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공무원은 수동적일까
진화론이란 무엇인가.
환경에 적응하는 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본인이 처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 개체의 생존이 아닌, 비슷한 종 전부가 살아남아, 계속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을 공무원 조직에 대입해 보자. 왜 그토록 모든 일에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에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할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공무원은 모두, 공무원 조직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면직해버리거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을 경험하거나, 이런 좌절을 경험한 공무원이 수동적으로 변해버린다.
왜 적극적인 공무원들이 모두 면직하거나, 상처를 받고 좌절해 수동적으로 변할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해도 돌아오는 보상이 아무것도 없다. 물질적인 것이든(돈), 승진과 관련된 것이든(명예) 말이다.
중앙부처에서 국정과제 수행 사업을 담당하며 매일 밤 10시까지 일하는 7급 공무원과,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하는 일은 전부 재껴두고, 매일 수다만 떨다 퇴근하는 7급 공무원의 월급은 같다.
승진은 그럼 어떤가? 공무원 조직에서 대부분의 승진 결정은 윗사람의 의사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고, 적극적으로 일한다 한들, 윗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 실리를 찾는 사람들은 일에서는 힘을 빼고, 윗사람과의 관계를 다지는 것에 좀 더 힘을 쏟는다. 승진은 실적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시켜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적극적으로 일할수록, 적극적인 감사 대상이 된다.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하다가 감사 지적사항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적극행정이었다면 처분 수준을 경감시켜 주거나 면책시켜 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처음부터 소극행정, 혹은 보신행정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감사 대상이 될 일이 없다. 안타까운 사연의 민원인은 그냥 눈 한번 딱 감아버리면 될 일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초임 공무원도 감사를 한번 받아보고, 여러 자료제출에 치이고, 의회, 감사원 등에 여러 번 불려 다니다 보면, 다시는 안타까운 민원인을 위해, 업무 범위를 넘어서 도움을 주지 않게 된다. 조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세 번째는 모난 돌은 정 맞는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과도 같은 보수적인 곳에서, 튀는 것은 독이다. 모두가 업무 범위를 어느 선까지 할 것인지 정해두었는데, 본인만 그 업무 범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모두의 적이 된다.
왜냐하면, 민원인이든 상사이든 “저 공무원은 어디 어디까지 업무를 처리하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요?”와 같은 말을 남겨진 사람에게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남은 사람들은 업무 범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일한 사람을 원망한다.
결국 그렇게 모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공무원은 멸종하게 되고, 공무원 조직에는 수동적인 사람만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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