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제1조. 제사(祭祀)
2025년 겨울.
서울.
김민수, 35세.
가족이 모두 모였다.
할아버지 제사.
민수의 아버지가
제사상을 준비했다.
민수가 말했다.
"아버지, 요즘은
AI 추모 서비스도 있어요.
제사상 차리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아버지가 말을 끊었다.
"제사는 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 목소리도 복원하고,
사진으로 아바타도 만들 수 있어요.
화면으로 대화도 할 수 있고요."
아버지가 손을 멈췄다.
"그게 제사냐?"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굳이 이렇게까지..."
아버지는
나물을 다듬으며 말했다.
"제사는
돌아가신 분과 대화하는 게 아니다.
준비하면서
그분을 생각하는 거야."
민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며칠 후.
민수는
AI 추모 서비스에 가입했다.
할아버지 사진 10장 업로드.
음성 파일 3개 업로드.
24시간 후.
완성.
민수는
스마트폰을 켰다.
화면에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민수야."
목소리도 똑같았다.
표정도 똑같았다.
"할아버지..."
"잘 지내니?"
5분간 대화.
AI 할아버지는
생전에 했던 말들을
반복했다.
"건강 챙기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민수는 눈물을 흘렸다.
"이게... 더 낫지 않나?"
제사상 차릴 필요 없이.
5분 대화.
간편했다.
祀者 敬之至也
사자 경지지야
"제사란
공경을 다하는 일의
지극함이다."
제사(祀).
죽은 이를 기리는 의례.
정약용은 말했다.
제사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齋戒欲其精 犧牲欲其肥
재계욕기정 희생욕기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되 정밀해야 하고,
제물은 온전해야 한다."
재계(齋戒).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희생(犧牲).
제물.
정약용은
화려한 제사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나물을 다듬으며
고인을 생각하고,
전을 부치며
옛 기억을 떠올리고,
과일을 씻으며
감사를 되새기는 것.
그 과정이
공경이다.
AI 추모 서비스는
과정을 제거했다.
클릭 한 번.
5분 대화.
편리했다.
빨랐다.
神其依人 誠則感矣
신기의인 성즉감의
"신령은 사람에게 의지하니,
정성을 다하면 감동한다."
신령(神).
죽은 이의 영혼.
정약용은 말했다.
신령은
화려한 제사상에 감동하지 않는다.
완벽한 목소리에 감동하지 않는다.
사람의 정성에
감동한다.
제사를 준비하며
고인을 기리는
깊은 사색.
그것이
정성이다.
다음 제사.
민수는
아버지 옆에 다가갔다.
"아버지, 제가 할게요."
나물을 다듬으며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전을 부치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과일을 씻으며
감사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비용도 들었다.
하지만
민수의 마음은
채워졌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AI는
형식을 간소화했는가,
아니면
정성마저 제거했는가?"
[월요일에 계속]
예전 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