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는 사문난적인가?
오랫동안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믿지 않는 나쁜 사상가로 오해받아왔다. 또한, 송나라 이래 성리학자들은 맹자와 대척점에 있는 순자를 배척해왔다.
순자(BC. 336~238)는 조나라 출신으로 본명은 순황(荀況)이다. 제나라의 직하학궁에 와서 세 차례나 아카데미의 수장인 제주(祭主)를 역임했다. 순자는 여러 나라를 주유했으며, 제자백가의 거의 모든 학문적 성과를 읽고 분석하고 종합해 집대성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선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던 순자를 대부분 사람은 성악설의 주창자로만 알고 있다. 모든 오해는 성악설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대상을 일단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면 배경이나 구조는 무시되고 드러난 말 자체만을 따지게 된다. 순자의 성악설은 사회적, 정치적 환경을 반영한 것이었으며, 악한 본성을 제어할 인위(人爲), 즉 형정예악(刑政禮樂)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순자는 사람이 태생적으로 악한 존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 인간을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존재로 본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순자를 직접 가르친 스승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순자의 인생역정을 보면 순나라 귀족 후예로서 처음부터 풍요로운 재력이 있었던 듯하다. 그의 정치철학이 비교적 친정부적이고 상공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도 그의 출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훗날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말더듬이 한비와 진나라 천하통일을 이끈 재상 이사는 바로 이 무렵 순자 밑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순자는 50세 이전까지의 행적은 거의 기록이 없고, 50세 무렵 조나라에서 제나라로 건너가 활동하였다. 당시 많은 학자가 제나라로 모여들어 직하학파를 형성하였는데, 순자는 직하의 최고 사상가가 맡는 좨주라는 벼슬을 3번이나 지낼 정도로 실력과 덕망을 갖춘 학자였다.
이 글의 중심은 순자의 지도자 리더십에 대해 ‘군도(君道) 편’을 중심으로 분석한 것이다. 유학(儒學)에서는 지도자를 가리켜 군자(君子)또는 군주(君主)라고 부르고 있다. 순자의 군자 관은 도덕적 실천의 측면에서 공자와 맹자를 중심으로 하는 유학의 군자 관을 계승하고 있지만, 이전까지 도덕 이상주의적 입장에 머무른 군자를 현실 정치가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순자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를 이룬다.”라면서 국가의 정치제도나 사회제도도 모두 사람들이 모여 잘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하늘이 백성을 낳은 것은 임금을 위한 것이 아니며, 하늘이 임금을 세운 것은 백성을 위한 것이다.”라고 하는 민본사상이 바탕이 된다. 또 순자에게 있어서 ‘군주란 여럿이 모여 잘 살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하고 군주는 무리를 잘 이끄는 지도자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순자에게 있어서 군주라는 개념은 ‘고귀하고 위엄 있는 하나의 공복(公僕)일 따름이며 만일 군주가 천직을 다 할 수 없게 된다면 존엄은 상실되고 폐위도 가능하다.’고 본다. 순자는 예(禮)가 근본인 나라가 왕도(王道)이며, 법이 근본인 나라를 패도(覇道)라고 보았다.
“군주는 백성의 근원이다. 근원이 맑으면 흐르는 물도 맑으며, 근원이 탁하면 흐르는 물도 탁하다. 그러므로 국가를 둔 자가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백성에게 이익을 주지 않으면, 백성들이 자신을 친하게 여기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해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순자는 신하와 더불어 통치하며, 존현사능(尊賢使能) 하여 그 공로를 같이 누리는 통치자를 ‘명석한 군주(明主)’, 혼자서 통치하고자 하는 자를 ‘어리석은 군주(闇主)’로 규정하여 더불어 하는 통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순자 역시 공자의 춘추정명(春秋正名)이라는 대의는 그대로 이어받았다. 순자가 제시한 군자의 주된 가치관은 군자의 인격은 내면의 덕성(德性)이며, 내면의 덕성은 덕행(德行)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덕성과 덕행은 유학에서 강조하는‘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의 과정으로 이룩된다. 순자도 군자의 ‘수기’와 ‘치인’을 강조한 엄연한 유자(儒者)이다.
그러나 순자는 사회적 계층이 구분된 사회상을 강조했다. 사회적 신분이 평등한 사회에서는 백성들이 자유의 권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적인 이익만을 챙기고 사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하여서 오히려 무도한 방법으로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불평등한 사회적 상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보아 순자는 사회적 신분계층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자유, 평등, 박애 등의 현재의 민주적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민본위사상(民本位思想)에 비추어 보아도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순자의 존군론(尊君論)은 모든 권한이 군주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음으로 덕을 갖춘 자가 군주가 되지 않는다면 무원칙한 인치(人治)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순자의 사상은 예의라는 도덕적 기제를 통해 사회 문제를 극복하려 했다. 사람 사이의 원만한 관계를 의미하는 禮로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함으로써 禮가 동아시아 사회 전반에 걸쳐 삶과 사회의 핵심이 된 것을 생각하면 순자의 공로는 실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순자의 리더십은 보편적 의미에서 인(仁)을 바탕으로 한 예(禮)의 리더십이다. 이는 국가주의를 넘어선 이웃과 사회에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인간애와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과 인간을 해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21세기 오늘날일수록 순자의 군도 편에 나타난 통치자의 리더십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