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얼마나 많이 던져야 하늘이 붉어질까
사랑은 토마토처럼 붉어지는 것
자주 으깨지는 것
붉은 표정으로 익다가
건널목 정지선에서 바라보는 노을 같은 것
대체 어느 길목에서 우리의 토마토가 붉어졌을까
냉장고 속에서도 토마토는 익는다
열면 붉어지고 닫으면 캄캄해지는 우리의 서랍은 안녕한가
푹 삶아 껍질을 벗겨낸 토마토처럼
그때 우리의 여름은 몹시 붉었다
지금 건널목을 지나는 열차의 표정은 왜 무심할까
사랑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토마토는 식탁 위의 파르티잔이야, 아니 주방의 게릴라야
당신의 왼쪽은 왜 붉지 않은가
아주 많은 날 우리는 토마토를 던지고 으깨는 데 소비했다
잘 익은 저녁을 써는데 토마토의 감정이 흘러내린다
기분에 따라 토마토는 과일이나 채소로 바뀌기도 하지만
양상추와 브로콜리 앞에서 우리는 기꺼이 과일이 되고
후라이팬 속에서 구워지는 채소가 될 수 있다
얼룩덜룩해지다 드문드문 물크러지다
어두워지면 게릴라처럼
탁자 위에서 사라지는 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