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10화

by 구현

점점 극한 대치로 치닫는 한남동 집회 뉴스를 보던 그는 다시 현장에 가고 싶었다. 첫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되돌아온 것이 아쉬웠다.


며칠을 망설이다 그는 퇴근길 전철역으로 갔다. 그녀가 그 집회 현장에 있을 거라는 생각도 그를 이끌었다.


한강진역 2번 출구로 나왔다. 첫 번째 육교를 건너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좀 더 먼 육교까지 걸어가 건넜다.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스피커의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노래와 함성과 구호가 어둑해지는 저녁 하늘을 가득 채웠다.


오가는 사람들로 혼잡한 보도를 천천히 올라갔다. 양쪽에서 서로 다른 구호를 외쳤지만,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집회 현장을 오갔다. 그의 눈은 그녀를 찾았다.


밤 10시까지만 있기로 마음먹고 집회 현장을 두루 돌아다녔다. 체포영장은 집행되지 않았고, 집회는 계속되었다.


익숙해진 발걸음으로 퇴근 후 집회 현장으로 향했고, 밤 10시가 되면 집으로 갔다.

눈이 펑펑 내려도,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도, 집회 현장으로 사람들은 모였고, 그는 그곳으로 갔다.


최강 한파로 뼛속까지 추운 저녁이었다.

집회 현장 입구의 임시 천막에 그녀가 있었다.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잠시 멈칫하다 눈을 둥그렇게 뜨며 소리쳤다.


"어, 전세 사기!"


"아, 예."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너무 의외라 좀 오버했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렇게 기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까지는 그렇고, 이렇게 추운데 설마 집회 참가하러 오신 거예요?"


"그, 그게."


머뭇거리는 그를 그녀는 금세 눈치챘다.


"여기서는 전세 보증금 돌려달라고 외치면 안 돼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좀 숙였다.


"이제 다 잊고, 취직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여기 자주 오시나요?"


"가끔. 야근하고 그러면 못 오고 그렇죠."


"오늘은 너무 춥습니다."


그녀는 뒤집어쓴 은박담요를 흔들며 말했다.


"이걸로도 추위를 막을 수가 없네요."


"날도 추운데, 제가 따뜻한 저녁을 사드리고 싶습니다."


"막 취직한 사람이 무슨 밥을 사요. 제가 살게요."


그녀는 그때처럼 망설임 없이 집회 현장을 빠져나와 육교로 올라갔다. 그는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뛰는 심장을 느끼며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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