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산. 강.
뜨거운 여름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아내와 집을 나섰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 양평 두물머리에 도착했다.
유명 관광지답게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붐볐다. 한적한 산책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었다. 입구가 복잡해 무릎이 잠시 불안했지만, 그늘진 물래길로 들어섰다.
벚나무 그늘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봄날 벚꽃길은 대단했으리라. 이 여름, 푸르른 나뭇잎이 더 감사하고 정겹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 하늘, 산, 강이 한데 어우러졌다. 평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가 묵묵히 서 있었다. 그 그늘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한참을 풍경에 잠겼다. 뜨거운 여름볕도 느티나무 그늘 아래까지는 닿지 못했다.
두물경으로 가는 길은 최근 공사를 했는지 세밀한 자갈을 깔아 다졌다. 직업은 못 속인다. 새 공법의 길이 내 오감을 자극했다. 일하는 과정과 노고가 내 피부로, 내 호흡으로 느껴졌다.
강변으로는 넓게 펼쳐진 연잎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순백의 연꽃과 분홍 연꽃이 군락을 이뤘다. 진흙 속에서도 피어난 꽃들이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유유히 흐르는 물길. 두물머리의 잔잔하고 호수 같은 정취는 팔당댐 덕분이다.
문득, 1989년 8월 뜨거운 여름의 군 시절이 떠올랐다. 한강에서 도하 훈련을 준비하던 때였다. 폭우로 한강 수위가 올라 도하 장비가 떠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중대장이 어딘가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거기, 팔당댐이죠? 우리 도하 장비가 다 떠내려가게 생겼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경상도 촌놈이 처음 들은 팔당댐. 전화 한 통으로 열고 닫는 수문쯤이라 생각했던 그때를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났다.
그 팔당댐이 만든 이 잔잔한 풍경 앞에 서 있다.
무더운 여름답게 속옷까지 땀에 젖었다. 오늘은 무릎에 통증이 있어 여기서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옥수수 파는 노점에 차를 세웠다. 옥수수 껍데기가 작은 무덤처럼 쌓여 있는 가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샀다.
아내가 옥수수를 먹으며 말했다.
"집에서 찌는 옥수수는 왜 이 맛이 안 날까?"
나는 미소 지으며 아내가 건네는 옥수수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