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산책이야기
연일 이어지는 폭염, 도로공사 현장 작업이 잠정 연기됐다. 에어컨 바람 아래 글을 쓰는 이 순간이 호사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일이 없어 다음 달 벌이가 걱정되는 현실을 내칠 수가 없다.
무더위에 낮 산책은 무리였다. 해가 진 후 집을 나섰다. 열대야가 묵직하게 몸을 감쌌고, 왕숙천변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별을 본 세월이 까마득하다. 등화관제 시절, 산동네 꼭대기에 살던 나는 은하수를 봤다. 사이렌이 울리는 그 살벌한 공간의 은하수는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산책로를 비추는 조명들이 은은하게 발걸음을 안내했다.
구리로 넘어가는 보행자 다리 위에 섰다. 저 아래 북부간선도로의 불빛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도시는 여전히 분주하다. 그래야 먹고 산다는 듯이.
점점 뜨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소파에 기댔다. 거실 창으로 선명한 달이 보인다. 세상의 불빛이 가리지 못하는, 가장 고요하고 확실한 빛이다.
산동네 은하수는 사라졌지만, 달은 여전히 저기 있다.
왕숙천에 내려온 별처럼, 수많은 불빛 속에서 가장 변치 않는 희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