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제5조 사교(社交).
"찬성 68%, 반대 15%.
실행을 권장합니다."
2026년.
경기도의 한 지자체.
시장 집무실.
AI 여론 분석 시스템이
화면에 숫자를 띄웠다.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추진하자."
회의 시간 5분.
결정 완료.
효율적이었다.
예전에는 달랐다.
시장은
지역 인사들을 찾아갔다.
원로 교수.
지역 문화원장.
청년 단체 대표.
그들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시장님, 이 사업은
신중해야 합니다."
"주민들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셨습니까?"
시장은
고개를 숙이고 들었다.
그들의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대신한다.
SNS 키워드 분석.
커뮤니티 댓글 추출.
실시간 민심 지수.
5분 만에
결론이 나온다.
지역 인사들을 만나는 일정은
'비효율적'으로 분류됐다.
社交之禮 欲其誠也
사교지례 욕기성야
"지식인들과 교제하는 예법은
진실함에 달려 있다."
사교(社交).
선비들과 교제하는 것.
정약용은 말했다.
사교는
친해지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의 아픔을 아는 이들의
진심을 듣는 과정이다.
AI는
여론의 흐름을 읽어낸다.
하지만
한 노학자가
고을의 미래를 걱정하며 내뱉는
'진실한 한숨'은
읽어내지 못한다.
優禮崇敬 詢謀僉同
우례숭경 순모첨동
"예우를 다해 존경을 표하고,
머리를 맞대어 뜻을 모으라."
정약용은 강조했다.
수령이
먼저 고개를 숙여
지혜를 구하라.
데이터가 정답을 줄 순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인정해 주는 리더의
공경하는 태도다.
AI는
가장 빠른 결론을 준다.
하지만
모두가 승복하는
'공감의 결론'은 주지 못한다.
6개월 후.
그 지자체의 사업은
추진됐다.
AI가 68% 찬성이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주민들은 반발했다.
"우리 의견을
누가 들었나요?"
"시장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숫자는 68%였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士氣旣振 民風自正
사기기진 민풍자정
"지식인의 기개가 살아나야
공동체의 풍속이 바로 선다."
정약용은 말했다.
지식인들이 존중받고
그들의 목소리가 행정에 담길 때,
백성들은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낀다.
행정은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기풍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숫자에 밀려
지혜가 소외될 때
사회는 차가워진다.
AI는
가장 똑똑한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정답이 아니라,
서로의 지혜를 구하며
쌓아가는 신뢰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은
화면 속 숫자를 믿는가,
아니면
마주 앉은 이의 눈 속에 담긴
진심을 믿는가?"
[월요일에 계속]
예전 제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