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9화

by 구현

며칠 후,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면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같은 법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구내식당 손님들은 밥을 먹는 내내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무거운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의 집회 소식이 TV 화면에 계속 나왔다. 뉴스 앵커는 양측의 주장을 밤낮없이 전했고, 겨울은 점점 깊어갔다.


퇴근길, 한남동 집회를 비추는 뉴스 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느꼈던 그 강렬한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갈라진 목소리들.


집으로 가는 길, 하지만 마음은 자꾸 그곳을 향했다.


그녀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녀는 아마도 그곳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헤어진 것이 아쉬웠다. 혹시라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밥을 사고 싶었다.


그는 전철역으로 갔다. 저녁 약속이 있다고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철에 몸을 실었다.


한강진역에 내렸다. 2번 출구에서부터 사람들이 가득했다. 거대한 외침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선명하게 둘로 나뉜 현장은 뉴스의 단편적인 영상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당황했다. 지난번 여의도에서 느꼈던 한마음 한뜻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다 같이 외치던 하나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둘로 갈라져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탄핵 반대를, 다른 쪽에서는 체포를 외쳤다. 같은 거리에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헤맸다. 이방인처럼 멀찍이 떨어져 두 진영을 바라보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날 밤, 그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두 갈래의 거대한 외침, 갈라진 거리의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그 극단적인 분열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할아버지. 그곳, 그 시대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라져 간 수많은 사람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을 밟고 살면서도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역사적 트라우마로 고향 한 번 못 가보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아픔. 억울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아픔. 묵묵히 삶을 이어온 부모님의 아픔.


그 모든 것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


한겨울 새벽 공기가 윗풍으로 새어 들어왔다. 그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긴 밤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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