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아버린 걸까?
휴가를 쓰고 오전에 볼 일을 보고 집에 왔습니다. 오후에 출근해서 밤늦게 오는 아빠는 평일에는 보기가 힘듭니다. 오랜만에 본 아빠는 점심 전 먹을 채소볶음을 만드느라 바쁩니다. 그런 아빠에게 말을 건넵니다.
나: 아빠, 핸드폰 궁금한 거 없어? 요새 안 물어보더라.
아빠: 없어.
나: (당황한 목소리로) 없다고?
아빠: 응, 없어. 나 이제 구청에 배우러 다니잖아.
나: 그거 배우러 가니까 어땠어?
아빠: 아유 한 번에 그게 다 배워져?
나: 핸드폰이야? 아니면 컴퓨터야?
아빠: 핸드폰. 컴퓨터는 오전에 없대.
나: 뭐 배웠어?
아빠: 아니 뭐 저기.. 하루에 한 번씩 껐다 켜는 거. 그런 거 뭐.. 먼지청소 하는 거.
나: 뭐 그런 걸 가르쳐주냐
아빠: 걸레로 청소하는 게 아니고 표현을 내가 그렇게 해서 그렇지. 청소를 잘해줘야 성능이 좋다고.
나: 아~ 안 쓰는 거 정리 잘해주라고~?
아빠: 그렇지~ 그런 것도 있고
나: 한 번 간 거야?
아빠: 응, 어저께 한 번 갔지. 일주일에 두 번. 화/목만 가는 거야. 9시 반부터 12시까지라는데 어제는 보니까 11시 반이면 끝나. 한두 시간 하는 거지.
나: 그러고 뭐 알려준다 프로그램 있을 거 아니야
아빠: 모르겠어. 거기 QR코드도 해주더라? 그날 공부할 거에 대해서 QR코드가 있어. 요즘은 다 그렇게 하나 봐. 그거 보고 하라는 얘기인 거 같아.
나: 그러면 그 책을 줬을 거 아니야.
아빠: 응? 한 장이야 한 장.
나: 봤어? 집에서?
아빠: 한 장이야 한 장. 응, 봤어.
[그날 오후]
아빠: (QR코드 종이를 가져오며) 이거 뭐 연결하라고 하던데?
나: QR코드를 찍으면 네트워크를 연결하라고 한다고?
아빠: 쭉 많이 있는데 다른 걸 또 추가를 해야 하나 봐.
나: 이게 뭐야.. 이게 지금 핸드폰 공부하는 QR코드라고?
아빠: 그래~! 배운 게 여기 들어있겠지
나: 이거는 그냥 와이파이 QR코드인데...?
아빠: 와이파이 QR코드도 있어?
나: 와이파이 비밀번호 누르기 힘들 때 자동으로 연결되라고 하는 거야. 내 생각에는 아빠 배우는 곳 장소의 와이파이 연결해 주는 QR코드야.
아빠: 그냥 그거 하기 힘들으니까 이거 찍으면 간단히 연결되게?
나: 그런 거지. 오늘 공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아니라 그 장소의 와이파이 QR코드야.
아빠: 그렇게도 QR코드가 되는 거야? 아니 뭐 해도 나오지도 않고 그러더라고.
<아빠에게 쓰는 편지>
아직 졸업하기에는 이른 것 같네. 나도 모르게 안심되는 이 감정은 뭐지 하하. 사람이란 참 이상하다. 아빠 알려주는 게 귀찮으면서도 아빠가 궁금한 게 없다고 하면 당황하게 돼. 암튼 이왕 배우는 거 열심히 해봐. 할수록 궁금한 게 더 생길 거야. 파이팅!