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아직 분장이 끝나지 않았다.

구리 한강 공원. 산책이야기

by 구현

구리 코스모스 축제 하루 전, 아내와 구리 한강공원에 들렀다. 축제가 시작되면 주차하기도 힘들고, 사람들로 북적일 거라는 아내의 이야기에 선뜻 집을 나섰다. 아내는 코스모스를 아주 좋아한다.


한강 산책로는 역시 시원했다. 강 너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푸른색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축제장 주변은 분주했다. 하얀 천막들이 줄지어 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무대를 설치하며 장비를 나르고 있었다. 잔치 전날의 풍경처럼 들뜬 기분이 들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축제 안내판을 봤다. 출연 가수 명단이 빼곡했다.


"저 사람들 출연료가 얼만지 알아? 당신은 상상도 못 할걸."


아내가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알 정도면 유명한 가수들이다.


"그 돈이면 여기 들어오는 길도 넓히고, 공원을 더 꾸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큰 축제를 하기에 진입로도 주차장도 불편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뒤라, 아내의 말이 더 와닿았다.


"그래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다 생각이 있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산책로를 걸었다. 코스모스를 보러 왔는데, 정작 코스모스는 아직 때가 아니었다.


황금코스모스는 만발해서 장관이었지만, 코스모스 들판은 드문드문 꽃이 보일 뿐 파란 꽃몽우리가 파도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아직 분장이 끝나지 않았다.


내일이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무대에서 노래가 울려 퍼지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질 것이다.


코스모스는 그런 거와 상관없이 자신의 시간에 하늘을 향해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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