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은 있는데 경력은 없다.?

정부 정책의 허실

by 김희곤


“사망 신고를 하러 갔더니 본인만 가능하다고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죽은 사람이 직접 와야 접수해 준다는 식의 행정 논리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현실의 제도 속에서도 이와 닮은 장면을 자주 본다.


정부가 자격증을 만들어 놓고는 막상 취업 단계에서 “경력자만 가능”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경우다. 자격은 땄는데, 경력이 없어서 일을 못 한다. 일을 못 하니 경력도 쌓이지 않는다. 닫힌 순환이다.


이 모순은 개인의 노력 부족 문제가 아니다. 제도 설계의 구조적 충돌이다.


예컨대 돌봄·요양 분야를 보자. 정부는 일정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을 부여한다. 이는 최소한의 전문성과 윤리 기준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실제 채용 공고를 보면 “현장 경력 1~2년 이상”을 요구하는 기관이 적지 않다. 현장은 숙련도를 원하고, 보호자들은 경험 많은 인력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막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현장 진입 문턱에서 밀린다.


또 다른 예는 건설·안전관리 분야다. 안전 관련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해도, 법정 선임 요건에 “실무 경력 년 이상”이 붙는 경우가 많다. 시험은 통과했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맡기에는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신입은 어디서 그 실무 경력을 확보해야 하는가. 중소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원하고, 공공기관은 규정상 경력을 요구한다. 자격은 ‘가능성’을 증명할 뿐, 채용 시장에서는 ‘즉시성’을 증명하지 못한다.


이 현상은 세 가지 층위에서 발생한다.


첫째, 자격 제도와 채용 시장의 분리다. 자격은 중앙정부가 설계하지만, 채용은 각 기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시험은 표준화되어 있지만, 현장은 위험과 비용을 떠안는다. 그래서 경력이라는 추가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둘째, 책임 회피 구조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은 “경력 있는 사람을 뽑았다”고 방어하고 싶어 한다. 자격증은 최소 요건일 뿐, 경력은 책임 분산 장치가 된다.


셋째, 교육·실습 인프라의 부족이다. 자격 취득 과정에서 충분한 현장 실습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으면, 자격과 실제 업무 역량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시장은 다시 “경력”을 요구한다.


결국 문제는 개인의 준비가 아니라, 제도의 연결 설계에 있다. 자격이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일정 자격 취득자에 대해 공공 부문이 ‘의무적 수습·인턴 트랙’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 6개월~1년의 실무 수련 과정을 제도화하고, 이를 경력으로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의사·변호사처럼 수련과 자격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둘째, 법정 선임 요건을 단계화할 수 있다. 예컨대 보조 선임·공동 책임 체계를 두어 초급 인력이 경력자와 함께 일하면서 공식 경력을 축적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자격시험 설계 단계에서 현장 실습을 의무화하고, 그 시간을 법적 경력으로 환산하는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격 취득 과정 자체가 곧 경력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자격증은 사회가 부여한 ‘공적 신호’다. 그런데 그 신호가 노동시장 입구에서 무력화된다면, 자격 제도는 청년과 구직자에게 허탈감만 남긴다. “본인만 가능”이라는 농담처럼, “경력자만 가능”이라는 조건은 제도의 자기모순을 드러낸다.


자격을 주었다면, 그 자격이 작동할 수 있는 통로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우스갯소리를 만들 뿐이다. 웃음 뒤에는 언제나 제도의 빈틈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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