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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유즈 Jun 04. 2024

남자인데.. 육아휴직합니다.

- 아빠는 처음. 좌충우돌 김대리 - 

당황해 버렸다. 

우리 팀 막내, 김대리가 이쁜 딸아이의 아빠가 된 걸 회사 사람들이 모두 함께 축하해 준지 1달 정도 지났다. 결혼한 지 1년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 졸여했던 걸 아는 우리는 산모용 미역과 배냇저고리, 기저귀 등 신생아 축하 세트를 선물하면서 "이제 고생 시작이자 새로운 행복 시작이다" 라며 그에게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김대리는 틈만 나면 딸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의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발가락, 찡그리며 우는 모습, 세상 환하게 웃는 모습, 심지어 황금빛 똥까지 딸아이 자랑하기에 바빴다. 마치 우리가 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며칠 전부터 김대리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뭔가 고민이 있는 느낌

"김대리 무슨 고민 있어? 애가 설마 벌써부터 말 안 듣고 말썽 부리는 건 아니지?"

이상하다 웃지 않는다. 입을 떼려다 만다.

"팀장님, 저 사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회사가 요새 바빠서 더 주저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


불길하다.. 무슨 얘기일까.. 설마.. 

"아무래도 저 육아휴직을 해야 할거 같아요.. 와이프도 힘들어하고, 무엇보다 저도 우리 아기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 육아휴직 할게요!"

당황스럽다... 어쩌지... 

"아, 육아휴직? 어 그래 그거 당연히 쓸 수 있지. 당연한 권리잖아. 요즘에 남자도 같이 해야 돼"

일단 멋있게 질렀는데..

"과장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흔쾌히 OK 해주시다니, 너무 감사해요"


큰일이다.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한데..

"어떤 회사는 출산축하금으로 1억 원도 준다는데, 우린 그러진 못하지만 권리는 보장해야지! 근데 육아휴직하면 돈을 얼마 못 받는다던데 괜찮겠어?"

잘 생각해라.. 금방 가난해진다

"보통은 육아휴직급여가 1달에 150만원 나오잖아요, 그런데 와이프도 육아휴직 쓰고 저도 육아휴직 쓰면 6개월간은 돈을 많이 올려서 주더라고요"


똑똑하다. 생각보다 정보력이 좋았다.

"그래? 얼마나 받는데?"

주면 얼마나 주겠냐

"알아봤더니 6+6 부모육아휴직제도라고 금년에 제도가 새로 생겼거든요. 부모가 둘 다 육아휴직 쓰면 첫 달에 200만원, 둘째 달 250만원, 이런 식으로 50만원씩 올려서 6개월째는 450만원 준대요. 그러면 제가 6개월 동안 1,950만원, 와이프가 또 1,950만원, 합쳐서 3,900만원 받을 수 있어요"

"정말? 그렇게 많이 준다고? 연봉 거의 다 받을 수 있네?"


세상이 지나치게 많이 좋아졌다.. 나 때는... 

"네 그래서 와이프가 다음 달에 출산휴가 끝나면 육아휴직 6개월 쓰고, 저는 그다음에 이어서 6개월 육아휴직 쓰려고요"

계획이 완벽해 보인다

"아 그래, 김대리가 워낙 일을 잘해줘서 살짝 걱정이 되긴 하는데.. 아이 키우는 건 또 다른 축복이지, 잘 준비해서 계획을 잘 짜봐"


남아있는 우린 어떡하냐. 안 그래도 일 많은데..

"과장님 안 그래도 제가 자리 비우게 되면 그 자리를 메꿀 사람이 필요할 텐데요"

기특하다. 그런 것도 고민하다니. 

"그러게 딴 사람들한테 일 나눠주면 힘들어할 테고,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데 요즘 사람 뽑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서.. 게다가 우리같이 작은 회사는 좀 더 그렇긴 하지"

"제가 알아봤더니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기관이 있더라고요"

오호라.. 

"진짜? 그런 기관이 있어?"

"네 인재채움뱅크라는 곳이 있어요. 대체인력만 알선해 주는 전문 기관이래요!"


Epilogue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쓸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강과장. 저출생 시대에 당연히 쓸 수 있게 해줘야 할 거 같긴 한데.. 업무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일단 인재채움뱅크라는 기관을 알게 되었는데 이게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수 있을지..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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