 내부에 있다.


https://brunch.co.kr/magazine/yuldiary


이전 15화 공무원들이 속 터지게 일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