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27-아빠는 어디에나 있다

'살짝 나가기'는 뭐예요?

by 행부헤일리

해가 바뀌면서 회사의 부장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날, 새로 온 부장이 슬며시 다가와 물었습니다.

부장: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여기 방 나가려면 뭐 눌러야 돼요?

평소에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 터라 당황했습니다. 화면을 보니 단톡망 화면이었습니다.

나: 아, 이거는 여기 오른쪽 위에 줄 3개 누르고 밑에서 나가기 버튼을 다시 누르면 돼요.

부장: 아.. 근데 '살짝 나가기?' 이건 뭐예요?

나: 아, '조용히 나가기'인데 단체방에서 내가 나갔다는 거 알리기 싫을 때 사용하는 거예요. 그냥 나가면 누구누구님이 나갔다고 알림이 뜨는데 이거 누르면 안 뜨거든요.

부장: 아이고~ 참 별 게 다 있네요 하하

나: 그러게요 하하.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이 많은가 봐요.

저희 아빠보다 훨씬 젊으신데도 핸드폰 작동을 어려워하는 걸 보니 나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하러 동네 문화센터를 찾았습니다. 정각에서 10분이 넘으면 그 시간대 입장이 불가합니다. 수영을 하려면 다음 타임대까지 5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에 1분이 지나 못 들어간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4:05분에 도착을 해서 부랴부랴 키오스크로 달려갔습니다. 옆에 아빠 연배정도 되어 보이는 분이 갑자기 말을 걸어옵니다.

아저씨: 저기..

나: (구매하느라 정신이 없는 말투로)아.. 잠깐만요!

구매를 마친 후 얘기를 하니 역시나 티켓 구매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아저씨: 지금 4시 거 들어갈 수 있어요?

당황했습니다. '내가 직원인 줄 알고 물어보시는 건가?' 싶었습니다. 바로 옆에 안내데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 저도 수영하러 온 거예요

이 말씀을 드리고 구매를 도와드렸습니다. 수영장 회원 카드를 갖고 계셨고 수영 고수 느낌이 났습니다. 얘기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내려갔습니다.

아저씨: 지금 들어가서 한 시간 이상 있을 수 있어요?

나: 아...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저 진짜 직원 아닙니다..


수영을 하던 중 지쳐서 헐떡이고 있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옆레인에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까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우리 아빠보다 젊어 보였습니다.

아저씨: 왜? 힘들어서 그래?

나: 네, 오랜만에 오니까 너무 힘드네요.

아저씨는 웃으며 출발하셨고 역시나 수영 고인 물이 맞았습니다.


<자녀들에게 쓰는 편지>

식당 키오스크 앞에서 주춤거리는 어른들이 보일 때 흐린 눈을 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 나는 빨리 먹고 회사에 복귀를 해야 하니까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뭐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더 자주 그러면 좋겠지만 쉽지 않네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나면 생각보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다시 말하지만, 자주 할 자신은 없습니다. 우린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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