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30-질문이 없어진 아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행부헤일리

여유로운 설 연휴 어느 날, 마음껏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빠가 부엌에 있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핸드폰 관련 궁금한 거 없냐고 물어보자 이번에도 없다는 답변이 날아옵니다. 철렁하는 기분이 듭니다.


아빠: 이제 거기 구청에서 알려주니까~ 지금은 기초반이야.

: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아빠: 2월 말까지는 기초에 대한 것만 알려주고 다음 달부터는 카톡을 여러 가지로 알려준대.

: (구글 카메라로 번역하는 걸 배워 온 아빠)근데 번역하는 거는 왜 알려주지?

아빠: 아이 답답할 때가 많지~! 외국글자 나오면.. 뭐 여행 기서라 던 지

: 아니, 그니까 여행은 일상이 아니잖아.

아빠: 요새 뭐 저기 툭하면 영어.. 아니면 외국어 많이 등장하잖아. 화면에도 그렇고 약 같은 거 뭐.. 이거는 간단해. 카메라만 바로 누르면 간단하더라고.

:(삼다수 물병을 건네며) 이거로 한번 해봐

아빠: (어물쩡거리며) 아니 이게 나왔었는데

: 줘봐. 이거는 사진을 찍는 게 아니고 화면이 뜨는 거네.

아빠: 맞아. 거기 비칠 때만 보고 끝나는 거야. 음력달력 나오는 거 설치했고, 뭐 여러 가지 있어. 데이터 최적화도 하고 네이버 백신이라고 악성바이러스 들어왔나 검사해 주는 것도 있어. 그리고 하루에 한 번씩 화면을 껐다 켜야지 좋대.

: 그래?

아빠: 아이 그전부터 그런 말을 듣긴 했었는데 여기서도 하더라고. 전에는 막 옆구리 버튼을 눌러서 끄고 그래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냥 화면을 내리고 다시 시작만 누르면 되니까 아주 편해. 이전에는 옆구리가 뭐 한참 누르고 골치 아팠지. 하루에 한 번씩 사용 잘 안 할 때 자기 바로 전에 하래.

: (어이없어하며) 무슨 그런 시간까지 따라 해~ 그냥 아빠 편할 때 하면 되지.

아빠: 그렇지, 전화 안 올 때 하면 되지.

엄마: 나는 학원 가면 핸드폰 두 시간 꺼놓는데. 그래도 되잖아.

아빠: 나는 배우는데 가면 진동으로 해 놔. 전화 소리 들리지 말아야지.


<아빠에게 쓰는 편지>

내가 출근해 있는 시간에 학원을 다녀오니까 아빠가 이렇게 재미나게 다니는 줄 몰랐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알려줄 거고. 당분간 나는 주말에 편하게 찌그러져 있어도 되겠어. 한동안은 주말에 싸우다시피 하는 토론의 장은 없는 거 맞지..? 날 보기만 하면 질문 폭격을 해대던 아빠가 더 이상 질문이 없다고 하는 날이 오다니, 너무 신기하다. 이런 시니어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 대한민국 최고!

이전 29화[아빠디지털]#29-PDF 어떻게 설명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