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활기 넘치던 홍대 거리는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생각보다 길고 깊었다. 매일 한숨만 쉬던 사장은 결국 그를 불렀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퇴직금은 꼭 챙겨주겠네."
사장의 눈가에 주름이 깊었다.
정든 원룸을 나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텅 비었던 작은 방이 그를 받아들였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엌에서 부모님의 식사를 준비했다. 부모님은 여전히 새벽 일터로 나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마포 일대를 걸었다. 공실이 생긴 자리를 확인하고, 임대료를 물었다. 운전면허도 땄다. 재료를 직접 사러 다니려면 필요했다.
2년이 흘렀다. 거리에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포에 작은 가게를 얻었다. 코로나 여파로 보증금과 월세는 낮았고, 권리금도 없었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대로 가게를 꾸몄다. 벽지의 색부터 테이블 배치, 조명 하나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차린 가게였다.
개업일, 부모님이 왔다. 어머니는 주방을 둘러보다가 한참을 말이 없었다. 아버지는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추어탕......"
아버지가 메뉴 이름을 읽었다. 시그니처 메뉴였다. 된장의 구수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만나는, 이탈리안 기법으로 재해석한 요리였다.
서빙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주방은 당분간 혼자서 감당하기로 했다. 매일 새벽 가락시장으로 식재료를 사러 갔다.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손님이 조금씩 늘었다. 추어탕 리소토를 먹은 사람들은 숟가락을 잠시 멈췄다가, 이내 그릇을 비었다.
몇 달이 지났다. 주말이면 웨이팅이 생겼다. 혼자서는 버거워 주방 보조 한 명을 더 구했다. 통장 잔고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
가게가 자리를 잡아갈 때쯤, 건물주가 찾아왔다. 건물을 팔겠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식당 일에만 집중되었다.
새 건물주가 나타났다. 계약 갱신 조건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코로나 때 헐값으로 책정을 한 거야. 원래 이 자리는 그 정도는 받아야지."
통장은 바닥이 났고 그는 장사에 더욱 몰입했다. 손님은 계속 늘었고, 저녁이면 식당 앞에 줄이 섰다.
가게 쉬는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결혼 이야기였다.
"여태 사귀는 사람도 없으면 어떡하니."
"집값이 너무 비싸요."
그는 엉뚱한 대답을 하며 말을 흐렸다.
"전세방이라도 하나 얻어두면 되지."
어머니는 적금 통장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네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모은 거야."
그는 가게 근처에 원룸을 알아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방 두 칸은 되어야 한다고 그를 설득했다. 어머니의 적금에 대출을 더해 식당 근처 신축 빌라에 전세를 얻었다.
이사하는 날, 어머니가 와서 방을 둘러보다가 창문 밖을 바라봤다.
"여기서 살림 차리면 되겠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세도 얻고, 가게도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거리가 다시 조용해졌다. 식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손님은 줄었다. 메뉴 가격을 올려야 했지만, 올리면 손님이 더 줄 것 같았다. 대출 이자와 월세가 매달 통장을 비웠다.
어느 저녁, 마지막 손님이 나간 후 그는 빈 식당에 혼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