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추억 속으로

능내역 폐철길을 걸으며.

by 구현

팔당을 지나 마재로 향하는 길에 능내역 폐역을 지나게 됐다.

기와지붕의 건물은 담쟁이덩굴에 감싸여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녹슨 철로에 파릇한 잡초와 낙엽이 마치 몇십 년 전의 그 길로 돌아온 것처럼 쓸쓸했다.


낡은 간판과 철길을 보고 있으니, 오래전 학창 시절의 나와 친구들이 그곳에 서 있었다.

우리는 비둘기호를 타고 산과 강으로 여행을 다녔다.

느린 기차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세상을 둘러보던 시절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철길을 따라 걸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절에는 식당에서 뭔가 사 먹는다는 개념이 없었다.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과 반찬이 전부였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강가의 논두렁에 앉아 도시락을 펼치고, 서로가 가져온 김치 반찬을 나누던 그 순간들.

능내역 폐역 앞에서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언제나 배고팠던 그 시절.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찌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있을까.


어느 날이었다.

기차에 반찬통을 통째로 두고 내린 적이 있었다.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닫고는, 밥만 남은 도시락을 앞에 두고 우리는 그저 웃었다.


그때, 우리 눈에 띈 것은 논두렁을 뛰어다니는 개구리였다.

마치 본능처럼 우리는 개구리를 잡았다.

나뭇가지를 꺾어 꼬챙이를 만들고, 불을 피웠다.

입술이 시꺼멓게 변한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것이 우리의 야생 만찬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도 선명한 기억이다.

왠지 모를 소중함이 가슴에 사무친다.


지금 아내와 걷는 이 폐철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한 채 녹슬어가고 있다.

산책길 옆에 나란히 놓인 이 철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개구리를 쫓던 그 시절의 친구들도 어디선가 늙어가고 있겠지.


능내역을 지나 계속 걸었다.

기차가 오지 않는 폐역으로, 사람들은 여전히 찾아온다.

뭔가를 잊지 않으려고, 아니면 잊은 것을 찾기 위해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나는 잊어버린 반찬통을 이곳에서 다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