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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도이 Oct 30. 2024

토마토 파르티잔

토마토를 얼마나 많이 던져야 하늘이 붉어질까      


사랑은 토마토처럼 붉어지는 것 

자주 으깨지는 것

붉은 표정으로 익다가 

건널목 정지선에서 바라보는 노을 같은 것  

   

대체 어느 길목에서 우리의 토마토가 붉어졌을까      

냉장고 속에서도 토마토는 익는다 


열면 붉어지고 닫으면 캄캄해지는 우리의 서랍은 안녕한가     

푹 삶아 껍질을 벗겨낸 토마토처럼 

그때 우리의 여름은 몹시 붉었다   

   

지금 건널목을 지나는 열차의 표정은 왜 무심할까   

  

사랑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토마토는 식탁 위의 파르티잔이야, 아니 주방의 게릴라야 

당신의 왼쪽은 왜 붉지 않은가     


아주 많은 날 우리는 토마토를 던지고 으깨는 데 소비했다   

  

잘 익은 저녁을 써는데 토마토의 감정이 흘러내린다

기분에 따라 토마토는 과일이나 채소로 바뀌기도 하지만

양상추와 브로콜리 앞에서 우리는 기꺼이 과일이 되고

후라이팬 속에서 구워지는 채소가 될 수 있다 

      

얼룩덜룩해지다 드문드문 물크러지다 

어두워지면 게릴라처럼       

탁자 위에서 사라지는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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